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파란색 회담장 건물. 양옆 표지판에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UNCMAC) 회담장'이라고 적혀 있다. 2016년 촬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파란색 회담장 건물. 양옆 표지판에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UNCMAC) 회담장'이라고 적혀 있다. 2016년 촬영.
사진: Travis Wise · Demilitarized Zone (DMZ) Joint Security Area (JSA) Looking Into North Korea (28819154694).jpg · CC BY 2.0

2026년 9월 28일 밤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 권대원 합참차장은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북한군의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폭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m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감정에서는 TNT 성분과 갈색 계열 이물질이 나왔고 철제 파편은 없었다. 합참은 이를 근거로 아군 지뢰가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최종 결과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와 함께 평가해 발표한다.[1][2]

사고가 난 9월 21일부터 이 발표까지 일주일 동안 정치권의 관심은 폭발 원인보다 누가 조사를 늦췄느냐에 쏠렸다. 그 공방 아래에는 정전협정 관리 권한을 쥔 유엔사와 국군 사이에 올해 들어 쌓인 갈등이 있다.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수석대표 자리, 북한군 작업에 대한 정전협정 위반 판정,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부대 개편이 모두 여기에 걸려 있다.

◇일주일 동안 무엇이 늦었나

9월 21일 오전 25사단 수색대대가 DMZ 안에 새 수색로를 내다가 지뢰 두 발이 터졌다. 장병 세 명이 다쳤고 그중 두 명은 중상이다. 선두의 공병 중사를 구하러 가던 대대장이 두 번째 폭발에 크게 다쳤다.[3] 이 작업은 다음 주 초로 잡혀 있던 유엔사 현장조사에 앞서 조사단이 들어갈 길을 여는 일이었다.[3] 합참은 9월 14일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지형 변화를 식별했고 북한군의 지뢰 매설 가능성을 유엔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4]

사고 뒤 현장조사를 둘러싸고 주장이 엇갈렸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유엔사 군정위가 사고 이튿날인 22일 25사단을 찾아 자료와 보디캠 영상, 부상자 인터뷰 공유와 현장 출입을 요청했지만 우리 군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5] 합참은 현장조사를 미적대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며, 유엔사도 사전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반박했다.[6] 군은 22일 방문이 당초 계획된 현장조사를 협의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7] 사고 지점은 군사분계선에 가깝고 기존 수색로가 없어 안전 확보가 먼저였다는 것, 위치를 짚어 줄 당시 작전 장병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도 고려했다는 것이 군이 밝힌 이유다.[8] 유엔사는 이 공방에 대해 공개 입장을 내지 않았다. 22일 요청의 성격은 양측 발표만으로는 가릴 수 없다.

조사는 26일 사전조사에 이어 27일 합참과 유엔사 군정위 등 40여 명이 함께 들어가는 합동 현장조사로 이어졌다. 이날 조사단은 폭발 지점까지 가지 못했다.[9] 청와대는 29일 현장조사 일정이 합참과 유엔사가 현장 지휘관들의 건의를 고려해 "순전히 군사적 판단"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10] 늦었다는 비판은 다른 곳에서도 나왔다. 합참은 이번 지형 변화를 "작년 후반기에" 관측했다고 밝혔다.[11]

◇35년 관례가 멈춘 자리

갈등의 첫 고리는 군정위 수석대표 자리다. 군정위는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북한군과 협의하는 유엔사 기구다. 1991년 황원탁 육군 소장이 한국군 최초로 수석대표를 맡은 뒤 한국 육군 소장이 한미연합사령부(연합사) 부참모장과 이 자리를 함께 맡아 왔다.[12]

올해 1월 문병삼 육군 소장이 연합사 부참모장으로 부임했지만,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은 그를 군정위 수석대표로 임명하지 않았다. 뉴스토마토는 9월 10일 이 공백이 8개월가량 이어지고 있으며, 1991년 이후 이런 이유로 자리를 이렇게 오래 비워 둔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12] 유엔사는 수석대표 임명이 정전협정 제20항과 확립된 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필요한 교육 및 자격 인증 절차"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임명이 확정되기 전에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12] 임명 보류가 뒤에 나온 경비부대 개편 구상과 연결돼 있다는 해석은 군 안팎에서 나온다.[12][13]

◇6월, 같은 작업을 두고 갈린 판정

두 기관의 시각 차이는 6월에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일대에 철책 등 장애물을 설치하자 국방부는 6월 22일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를 위반으로 공식 규정한 것은 처음이었다.[14][15]

유엔사의 판단은 달랐다. 유엔사는 같은 날 "건설 작업, 요새화 및 기타 방어 조치는 그 자체만으로 정전협정 위반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답했다.[14] 이틀 뒤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자료에서는 북측 지역에 방어 목적으로 지뢰를 묻는 것은 허용되며, 작업이 군사분계선 북쪽에서 이뤄지고 중화기가 반입되지 않았다면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도 남측 DMZ에서 "도로, 울타리 및 수목 정리와 관련된 36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유엔사는 "남북 양측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16] 연합뉴스는 유엔사가 한국 정부와 이견을 빚는 쟁점에 대해 신속하게 설명자료를 내고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16]

다만 유엔사는 같은 자료에서 군사분계선 침범 의혹은 모두 중대하게 다루며 한국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와 협조해 조사한다고 적었다.[16] 두 기관이 엇갈린 지점은 북한군 작업의 위치다. 유엔사는 군사분계선 북쪽에서의 작업을 문제 삼지 않았고, 국방부는 그 작업 자체를 위반으로 봤다. 이번 사고는 그 작업이 선을 넘어 남쪽까지 왔느냐를 확인하려던 길에서 일어났다.

◇8월, 경비여단을 둘러싼 엇박자

8월에는 조직 개편이 쟁점이 됐다. 한국경제는 8월 13일 유엔사가 군정위 비서처와 JSA 경비대대 등을 대령급 여단장 아래 묶는 '경비정전집행여단'(가칭)을 새로 만든다고 보도했다.[17] 여단장은 대령인 군정위 비서장이 맡는 구상이었다.[18] 군정위 비서처는 미군 대령이 책임자다.[13]

안규백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튿날 출근길에 "유엔사 경비여단 창설과 행사는 아마 하지 않기로 서로 간에 이야기를 나눴고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18] 유엔사의 설명은 달랐다. 유엔사는 이번 계획이 "기존 자원의 내부적인 재편만을 반영한 것"이고 "새로운 임무나 권한을 창출하지 않으며", 한국 측에 진행 상황을 알려 왔다고 밝혔다.[18] 합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계획은 철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19]

실제로 여단이 편성됐는지는 보도가 엇갈린다. 더퍼블릭은 8월 16일 창설 행사 없이 개편이 단행됐다고 보도했지만, 국방부는 이미 창설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20][19] 9월 중순까지도 창설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13] JSA 경비대대는 2004년 이후 한국군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당시 합의로 경비대대의 미군 비중은 30%에서 7% 수준으로 줄었다.[21]

◇전작권 전환이 겹친 이유

이 갈등이 올해 두드러진 배경으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꼽힌다. 전작권이 넘어가면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사를 지휘한다.[22] 정부는 임기 안인 2030년까지 전환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고,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환 목표 연도를 도출할지가 주목된다.[23] 연합사는 한국군이 이끌게 되지만, 유엔사는 미군 장성이 계속 이끈다. DMZ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사령관과 정전협정 관리를 승인하는 사령관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해석은 두 갈래다. 첫째는 유엔사가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권한을 넓히고 있다는 시각이다. 박성진 주간경향 기자는 미래연합군사령관의 DMZ 작전지휘권과 유엔군사령관의 정전관리 승인권이 "충돌할 수 있다"고 짚었다.[13] 클린트 워크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전작권 전환이 유엔사의 역할·지위와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24] 손한별 국방대 교수 등은 DMZ 출입을 둘러싼 갈등을 70여 년 전 만든 정전체제의 법적 틀과 민주국가의 행정 주권 사이의 "구조적 충돌"로 봤다.[25]

둘째는 과잉 해석이라는 시각이다. 전인범 예비역 중장은 경비여단 개편에 대해 인력·시설·군사 능력의 증가도, 유엔사 임무의 변화도 없다며 행정 개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전작권과 연결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고도 했다.[26]

유엔사의 공식 설명은 둘째 시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수석대표 임명 보류, 6월의 공개 반박, 8월의 개편 추진이 한 해 안에 잇따랐다는 점은 첫째 시각이 힘을 얻는 이유다.

◇NEXT의 판단: 조사를 누가 늦췄나보다 권한과 책임을 누가 지나

NEXT는 이번 사고에서 남은 과제가 조사 지연 책임 공방보다 DMZ에서 권한과 위험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를 분명히 하는 일이라고 본다. 지금 구조에서 DMZ 남측의 정전협정 관리와 조사 승인은 유엔사가 맡고,[13][22] 지뢰가 묻힌 땅에 먼저 길을 내는 일은 국군이 맡는다. 이번에도 유엔사 현장조사를 앞두고 길을 낸 것은 국군 수색대대였다.

이 구조가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이미 잡힌 일정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합참과 유엔사는 이번 사고의 최종 결과를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 공동 발표에 조사 착수 시점을 누가 어떤 근거로 정했는지까지 담으면 22일을 둘러싼 공방은 기록으로 정리될 수 있다. 국방부와 유엔사는 위험 지역 조사에 들어가기 전 안전 확보 절차와 임무 분담을 미리 문서로 정해 둘 수 있다. 한기호 아주대 교수의 말처럼 질문은 "'어떻게 안전하게 들어갈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27]

더 큰 과제는 11월 SCM이다.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미래연합사와 유엔사가 DMZ에서 각각 무엇을 맡는지를 함께 다루지 않으면, 올해 같은 엇박자는 전환 이후에 더 커질 수 있다. 군정위 수석대표 공백이 언제 어떻게 해소되는지가 그 방향을 가늠할 첫 신호다.

이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 유엔사는 22일 요청과 경비여단 편성 여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유엔사의 설명대로 여단 개편이 행정 개편에 그치고 수석대표 임명이 절차 문제로 끝난다면, 올해의 갈등은 구조의 충돌보다 소통의 실패에 가깝다. NEXT는 이 경우에도 권한과 위험의 분담을 문서로 정리하는 일은 남는다고 본다.

출처

[1] 서울신문, 합참 "北 지뢰 가능성 매우 높아...상응한 조치할 것", 2026.9.28. ↩

[2] 한겨레, 합참 "DMZ 사고, 북 지뢰 가능성 매우 높다…매설 확인 땐 상응 조치", 2026.9.28. ↩

[3] 문화일보, "대대장, 부상 부사관 구조하려다 2차 폭발"…국과수 감정의뢰, 2026.9.23. ↩

[4] 헤럴드경제, 합참 "北 MDL 이남 지형변화 식별…지뢰 매설 가능성 유엔사와 협의", 2026.9.14. ↩

[5] 문화일보, 한동훈 "李 정부, 유엔사 요구 거절…29일까지 조사 안 할 생각이었다", 2026.9.26. ↩

[6] 서울신문, 지뢰 조사 추석 뒤로 밀렸는데, 오늘 비…, 2026.9.25. ↩

[7] 이데일리, DMZ 사고 조사 지연 아닌 '준비'였다…설명 못해 불신 키운 軍, 2026.9.28. ↩

[8] 연합뉴스, 軍·유엔사, DMZ에 인력 투입해 현장조사 준비…기동로 확보, 2026.9.26. ↩

[9] 오마이뉴스, 군·유엔사 합동조사 관련 보도, 2026.9.27. ↩

[10] 경향신문, 청와대 "지뢰사고 현장조사, 군사적 판단…이 대통령 유엔 연설과 무관", 2026.9.29. ↩

[11] 이투데이, '지형변화' 반년 넘게 알고도 쉬쉬한 軍, 2026.9.29. ↩

[12] 뉴스토마토, (단독)브런슨, 군정위 수석대표 8개월째 임명 보류, 2026.9.10. ↩

[13] [주간경향, [박성진의 국방 B컷](66) 유엔사 경비여단 창설은 시간문제](https://weekly.khan.co.kr/article/202609181434001/), 2026.9.18. ↩

[14] 중앙일보, 북 철책 남하에…합참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 2026.6.23. ↩

[15] VOA, 국방부 "북한 MDL 철책 설치는 정전협정 위반", 2026.6.22. ↩

[16] 연합뉴스, 유엔사 "北활동 정전협정 위반 아냐" 팩트시트…韓입장 정면반박, 2026.6.24. ↩

[17] [한국경제, [단독] 유엔사, 새 여단 창설…주둔국 韓 패싱](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1301521), 2026.8.13. ↩

[18] 서울신문, 유엔사 경비정전집행여단 추진…안규백 "안 하기로 합의" 엇박자, 2026.8.14. ↩

[19] The Korea Herald, S. Korea, UN Command issue contradicting statements on new armistice unit, 2026.8.14. ↩

[20] 더퍼블릭, 유엔사, 정전위·경비대대 묶은 '여단급 조직' 출범… 국방부는 반대, 2026.8.16. ↩

[21] 한국일보, JSA 美軍병력 대폭 줄인다, 2004.4.14. ↩

[22] [한국경제, [단독] 유엔사, 전작권 전환 앞두고 몸집 키워…韓과 협의 뒷전](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1301121), 2026.8.13. ↩

[23] 세계일보, 이번엔 정상급서 논의된 전작권 전환… SCM서 'X연도' 도출 주목, 2026.9.23. ↩

[24] The Diplomat, Clint Work, What Would OPCON Transfer Mean for the UN Command in Korea?, 2025.12.19. ↩

[25] The Diplomat, 손한별·안준형, The Politics of Interpretation: Who Governs the Korean DMZ?, 2026.2.17. ↩

[26] The Korea Times, 전인범 기고 「유엔사 개편은 행정 개편이지 전략적 확장이 아니다」(영문), 2026.8.17. ↩

[27] [아주경제, [한기호 칼럼] 서부전선 DMZ 폭발 사건, 정쟁에 가려진 것들](https://www.ajunews.com/view/20260928074242716), 2026.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