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Park Jong-u · Daeseong-dong in 2022.jpg · CC BY 4.0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0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행사에서 비무장지대를 설명하던 자리였다. 그는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군사령관도 겸한다. 연합뉴스가 옮긴 발언은 이렇다. "대한민국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가? 유엔군사령부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그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된다". 정전 상태를 유지하려고 자신이 그 구역을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철책선까지를 각각 2,500m라고 했지만, 정전협정은 양측이 군사분계선에서 각각 2km씩 물러나도록 정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갈렸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16일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한 우리 헌법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썼다. 김병주 대통령국방정책특보는 17일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사령관의 전작권 발언을 두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16일 동맹군 지휘관을 "주권 침해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저급한 선동"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18일 "유엔군사령관 개인의 견해"라고 밝혔다. 유엔사도 "대한민국의 주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한 사령관의 말로 끝나지 않는다. 유엔사는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가 한국 영토라고 올해 1월과 이번에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동시에 그 땅에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지는 자신이 정한다고 해 왔다. 주권 인정과 별개로, 비군사적 출입을 누가 승인하느냐는 다툼이 남는다는 뜻이다. 국방부는 18일 주권 행사와 유엔사의 정전 관리가 "조화로울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보도된 국방부 입장에는 승인권을 어떻게 나눌지가 담기지 않았다. 살펴볼 것은 셋이다. 협정의 출입 조항, 그 조항이 실제로 부딪친 일, 그리고 1월에 갈렸던 두 부처의 답이다.
첫째로 협정의 출입 조항에서 먼저 볼 것은 9항과 10항이다. 1953년 정전협정에는 유엔군사령관과 북한·중국군 사령관이 서명했고, 한국 정부는 서명하지 않았다. 협정 원문 9항은 민사행정·구제 인원과 군사정전위원회가 허가한 사람 말고는 누구도 비무장지대에 들어갈 수 없다고 정했다. 군사정전위원회는 정전협정 이행을 감독하는 기구다. 10항은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의 민사행정과 구제를 유엔군사령관 책임으로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유엔사는 이 두 조항을 출입 통제권의 근거로 든다. 반면 통일부는 협정 서문의 "purely military in character", 곧 순전히 군사적 성질이라는 문구를 든다. 군사적 성격의 협정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까지 막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협정 문구에는 브런슨의 말과 겹치는 대목도 있다. 8항은 비무장지대 안의 사람이 "the territory under the military control of either side", 곧 각 측이 군사적으로 통제하는 지역에 들어가려면 그 지역 사령관의 허가를 받으라고 했다. 이는 협정이 비무장지대를 양쪽 군사통제 지역 사이의 띠로 그렸다는 뜻이다. 다만 이 조항이 나누는 것은 군사통제 지역이다. 대한민국의 영토 범위를 정하는 조항은 아니다. 헌법은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한다.
둘째로 출입 승인권은 여러 번 실제로 부딪쳤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9년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의 대성동 마을 방문은 유엔사가 기자단 출입을 불허해 함께 무산됐다. 대성동은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 안의 민간인 마을이다. MBC는 지난해 7월 유흥식 추기경의 비무장지대 방문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김현종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백마고지 유해발굴 현장 출입도 한때 막혔다. MBC에 따르면 유엔사는 안전을 이유로 불허했다가 한 달 뒤 허가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주권 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합뉴스가 김현종 1차장 건의 불허 사유를 묻자 유엔사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정전협정이 "민간·군사적 접근을 규율하는 구속력 있는 기본 틀"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비군사적 출입을 정부가 승인하게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안은 평화적 이용을 위한 출입을 비무장지대 출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가 승인하게 했다. MBC에 따르면 유엔사 관계자는 올해 1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법과 정전협정은 "공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DMZ 남측 지역이 대한민국의 주권적 영토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주권은 인정하되 출입 승인은 유엔사가 맡는다는 입장이 한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연합뉴스는 이달 18일에도 여권이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셋째로 1월에는 두 부처의 강조점이 달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정동영 장관은 1월 28일 국회에서 상충 주장은 "유엔사의 입장인 것"이고 법 제정은 "국회 입법부의 권한"이라고 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튿날 법안에 유엔사와 사전 협의 절차가 있어 정전협정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날 국방부 대변인은 "정전협정에 의한 유엔사의 권한을 존중"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국방부가 2024년 DMZ법 관련 국회 의견서에서도 유엔사와 사전 협의 없는 입법은 "불필요한 혼선"을 부를 수 있다고 적었다고 전했다.
가장 강한 반론은 유엔사가 내세우는 책임론이다. MBC에 따르면 유엔사 관계자는 1월에 "DMZ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지, 특히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유엔군사령관의 권한이라고 했다. 법안이 이 권한을 넘겨도 책임은 사령관에게 남는다는 주장이다. 한국이 1953년 정전협정 적용을 받기로 "주권적 결정"을 내렸다고도 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유엔사는 이번에도 자신의 책임이 "대한민국의 주권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다. 이 논리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이 논리대로라면 정부 고위 인사의 유해발굴 현장 방문도 유엔사 판단에 달린다. 쟁점은 사령관의 책임이 비군사적 출입 전반의 승인권까지 요구하느냐는 협정 해석이다. 이 해석 차이는 지난해 12월 보도에서도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미국에 뜻을 전했고, 군 수뇌부는 신중론도 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15일 국정감사에서 브런슨의 잇단 공개 발언에 대해 미국 측에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미국 측이 브런슨에게 주의를 줬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은 19일 국정감사에서 발언에 "동의하지 못한다"면서도 브런슨에 대한 평가는 "좀 신중하고 절제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머니투데이가 전했다.
좁은 범위의 협의 통로도 있다.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한미는 5월 국방당국 정례 협의체인 통합국방협의체에서 비무장지대 관리권을 공식 의제로 삼았다. 대상은 한국군이 세운 철책이 협정상 남방한계선보다 북쪽에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는 철책 남쪽이라도 남방한계선 안이면 비무장지대여서 유엔사 승인이 있어야 들어간다. 뉴스토마토는 이 협의가 법안이 다루는 비군사적 출입과는 다른 문제라고 전했다.
관련 협의와 입법 추진은 이어지고 있다.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는 5월에 비무장지대 관리권이 "공식 의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비군사적 출입을 정부가 승인하게 하는 법안은 연합뉴스가 전한 대로 여권이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코리아타임스 전재)에 따르면 두 나라는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를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뒤에 여는 쪽으로 조율하고 있다. '남쪽 철책선' 논란이 남긴 쟁점은 브런슨이 무슨 생각을 했느냐가 아니다.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에 민간인이 들어가는 것을 누가 승인하느냐다.
출처 18건 펼치기
정부·국회·국제기구·법령 2건
- 국가법령정보센터, 대한민국헌법 제3조.
- 국회입법예고,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재강의원 등 14인, 의안번호 2212532), 입법예고 2025.9.11~9.25.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16건
- 연합뉴스, 브런슨 '한국은 DMZ 이남부터' 발언 논란…국방부 "개인 견해", 2026.10.18. 발언은 연합뉴스의 한국어 번역문. 국방부의 '조화' 언급, 국방부 장관의 15일 국정감사 항의 전달 언급, 김병주 특보의 사과 요구, 여권의 법안 추진 서술도 이 기사.
- The Gold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rategy, Commander Brunson: "Conditions Cannot Be Replaced by Timelines"(제2회 인도태평양 정상회의, 2026.10.14 행사 소개), 2026.10.15.
- 한국일보, "한국 영토 DMZ 남측한계선이 시작" 美 브런슨 발언에 민주당 "주권 침해", 2026.10.18.
- 부산일보, 국힘, 한미 '전작권 전환' 이견 노출에 "참담한 외교안보 사고", 2026.10.16.
- 머니투데이(뉴시스), 브런슨 "DMZ 이남 韓영토" 발언…정부 "우려 표명, 美 정부도 공감", 2026.10.19.
- Agreement concerning a military armistice in Korea(영문 원문, 서문·제1조 1·8·9·10항), 1953.7.27. 대조: 미국 국립문서관리청 판.
- 경향신문, 유엔사 "DMZ 출입 통제는 유엔사 권한" 재확인…민주당 'DMZ법' 추진에 '불쾌감'(유엔사 성명, 통일부 입장, 법안 승인 조항), 2025.12.17.
- 연합뉴스, 정동영, DMZ 출입통제에 "국가체면 말이 아냐…안보실도 불허돼"(종합), 2025.12.3.
- MBC 뉴스데스크, 유엔사 "DMZ 출입 한국이 승인? 정전협정 위반‥중대결과 따를 것", 2026.1.28.
- MBC, 유엔사 "DMZ법, 정전협정과 정면 충돌‥반대한다", 2026.1.28.
- 경향신문, 유엔사 "DMZ법, 정전협정과 상충"…여당 추진 입법 공개 반대, 2026.1.28.
- 세계일보, DMZ법 놓고 통일·국방부 미묘한 온도차, 2026.1.29.
- 동아일보, "美, 브런슨 '韓은 남쪽 철책서 시작' 발언에 주의 줘", 2026.10.19.
- 뉴스토마토, 한·미 국방당국, DMZ 관리권 공식 의제화…"미측 충분히 이해", 2026.5.21.
- 연합뉴스(The Korea Times 전재), S. Korea, US agree to hold key defense talks after midterm elections: sources, 2026.10.14.
- 10월 18~19일 게재된 사설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발언 철회나 사과를, 한국일보는 정부의 엄정한 대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