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 h y numis · Skyline of Yeouido, a prominent finance district in Seoul.jpg · CC BY 4.0
정부가 새로 만드는 미래대응기금은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힌 몫을 쌓아 두는 기금이다. 내년에는 그 가운데 103조3614억 원을 금융회사에 맡겨 굴린다. 그런데 국회가 심사하는 기금운용계획안에는 이 돈이 벌어들일 운용수익이 수입으로 적혀 있지 않다. 국민 세금으로 쌓은 돈의 수익을 국회가 미리 들여다볼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왜 이 수익을 비워 두었을까?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2027년도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수입과 지출이 짝을 이루지 않는다. 정부는 여유자금을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에 맡긴다. 운용을 맡기는 대가인 위탁 수수료 225억 원은 기금 운영비로 지출에 잡았다. 반면 이 돈을 금융회사에서 굴려 버는 수익은 수입에 없다.
기금의 이자 수입이 아예 0원인 것은 아니다. 정부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 1조 원을 맡기고 이자 205억 원을 받는다고 적었다. 공공자금관리기금은 정부가 국채로 모은 돈을 다른 회계에 빌려주는 기금이다. 수입에서 빠진 것은 금융회사에 맡기는 103조3614억 원의 수익이다.
예정처가 추정한 빠진 수익은 한 해 1조5000억~3조 원이다. 예정처는 정부가 수수료 225억 원을 계산할 때 쓴 숫자를 기준으로 삼았다. 맡긴 돈의 한 해 평균 잔액 75조 원이다. 여기에 계획안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이자율 2.05%만 적용해도 수익은 약 1조5000억 원이다. 연 4%를 가정하면 약 3조 원이다. 낮은 쪽 추정만 해도 수수료의 60배가 넘는다.
예정처는 "정부는 100조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의 운용수익을 세입예산에 누락 없이 계상"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비용은 넣고 수익은 뺀 계획으로는 기금이 실제로 얼마를 쌓을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이후 해마다 기금에 얼마가 들어오고 남을지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계획에 없던 수익이 들어오면 그 처리는 국가재정법의 변경 규정을 따른다. 기금 수입이 계획보다 많거나 많을 것으로 보일 때가 첫째다. 이때 정부는 그 초과수입과 직접 관련된 지출을 바꿀 수 있다. 또 여유자금 운용으로 잡힌 지출도 바꿀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국회에 변경안을 미리 내지 않는다. 대신 바꾼 내역을 분기마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낸다.
다만 이 규정으로 바꿀 수 있는 지출은 초과수입과 '직접 관련된' 것이다.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조문에 적혀 있지 않다. 게다가 청년·지방 같은 사업비는 늘릴 수 있는 한도가 따로 있다. 지금은 항목별 계획액의 20%까지다. 정부는 이 기금만 30%로 넓히는 법안을 냈다(앞선 글). 그래서 수익이 어디에 쓰일지는 정부가 답할 몫으로 남는다.
기획예산처는 수익을 돈을 거둬들일 때 잡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보통은 여유자금 운용수익을 잡는다. 재정수지 착시를 우려해 회수 시점에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은 정부가 발표하는 관리재정수지 계산에 들어간다. 운용수익을 수입으로 미리 잡으면 그만큼 내년 적자가 작게 계산된다.
그러나 정부는 최소 목표 수익률을 이미 밝혔다. 기획예산처가 밝힌 여유자금의 최소 목표 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 수준인 약 3.8%다. 예정처에 따르면 계획안에 운용수익이 없어서 이 목표는 예산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다. 기획예산처도 국회가 지적하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한국일보에 냈다.
수익을 수입에 잡지 않은 새 기금은 하나 더 있다. 예정처의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관 분석에 따르면 새로 만드는 전략수출금융기금도 여유자금 9473억 원의 운용수익을 잡지 않았다. 예정처는 그 가운데 석 달 치 수익을 약 91억 원으로 추정했다. 다만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은 그 기금보다 100배 넘게 크다.
전문가와 국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일보에 "운용수익을 0원으로 적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100조 원 기금을 운용하면서 수익이 얼마인지조차 산정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예산안을 처리하는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다. 정부가 답할 물음은 둘이다. 이미 밝힌 최소 목표 수익률로 계산한 수익을 왜 계획안에 적지 않았는가? 계획에 없이 들어온 수익은 어느 계정에 쌓이고, 무엇에 먼저 쓰이는가? 예정처 추정으로 수수료 225억 원의 60배가 넘는 운용수익이 국회가 심사하는 계획안에 수입으로 잡혀 있지 않다.
출처 6건 펼치기
정부·국회·국제기구·법령 3건
- 국회예산정책처, 2027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Ⅱ, 2026.10. 미래대응기금 수입·지출 계획(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이자수입 205억 원, 여유자금 103조3614억 원), 여유자금 운용수익 미계상(위탁 수수료 225억 원, 연평균 잔액 75조 원은 기획예산처 보도설명자료 2026.9.23. 인용, 2.05% 적용 1조5375억 원·4% 가정 약 3조 원).
- 국회예산정책처, 202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재정경제기획위원회), 2026.10. 미래대응기금 103조3614억 원 비통화금융기관 예치, 운용수익 미계상(인쇄 쪽 221~222), 최소 목표 운용수익률 약 3.8%, 전략수출금융기금 여유자금 9473억 원과 석 달 치 운용수익 약 91억 원 미계상.
-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재정법(기금운용계획의 변경: 초과수입과 직접 관련되는 지출, 여유자금 운용 지출, 분기별 변경 내역 제출, 주요항목 지출 변경 한도), 2026.11.6 확인.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3건
- 한국일보, 미래기금 103조 위탁수익 '0원'?(기획예산처 해명, 최소 목표 수익률, 송헌재 교수·박수영 의원 발언), 2026.11.6.
- NEXT, 정부안은 미래대응기금 30%, 다른 사업 기금은 20%, 2026.11.2.
- NEXT, 적자는 3조 원, 국채는 100조 원: 내년 나라 살림 셈법,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