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철책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2012년 11월 23일 국군이 촬영해 공개한 자료사진이다.
전방 철책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2012년 11월 23일 국군이 촬영해 공개한 자료사진이다.
사진: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 2012년 전선에 서다 the frontline (8613373380).jpg · CC BY-SA 2.0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22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으로 담화를 냈다. 경향신문이 옮긴 핵심 문장은 이렇다. "전 국경선에서 우리의 새로운 대응 수단들은 임무 대기태세에 들어갈 것이며 대한국 확성기들도 수일 안으로 대기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북한은 남북 사이의 군사분계선(MDL)을 '국경선'이라고 부른다. 하루 전 담화에서는 확성기가 "10월 중으로" 전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든다고 했다. 이틀 연이은 담화에서 확성기를 켜겠다던 말은 켤 준비를 해 두겠다는 말로 바뀌었고,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새로운 대응 수단'이 새로 들어왔다.

이 담화들은 9월 21일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뒤 이어진 남북 공방의 연장이다. 그날 북한이 MDL 남쪽에 묻은 지뢰가 터져 우리 장병 3명이 다쳤다(연합뉴스). 북한은 이를 한국의 자작극이라 부르며, 그 뒤 MDL을 넘는 북한군에게 한국군이 하는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거듭 문제 삼았다. 새 대응수단이 무엇인지 김 부장은 설명하지 않았고,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새 무기가 설치되는 동향이 식별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이 확성기를 다시 켜면 접경지 주민의 소음 피해가 되풀이되고, 정부는 MDL 일대의 우발적 충돌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살펴볼 것이 세 가지 있다. 북한이 쓴 낱말이 한 달 동안 어떻게 바뀌었는지, 우리 군이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 남북이 유엔과 회담 제의로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다.

첫째로 북한이 내건 수단을 가리키는 말은 한 달 동안 계속 달라졌다. 그 가운데 네 가지를 차례로 보면 이렇다. 더팩트에 따르면 9월 30일 담화는 육군 21사단 비무장지대 방향에 "전술적 반격 수단들을 증강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0월 19일 담화는 "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전 남부 국경선 부근에 늘려 배치하는 문제를 "검토"한다고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김 부장은 21일 새벽 현장 시찰에서 "새로운 화력 구분대들이 사격진지를 차지한 것을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화력 구분대는 북한군에서 방사포나 장사정포 같은 화력을 다루는 부대를 이르는 말이다(조선일보). 그리고 22일 '새로운 대응 수단'이 나왔다. 이 말들이 같은 전력을 가리키는지 다른 전력을 가리키는지 북한은 밝히지 않았다.

이 위협들은 모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한국군이 하는 경고와 사격을 문제 삼았다. 9월 30일 담화는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며 월선, 곧 북한군이 선을 넘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김 부장은 19일 담화에서 8월 1일부터 10월 17일까지 한국군의 경고사격이 201차례였다고 주장했다. 21일에는 "우리가 만약 오늘과 같은 경우 적을 향해 마주 경고사격을 한다고 치자"며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연합뉴스). 22일 담화의 마지막 문장은 "사태 파악을 잘 하고 언동을 바로 할 것을 다시금 경고한다"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통일부 당국자는 이를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북한도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둘째로 합참이 밝힌 관측은 새 무기의 설치 동향이 식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은 22일 "새로운 무기가 현재 설치되는 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주장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에 따르면 군은 후보로 북한이 올해 전방 군단에 배치했거나 배치하겠다고 밝힌 무기들을 꼽았다. 여러 발의 로켓탄을 잇달아 쏘는 600㎜·240㎜ 방사포, 사거리 65㎞ 포탄을 쓰는 155㎜ 자주포,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 등이다.

새 무기와 달리 확성기는 움직임이 보였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군은 북한이 확성기를 더 설치한 정황은 없지만 정비하는 움직임은 포착했다. 남북 확성기 방송은 작년 6월 우리 정부가 먼저 멈추고 북한이 뒤따른 뒤 지금까지 꺼져 있다(연합뉴스). 북한과 1.8㎞ 떨어진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는 2024년 7월 19일부터 이듬해 6월 12일까지 북한의 대남 방송 소음을 겪었다. 이 마을 이장은 22일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소음"이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북한이 22일 예고한 것은 확성기를 '수일 안' 대기 상태에 두는 일이고, 실제로 켜는 날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 군부에서는 반격을 주문하는 말도 나왔다. 21일 새벽 시찰에 함께 간 박정천 국방성 고문은 한국군이 실제 안전을 위협하면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했다. "적들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화력 조직이 필요한 때"라고도 했다(동아일보). 한국 쪽 해석은 이보다 담담하다. 대통령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22일 라디오에서 "화력 구분대는 우리의 포병부대"라고 했다. "전방에 상황이 있으면 우리 포병부대가 늘 사격대기 태세를 유지한다"며, 특별한 상황은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연합뉴스). 두 사람의 말만으로 새 무기가 실제로 놓였는지 가릴 수는 없다. 공개된 군의 관측은 22일 합참이 밝힌 데까지다.

셋째로 남북은 유엔에서도 맞섰다. 북한은 경고사격을 비난했고, 한국은 지뢰 폭발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문서로 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대표는 20일(현지시간) 군축과 국제안보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201차례 경고사격을 다시 들었다. 한국군의 도발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했고, 한국 대표는 "전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차지훈 주유엔대사는 22일(현지시간) 안보리 의장국 그리스의 대사에게 약 2쪽짜리 서한을 보냈다(연합뉴스). 북한군이 묻은 지뢰의 폭발이 6·25전쟁의 전투를 멈춘 정전협정을 어겼다는 내용이다. 서한은 안보리 공식 문서로 남지만 결의나 규탄으로 이어지는 절차는 아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 정부는 2주 만에 안보리에 서한을 보냈다. 이번에는 한 달여가 걸렸다.

정부는 23일 북한에 군사회담을 다시 제의했다.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은 지상 군사분계선의 위치를 함께 확인하고 군 통신선을 되살리는 회담을 열자고 했다(연합뉴스). 필요하면 정전협정 관리를 맡는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3자 회담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일부 구간에서 남북이 MDL의 위치를 서로 다르게 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북측의 군사분계선 일대 활동과 우리 측의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이 증가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서울신문). 정부도 경고사격이 늘어난 까닭의 하나로 선의 위치를 다르게 아는 문제를 든 것이다. 그 선이 현장에서 보이지 않게 된 사정은 앞선 기사에 있다. 정부가 이 회담을 처음 제의한 것은 지난해 11월이고,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확성기를 두고 말이 갈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즉시 재개해" 북한의 거짓 선전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에서 북한의 확성기 재가동을 북한에 "최악의 수"라고 했다. 군사적으로 단호히 대응하면서 대화의 물꼬도 트자는 것이 김 의원의 말이다. 정부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지만, 특정한 결론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어느 쪽으로 갈지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했다(연합뉴스).

김 부장이 대남 입장을 내는 빈도도 이례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23일 김 부장이 9월 30일 이후 대남 입장을 열 차례 냈다며 "이례적"이라고 했다. 2024년 10월 무인기 사건 때는 6회였다. 열 차례에는 미사일 발사와 대북 인도 협력을 다룬 입장도 들어 있다. 다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21일 시찰 소식과 담화, 경고는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는 실리지 않았다.

김 부장이 확성기를 대기 상태에 두겠다고 한 때는 "수일 안"이다. 국방부는 판문점을 통해 회담 일정을 협의하자며 북측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다. 새 대응수단이 무엇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국방부는 경고사격이 늘어난 것이 남북이 서로 다르게 아는 선의 위치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북한이 거듭 문제 삼은 경고사격은 그 선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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