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Minseong Kim ·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South Korea).JPG · CC BY-SA 4.0
10월 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기획예산처를 국정감사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예산안의 숫자 둘을 나란히 놓았다. 정부가 새로 만드는 미래대응기금에 104조 원을 쌓으면서 국채는 106조 원을 낸다고 따졌다. 정부 자료에서 106조 원은 내년에 국가채무가 느는 크기다. 박 의원은 이 기금이 몇 년이나 갈 것으로 보느냐고도 물었다. 박홍근 장관은 얼마를 쓰고 얼마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세금이 예년의 흐름보다 많이 걷힐 때 그 넘는 몫을 따로 담는 기금이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을 배경으로 든다. 정부는 내년에 걷을 소득세와 법인세 같은 세금이 지난 10년의 증가 흐름을 넘는 몫을 162조3000억 원으로 잡았다. 이 가운데 45조4000억 원은 사업에 쓴다. 104조4000억 원은 쓰지 않고 남긴다. 정부는 이 돈을 여유자금이라고 부른다. 여유자금은 내년 국세 수입 전망 584조4000억 원의 6분의 1을 넘는다.
그 돈으로 빚부터 갚으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정부는 여유자금을 모두 빚 갚는 데 쓰지 않는 이유를 내놓았다. 정부가 나라 살림에 쓰려고 내는 국채인 국고채의 내년 발행 계획은 222조8000억 원이다. 박창환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은 여유자금을 모두 빚 줄이는 데 쓰면 발행이 100조 원대로 내려간다고 했다. 그러면 국채를 사고파는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다 갚아 버리면 세금이 모자랄 때 다시 크게 빌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덜 빌리는 일도 하고 있다. 올해 더 걷힌 세금으로 10월 국고채 발행을 5조 원 줄였다.
빚을 다 갚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근거는 하나 더 있다. 빚의 액수는 늘어도 경제 규모와 비교한 비율은 내린다는 것이다. 국가채무는 올해 예산의 1413조8000억 원에서 내년 1519조8000억 원으로 늘 전망이다. 국내총생산과 비교한 비율은 51.6%에서 48.3%로 내린다. 정부 계획에서 이 비율은 2030년에 49.0%다. 쌓는 돈과 느는 빚이 회계상 직접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빚은 세금으로 꾸리는 기본 예산인 일반회계가 모자라서 낸다. 기금은 예년 흐름보다 더 걷힌 세금을 따로 떼어 쌓는다.
쌓는 쪽을 택한 정부의 설명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쌓은 다음이다. 쌓아 둔 돈이 저축 구실을 하는지는 꺼내 쓸 때 갈린다. 세금이 모자란 해에 꺼내 쓰면 그해에 빚을 덜 내도 된다. 그 전에 다른 곳에 써 버리면 세금이 모자란 해에 다시 빚을 내야 한다. 그래서 언제, 얼마까지 꺼낼 수 있는지를 법에 정해 두었는지가 중요하다. 법안에서 살펴볼 것이 두 가지 있다. 꺼내는 조건과 한도, 그리고 여유자금을 어디에 먼저 쓰는지다.
첫째는 꺼내는 조건과 한도다. 정부가 9월 3일 국회에 낸 미래대응기금법안에는 한 해에 얼마까지 꺼내는지, 어떤 때 꺼내는지가 없다. 법안은 18개 조로, 돈이 들어오는 길과 쓸 곳, 굴리는 방법을 정했다. 얼마까지 쌓는지와 기금을 언제까지 두는지는 정하지 않았다. 법안은 여유자금을 맡는 계정을 총괄계정이라고 부른다. 그 용도 첫째가 "다른 회계 또는 기금으로의 전출"이다. 기금 밖으로 돈을 넘긴다는 뜻인데, 여기에는 조건이 붙어 있지 않다. 기금 안의 사업 쪽으로 넘기는 데에도 한도가 없다. 법을 시행하는 데 드는 돈을 셈한 비용추계서도 붙지 않았다.
세금이 덜 걷힌 해에 꺼내는 길은 함께 낸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있다. 일반회계가 모자라면 기금의 여유자금을 넘겨 메운다. 기금이 쓰기로 한 돈의 큰 항목을 바꾸려면 바꾼 계획을 국회에 내는 것이 원칙이다. 개정안은 이 돈을 그 절차 없이 넘길 수 있게 하면서 세입이 모자랄 때라는 목적만 적었다. 얼마나 모자랄 때인지, 얼마까지인지는 개정안에도 없다. 국회에는 넘긴 뒤 "지체 없이" 내역을 낸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이를 "이미 이뤄진 변경 내역을 보고하는 절차"라고 적었다.
둘째는 여유자금을 어디에 먼저 쓰는지다. 여유자금은 세금이 모자랄 때만 쓰는 돈이 아니다. 기금 사업에도 쓸 수 있어서 어디에 먼저 쓰느냐가 문제가 된다. 박수영 의원은 기금 사업 130개 가운데 한 해로 끝나는 사업이 8개라고 했다. 정부가 임기 안에 기금을 다 쓰려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것은 야당 의원의 주장이다. 다만 박 장관도 9월 10일 세입이 더 없으면 기금이 어느 시점에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 뒤에도 필요한 사업은 일반회계로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세금이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힌 적은 실제로 있다.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 원에서 2024년 62조5000억 원으로 줄었다. 박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지난 정부 3년 동안 세수 결손이 100조 원가량 났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에 잡힌 법인세는 216조7000억 원이다. 지난해 실적의 두 배 반이다. 세금이 예산만큼 걷히지 않는 해에는 모자란 예산도 메워야 하고 기금 사업도 이어 가야 한다. 둘 다 같은 여유자금에서 나간다. 법안에는 어느 쪽에 먼저 쓰는지가 없다.
한때 크게 들어온 수입을 따로 쌓은 나라 가운데 세 곳은 꺼내 쓰는 데 한도를 뒀다. 아일랜드는 법률로 기금을 둘로 나눴다. 길게 묵히는 미래아일랜드기금은 2041년 전에는 꺼낼 수 없다. 충격에 대비하는 다른 기금은 재정이 크게 나빠진 해에도 25%까지만 꺼낸다. 노르웨이는 정치권이 합의한 재정 준칙에 따라 석유 기금에서 한 해 3% 안팎만 쓴다. 기금의 기대 실질수익에 해당하는 몫이다. 싱가포르는 준비금을 굴려 얻는 수익의 50%까지만 쓰게 하는 틀을 뒀다. 대상 자산은 헌법에 정의돼 있다.
남는 반론이 둘 있다. 하나는 국회가 해마다 계획을 심의한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기금운용계획을 해마다 국회에 내고 그 범위 안에서 운용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다만 국회가 해마다 심의하는 것은 그해의 계획이다. 세금이 모자란 해에 넘기는 돈은 미리 심의받지 않게 하자는 것이 개정안이다. 그래서 조건과 한도는 법률에 적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노르웨이는 석유가 있어 한국과 형편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 지적은 장관과 야당이 함께 했다. 그런데 형편이 서로 다른 세 나라가 모두 꺼내 쓰는 한도를 뒀다. KDI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태석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도 9월 토론회에서 객관적인 적립·인출·평가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위원회에 있다. 정부는 두 법안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는 법안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지정되면 상임위원회는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쳐야 한다. 그 전에 법에 넣을 것이 셋 있다. 첫째는 세금이 얼마나 모자랄 때 꺼낼 수 있는지와 한 해에 꺼낼 수 있는 한도다. 둘째는 여유자금을 기금 사업에 돌려쓸 수 있는 한도다. 셋째는 기금에 해마다 얼마가 들어오고 나가고 남을지 내다본 전망을 정부가 국회에 내게 하는 조항이다.
출처 20건 펼치기
정부·국회·국제기구·법령 6건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7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 의결(추가세수 162조3000억 원, 국세수입, 국가채무비율), 2026.9.1.
- 기획예산처, 2027년 예산안 홍보자료(미래대응기금 수입·지출안과 여유자금), 2026.9.1.
- 기획예산처,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국가채무 전망), 2026.9.1.
- 국민참여입법센터,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정부, 의안 제2221052호) 의안원문, 2026.10.11 확인.
- 국민참여입법센터,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 의안 제2221056호) 의안원문, 2026.10.11 확인.
- 싱가포르 재무부, 순투자수익기여금 설명, 2026.10.11 확인.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14건
- 뉴스1, 기획예산처 국정감사 종합(박수영 의원 질의, 박홍근 장관 답변), 2026.10.8.
-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획예산처 국정감사(기금 존속 기간 문답), 2026.10.8.
- 뉴스1 기사(파이낸셜뉴스 전재), 내년 국고채 발행 계획과 박창환 예산총괄심의관 설명, 2026.9.6.
- YTN, 기획예산처 국정감사(안도걸 의원 발언), 2026.10.9.
- SBS Biz, 10월 국고채 발행 5조 원 축소, 2026.10.1.
- SBS Biz(연합뉴스),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검토보고서 보도, 2026.10.4.
- 이투데이, 박홍근 장관 미래대응기금 소진 발언, 2026.9.10.
- 뉴스핌, 법인세 수입 추이, 2026.9.23.
- 재정경제부,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 2026.9.1.
- 한국경제, 2026년 국세수입 재추계(올해 법인세 136조4000억 원, 지난해보다 51조8000억 원 증가), 2026.9.30.
- 아일랜드 국고관리청(NTMA), 미래아일랜드기금 문답, 2026.10.11 확인.
- 아일랜드 국고관리청(NTMA), 인프라·기후·자연기금 문답, 2026.10.11 확인.
- 노르웨이중앙은행 투자운용(NBIM), 기금 소개, 2026.10.11 확인.
- KDI,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 개최 결과, 2026.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