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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조9000억 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 심사가 2일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로 본격적으로 열린다. 국회가 예산을 의결해도 정부는 집행하면서 일부를 국회에 묻지 않고 바꿀 수 있다. 그 폭이 클수록 국회가 정한 숫자와 실제 쓰임새가 멀어질 수 있다. 새로 만드는 미래대응기금은 그 폭이 다른 기금보다 넓을까?
두 당은 바로 이 폭을 두고 맞선다. 국민의힘은 미래대응기금의 30% 변경 조항을 "국회 심의권 침해"라고 부른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기금을 "국회 심의 바깥에 세운 '제2의 예산'"이라고 했다. 반면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미래대응기금이 국회 통제를 벗어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30% 조항은 기금 법안과 함께 정부가 낸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있다. 정부는 기금마다 돈을 어디에 얼마 쓸지 적은 기금운용계획을 만들어 국회 의결을 받는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 계획의 큰 사업 묶음마다 지출액을 30%까지 국회에 변경안을 내지 않고 바꿀 수 있다. 큰 사업 묶음은 청년종합지원, 성장동력확충, 지방주도성장, 교육·인재지원 네 가지다.
30%라는 숫자는 지금 보증기금이 받는 한도와 같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이 비율을 기금 성격에 따라 둘로 나눈다. 신용보증기금, 무역보험기금처럼 보증이나 보험을 하는 금융성 기금 8개는 30%이고, 그 밖의 기금은 20%다. 미래대응기금은 금융성 기금 목록에 들지 않는데, 개정안은 한도만 금융성 기금과 같게 했다.
차이를 금액으로 바꾸면 4조5000억 원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이 기금 162조3000억 원 가운데 45조4000억 원은 내년에 네 사업 묶음에 쓴다. 12조5000억 원은 국채를 덜 찍는 데 쓰고, 104조4000억 원은 쓸 곳을 정하지 않은 여유자금으로 둔다. 디지털타임스가 전한 국회 검토보고서의 추산은 이렇다. 네 묶음에 30%를 모두 적용하면 국회 의결 없이 바꿀 수 있는 돈은 합해서 13조6000억 원이고, 20%면 9조1000억 원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이 기금이 보증기금과 다르다고 봤다. 보고서는 이 기금을 두고 "정책목표와 지원대상이 사전에 정해진 사업성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성기금과는 지출구조에 차이가 있다"고 썼다. 보증기금은 시장 사정에 따라 지출이 크게 바뀐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금의 재원을 근거로 든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10월 21일 이 기금에 금융성 재원이 7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빠르게 바뀌는 인공지능 산업에 신속히 대응할 필요도 들었다. 실제로 여유자금 104조4000억 원은 기금 전체의 64%에 이른다.
그러나 30% 한도가 걸리는 돈은 여유자금이 아니라 사업비다. 현행법은 여유자금을 굴리는 지출을 지금도 변경안 없이 바꾸게 한다. 그래서 30% 한도는 사업비 45조4000억 원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만 정한다. 이는 여유자금이 많다는 설명이 사업비 한도를 넓히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회에 알리는 방식도 바뀐다. 개정안에 따르면 세금이 모자랄 때 이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돈을 넘기는 데도 변경안이 필요 없다. 넘긴 뒤에는 그 내역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지체 없이 낸다. 초과 세수로 사업비를 바꾼 경우도 같다. 꺼내는 조건과 한도가 법안에 없다는 점은 앞선 글에서 다뤘다. 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검토보고서는 다른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20%를 넘게 바꾸면 그 내역을 바로 국회에 내게 하는 방안이다.
같은 예산안에는 미래대응기금 밖에도 의결 뒤 금액이 바뀔 수 있는 사업이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큰 나랏돈 사업의 경제성을 미리 따지는 절차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책상 필요로 이 조사를 면제한 사업도 기획예산처가 사업계획이 적정한지 검토한다. 그 결과는 예산 편성에 반영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검토가 늦은 사업을 지적했다. 산업통상부 사업 일부에서 검토가 10월 현재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사업은 2030년까지 6조 원을 쓰는 호남 반도체클러스터 지원이다. 이 사업은 새로 만드는 반도체 특별회계에 편성됐다. 한겨레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검토 결과가 내년 2~4월에 나오고, 감액 의견이 나오면 줄여 집행한다고 해명했다.
예결위는 11월 4~5일 종합정책질의를 열고,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정부가 답할 물음은 둘이다. 사업비에 다른 사업 기금처럼 20%를 적용하면 어떤 집행이 막히는가? 검토 결과가 의결 뒤에 나오는 사업은 국회가 무엇을 근거로 금액을 정하는가? 이번 심사의 핵심 쟁점은 쓸 곳이 미리 정해진 45조4000억 원에 보증기금과 같은 30%를 붙일지다.
출처 12건 펼치기
정부·국회·국제기구·법령 2건
- 국민참여입법센터,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 의안 제2221056호) 제안이유와 의안원문, 2026.11.2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재정법(기금운용계획 변경 한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의 적정성 검토, 별표 3 금융성 기금), 2026.11.2 확인.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10건
- 연합뉴스, 대통령 2일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예정(820조9000억 원), 2026.11.2.
- 조선일보, 예산 심사 일정과 국민의힘의 30% 변경 조항 반발("국회 심의권 침해"), 2026.11.2.
- 경향신문,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논평, 2026.11.1.
- 한겨레, 미래대응기금 162조3000억 원의 구성(사업 45조4000억 원, 국채 축소 12조5000억 원, 여유자금 104조4000억 원), 2026.11.1.
- 디지털타임스,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가재정법 개정안 검토보고서 보도(30%·20% 적용액 추산, 20% 초과 변경 즉시 제출 방안), 2026.10.4.
- SBS Biz(연합뉴스),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검토보고서 보도(금융성 기금과의 차이), 2026.10.4.
- SBS Biz,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기자실 발언(금융성 재원 70% 이상, 신속 대응), 2026.10.21.
- NEXT, 104조 원을 쌓는 미래대응기금, 꺼내는 한도는 법안에 없다, 2026.10.11.
- 한겨레, 국회예산정책처의 산업통상부 예타 면제 사업 적정성 검토 지적과 산업통상부 해명, 2026.11.1. 보고서는 국회예산정책처, 202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2026.10.30. 지적 내용은 한겨레의 인용 범위 안에서 썼다.
- MTN,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통합재정지원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회계 편성, 2026.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