2011년 4월 8일 영국 사우샘프턴항에 정박한 영국 해군 핵추진 잠수함 HMS Astute. 잠수함 운용 기반을 보여주는 자료사진이다.
2011년 4월 8일 영국 사우샘프턴항에 정박한 영국 해군 핵추진 잠수함 HMS Astute. 잠수함 운용 기반을 보여주는 자료사진이다.
사진: Brian Burnell · HMS Astute-Southampton Docks.JPG · CC BY-SA 3.0

2025년 10월 경주 정상회담 뒤 11월 13일(미국 시간) 발표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미국이 승인했다는 문장이 들어 있다. 바로 뒤에는 연료 확보 방안을 포함해 사업의 요구사항을 진전시키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문장이 이어진다.[1] 건조는 승인됐고, 연료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협력 과제로 남았다.

2026년 9월 22일(뉴욕 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뒤 국가안보실장 브리핑은 핵잠수함 연료를 비롯한 현안의 협력을 심화하고 후속 협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2] 논의를 계속한다는 발표는 공급 조건이 확정됐다는 발표와 다르다. 공개 브리핑에는 연료 공급자·물량·기간 같은 세부 조건이 나오지 않았다.

‘승인’이라는 단어는 명쾌하다. 그러나 연료를 누가 어떤 조건으로 제공할지, 필요한 기술과 정비 지원을 얼마나 확보할지는 이 단어만으로 알 수 없다. 거꾸로 연료를 외부에서 조달한다고 해서 공급국에 작전 지휘권이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NEXT는 공급 의존과 지휘권을 구분할 때 한국이 동맹 안에서 확보할 자율성이 구체적으로 보인다고 본다.

◇국산 잠수함이면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나

국방부는 2026년 5월 국내 개발·건조, 저농축우라늄 사용, 연료 교체를 최소화하는 장주기 운전 방침을 발표했다. 국내 개발·건조를 택한 이유로는 획득·유지·정비의 자립성과 안정성을 들었다.[3] 자립은 이미 정부 계획에 담긴 목표다.

국산 함정이라는 이름만으로 외부 협력이 필요 없어지지는 않는다. 무엇을 국내에서 만들고 무엇을 해외에서 받느냐에 따라 공급 차질의 영향이 달라진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특정 부품이나 지원이 늦어질 때 차이가 난다. 대체할 기술과 권한이 있으면 국내에서 복구하고, 없으면 상대의 대응을 기다린다. 한국 잠수함에 이미 그런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아니다. 협력 조건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운용 자율성은 두 질문으로 나뉜다. 첫째, 한국에 임무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가. 둘째, 결정한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한국이 유지할 수 있는가. 임무를 정해도 배가 출항하지 못하면 결정은 실행되지 않는다. 반대로 해외 공급망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결정권까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작전통제는 연료 협상과 별개의 문제다. 두 정상은 같은 팩트시트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향한 협력을 계속하고, 한국이 대북 연합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향을 밝혔다.[1]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한다고 연합 지휘체계 문제가 저절로 정리되지는 않는다. 특정 함정에 적용할 지휘·임무 관계는 따로 확인할 대목이다. 이 글이 다루는 것은 그 체계 위에 더해지는 연료·기술 의존이다.

◇호주는 협력이 끝나는 경우까지 문서에 적었다

호주 의회가 검토한 2024년 미·영·호 핵추진 협정은 이런 관계를 문서로 보여 준다.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협정은 2075년 말까지를 기한으로 두면서도 최소 1년 전 서면 통보로 종료할 수 있게 했다. 종료나 위반이 발생하면 다른 당사국은 자신이 이전한 정보·핵물질·장비의 반환 또는 폐기를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4]

끝내는 조항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반된 양해각서에는 미국과 영국이 정보·핵물질·장비의 제공을 부당하게 보류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협정은 핵물질 이전 전에 호주와 IAEA 사이의 관련 약정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정한다.[4] 지원 의사와 공급 조건, 비확산 절차가 한 구조 안에 함께 짜여 있다.

호주 사례가 한국의 미래 협정 내용을 예고하지는 않는다. 출발점이 다르다. 호주는 미·영에서 원자로를 제공받는 경로이고, 한국은 국내 개발·건조 방침을 제시했다.[3][4] 문서의 성격도 다르다. 호주 의회가 검토한 것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협정이고, 이 글에서 대조한 한국 관련 문서는 정상 간 공동 팩트시트다. 참고할 점은 있다. 협력을 오래 유지하려면 정상 간 약속 말고도 공급이 늦어지거나 관계가 달라질 때 적용할 규칙이 있어야 한다.

호주 협정에는 제공국의 판단 조건도 붙어 있다. 정보·물질 이전은 제공국이 협력 목적에 부합하고 자국 안보에 부당한 위험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4] 긴 유효기간이 곧 공급 보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중단 조항이 있으니 동맹을 믿을 수 없다는 결론도 나오지 않는다. NEXT는 의존이 생기는 지점과 그 의존을 관리하는 장치를 함께 읽는다.

◇핵잠수함이 대만해협 임무로 이어지나

같은 2025년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한미일 협력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1] 두 의제가 한 문서에 함께 나온다고 한국 핵추진 잠수함의 대만 유사시 투입을 약속한 것이 되지는 않는다. 이 문서는 그런 구체적 임무를 명시하지 않는다.

한국의 능력이 커지면 동맹에서 맡을 역할을 둘러싼 논의가 중요해질 수 있다. 그러나 능력, 상대의 기대, 한국의 참여 결정은 서로 다른 단계다.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을 말할 때 ‘더 강한 배를 가진다’는 설명만으로는 모자란다. 어떤 협력에는 참여할 수 있고 어떤 임무는 수용하지 않을지 판단할 기준이 함께 있어야 한다.

NEXT는 임무 협의를 연료·기술 협력과 따로 다루자고 제안한다. 공급 조건을 정할 때는 지원 범위와 지속성을 협상하고, 작전 협력에서는 목적·기간·한반도 대비태세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방식이다. 두 협상이 현실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는 있다. 그래도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약속했는지는 구별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성은 어떻게 협상 항목이 되나

한국이 먼저 확보할 것은 ‘무조건적인 지원’이라는 표현보다 지원이 작동하는 조건이다. 연료와 기술 협력의 범위, 국내에서 수행할 정비, 공급 차질 때의 협의 절차와 대체 방안을 각각 정하는 일이다. 국내 역량을 늘리면 선택의 폭은 넓어지지만, 개발비와 인력 양성 시간이 들고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다. NEXT는 모든 것을 국산화하는 목표보다 임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의존부터 줄이는 순서가 현실적이라고 본다.

비확산에 대한 신뢰도 이 과정의 일부다. 정부는 5월 발표에서 IAEA와 공동으로 적용 가능한 안전조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3] 방침을 발표한 단계다. 이 글이 대조한 자료만으로는 한국의 세부 협의가 어디까지 끝났는지 확인할 수 없다. 협의 결과를 기정사실로 쓰지 않는 이유다.

미국의 승인은 출발점이다. 이 팩트시트에는 한국 핵추진 잠수함의 특정 작전 투입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렇다고 연료 공급과 장기 지원까지 보장됐다고 읽을 수도 없다. 한국이 우선 확보할 것은 공급이 늦어져도 임무를 유지할 능력, 국내 정비의 범위, 협력이 중단될 때 적용할 절차다.

협상의 성과는 국산화율 하나로 평가하기 어렵다. 같은 비용이라면 한국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배를 세워야 하는 지점부터 줄이는 편이 낫다. NEXT는 그 우선순위가 계약과 인력·시설 투자에 함께 반영될 때 승인이 실제 운용의 자유로 이어진다고 본다.


출처

[1]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 2025년 11월. 원문.

[2]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위성락,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 결과 브리핑, 현지 2026-09-22·한국 게시 2026-09-23. 원문.

[3] 정책브리핑, 국방부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 발표 보도, 2026-05-26. 원문.

[4] 호주 의회 조약합동상임위원회, Report 224 제2장, 2.3·2.7·2.11·2.17·2.20·2.30~2.33.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