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Stephen Middlemiss · Devonshire Dock Hall · CC BY-SA 2.0
2026년 5월 호주 감사원은 콜린스급 잠수함 수명 연장 사업의 감사 결과를 내놨다. 2026년 3월 기준 이 사업의 지출은 승인 예산보다 적었다. 감사원은 이를 효율의 성과로 보지 않았다. 주요 단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사업 범위를 줄인 결과가 반영된 숫자라는 지적이었다.[1] 예산을 덜 썼다는 보고가 사업이 잘 굴러갔다는 증거가 되지 못한 것이다.
이 사업은 원래 새 재래식 잠수함인 어택급이 들어올 때까지 기존 전력을 유지하려고 시작됐다. 2021년 어택급 사업이 취소된 뒤에는 핵추진 잠수함으로 넘어가는 동안의 공백을 메우는 사업이 됐다. 목적을 달성할 여건이 바뀌었는데도 국방부는 기존 추진 방식을 체계적으로 재평가하거나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1] 오래 계속했다는 사실만으로 계획의 타당성이 유지되지는 않았다.
이 감사가 정권 교체를 실패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아니다. 한국이 얻을 교훈은 사업의 전제가 바뀔 때 무엇을 다시 판단할지를 미리 정해 두는 데 있다. 정권을 넘어 이어질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사업에 그대로 들어맞는 이야기다. 2026년 5월 정부가 제시한 목표는 2030년대 중반 첫 함정 진수, 후반 이후 전력화다.[2] 이 사업이 완성되려면 정권이 바뀌어도 두 가지가 다음 정부에 넘어가야 한다. 사업을 계속할 이유, 그리고 계획을 바꿀 이유다.
◇무엇은 지키고 무엇은 고칠 수 있나
사업의 연속성은 처음 적은 일정과 설계를 끝까지 고수하는 것과 다르다. 임무에 필요한 성능은 확보하되, 설계나 도입 속도는 검증 결과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적 사업’이라는 이름이 나쁜 소식을 숨기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호주 국방부의 반론도 있었다. 국방부는 감사 답변에서 전력 공백을 피하고 운용을 이어 가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전제와 대안을 전면 재검토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1] 당장 전력을 유지하라는 압박과 잘못된 설계를 멈추라는 요구는 실제로 부딪친다. 그래서 NEXT는 재검토가 사업을 중단할지 말지 두 선택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기존 전력을 유지하면서 개발 속도와 설계·계약을 바꾸는 방안까지 비교 대상에 올리자는 것이다.
한국에서 오래 유지할 합의도 특정 정부가 정한 진수 날짜보다 임무와 평가 기준에 가까운 편이 낫다. 어떤 안보 공백을 줄이려는지, 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지, 지연될 때 기존 전력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다음 정부에도 남아 있어야 한다.
◇진수 날짜 옆에 무엇을 적어 둘까
진수 목표는 눈에 잘 들어온다. 그 전에 원자로와 선체의 설계가 얼마나 검증됐는지, 정비 인력이 준비됐는지는 행사 사진으로 확인할 수 없다.
정부의 5월 발표에도 설계부터 핵연료 관리와 해체까지 아우르는 총수명주기 관리 방침은 들어 있다.[2] 남은 일은 그 방침을 진행 상황과 대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아래 표는 정부의 확정 일정표가 아니라 NEXT가 제안하는 단계별 점검 방식이다.
**단계별 점검표 — NEXT 제안**
| 결정 단계 | 다음 단계로 넘어갈 근거 |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결정할 것 |
|---|---|---|
| 본격 건조 투자 전 | 임무 요구, 설계 검증 결과, 연료·국제 협의의 진행 상태 | 추가 연구와 투자 보류의 범위, 기존 전력 유지 대책 |
| 주요 제작·통합 전 | 핵심 장비 시험 결과, 안전 검토, 수정된 비용·일정 | 설계 변경에 따른 재시험과 계약·일정 조정 |
| 해군 인도·전력화 전 | 승조원 교육, 시험평가, 정비 시설·인력의 준비 | 실제 운용을 늦출 조건과 그동안의 임무 분담 |
| 운용 기간 중 | 가동 실적, 정비 지연, 안전 문제와 후속 조치 | 도입 속도·정비 투자·운용 계획의 재조정 |
표의 요점은 점검 항목의 수가 아니라, 증거가 모자란 상태에서 날짜만 다음 칸으로 넘기지 않는 데 있다. 단계마다 자료를 제출할 사업 책임자, 그것을 검증할 주체, 최종 결정을 내릴 기관을 지정한다. 안전 심사가 건조 일정에 끌려가지 않도록 사업 추진과 독립된 판단도 둔다. 이 표는 현행 심사 제도를 전수 조사해 만든 대체안이 아니다. 이미 생산되는 사업 자료를 정권 교체 뒤에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게 묶자는 제안이다. 목적은 심사 회의를 하나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어떤 증거로 통과를 결정했고 어떤 위험을 남겨 두었는지를 다음 심사까지 추적하는 데 있다.
◇기밀은 지키고 실패는 숨기지 않을 수 있나
잠수함 사업에서 투명성은 설계도와 작전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일일 수 없다. 그렇다고 총사업비나 지연 이유까지 같은 기밀로 묶으면 외부에서는 성공과 실패를 구별하기 어렵다.
NEXT는 공개 보고에 최초 기준과 현재 전망을 함께 남기는 편이 낫다고 본다. 올해 예산을 얼마나 썼는지만 보고하면 호주 사례처럼 지연이 절약으로 보일 수 있다. 무엇을 만들기로 했고 무엇을 줄였는지, 일정이 바뀐 원인이 무엇인지, 그 변화가 기존 전력 유지에 어떤 비용을 더하는지를 이어서 보여 주는 방식이다.
보고 체계는 이렇게 짤 수 있다. 국방부와 사업 수행기관이 진행 자료를 작성한다. 사업 추진에 참여하지 않은 기술·회계 전문가가 보안 절차 아래 근거를 검토한다. 국회는 예산 심의 때 그 결과와 시정 조치를 함께 확인한다. 국민에게는 민감한 성능 수치 대신 검증 범위와 시정 조치의 이행 여부를 설명한다. 구체적인 권한과 자료 접근 절차는 추가로 설계할 몫이 남는 제안이다. 검토를 맡는 사람의 전문성과 이해충돌 관리도 과제다. 서류를 많이 공개한다고 검증의 질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반론도 있다. 실패 가능성을 밝히면 사업에 대한 반대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개된 지연 수치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보고 부담이 현장에 쌓일 수도 있다. NEXT의 답은 설명 책임을 없애는 대신 설명의 형식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공개 주기와 항목을 미리 정하고, 숫자가 나올 때마다 성공·실패를 선언하기보다 이전 전망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평가한다.
◇다음 정부는 무엇을 물려받나
새 정부가 사업을 다시 검토하는 것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다. 기술과 위협, 재정 여건이 바뀌면 재검토가 책임 있는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변경의 근거를 남기지 않거나, 반대로 이미 쓴 돈 때문에 잘못된 계획을 계속하는 경우다.
NEXT가 제안하는 최소한의 인계 자료는 네 가지다. 유지하려는 임무, 현재까지 검증한 성능, 앞으로 들어갈 비용과 남은 위험, 계획을 수정하기로 한 기준이다. 정권이 바뀔 때 이 자료를 같은 형식으로 갱신하면 새 정부는 전임자의 구호가 아니라 확인 가능한 결과를 이어받는다. 사업을 바꾸더라도 어느 판단이 달라졌는지 설명할 수 있다.
국민의 신뢰도 일정이 한 번도 바뀌지 않는 데서만 생기지는 않는다. 문제가 드러났을 때 누가 확인했고, 무엇을 고쳤으며, 그 결과가 나아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면 신뢰는 쌓인다. NEXT는 핵추진 잠수함을 오래 추진할 능력을 예산을 오래 약속하는 능력보다 넓게 본다. 불편한 결과를 다음 결정에 반영하면서도 필요한 임무를 놓치지 않는 능력이다.
출처
[1] 호주 감사원(ANAO), Defence’s Collins Class Submarines Life of Type Extension — Planning and Implementation, Report 33 of 2025–26, 2026-05-22. 원문.
[2] 정책브리핑, 국방부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 발표 보도, 2026-05-26.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