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촬영한 우크라이나 국기. 이번 공관 인력 철수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2015년 7월 1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촬영한 우크라이나 국기. 이번 공관 인력 철수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 Wierzbowski · Flaga ukrainy.jpg · CC BY-SA 4.0

외교부가 10월 20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주재 공관원 일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가 없다는 점과 전역 공습에 따른 안전 문제를 함께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뉴시스는 절반가량이 철수할 예정이며 출국 시점은 미정이라고 보도했다. 절반가량은 언론이 전한 규모로, 외교부는 구체적인 철수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결정의 규모와 집행 시점은 아직 공개된 범위에서 나눠 봐야 한다.

배경에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공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있다. 공개 시점은 뉴욕 현지 9월 23일, 한국 시간으로는 24일이다. 정부는 28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초치는 상대국 외교관을 불러 자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조치다. 이번에는 한국에 와 있는 우크라이나 측 외교관에게 항의한 것이다. 포로들의 한국행 공개를 둘러싼 다툼이 공관 운영 문제로 이어졌다.

외교부는 29일 브리핑에서 당사자와 가족의 신변 안전 때문에 비공개로 다루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방적인 공개와 허위 공보를 문제 삼아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비공개 합의의 존재와 위반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하는 대목이다. 공개 문제에 관한 항의와 포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은 구별된다. 같은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자유 의사와 국제법·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포로 문제를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10월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을 결정했다. 경향신문은 10일 보도에서 박 대사가 이날 오전 귀국했다고 전했다. 초치가 한국에 있는 상대국 외교관을 부른 조치였다면, 소환은 우크라이나에 파견한 한국 대사를 국내로 불러들인 조치다. 이어 20일에는 공관원 일부 철수 결정이 나왔다. 상대에게 항의를 전달하는 방식과 현지에 남길 인력을 정하는 결정이 시간 순서대로 이어졌다.

대사 귀국 뒤에도 공관 업무는 계속됐다. 외교부는 10월 13일 브리핑에서 다른 직원들이 현장에서 일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현안을 관리하고 해결하기 위한 소통도 지속한다는 설명이었다. 재외국민 보호와 안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사의 소재지와 다른 직원들의 업무 장소가 달라진 상황이다. 대사를 불러들이는 항의 조치 뒤에도 양국 관계를 관리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업무는 남아 있었다.

20일 외교부 설명도 일부 철수 결정과 현지 기능 유지를 함께 제시했다. 대사대리는 외교 소통을 지속하고 영사 업무 인력은 모두 잔류한다. 영사 업무는 해외에 있는 자국민의 보호와 행정 지원 등을 맡는다. 공관원 전체가 떠나는 결정과 다른 점이다. 안전 우려에 상대국의 대응을 문제 삼는 배경이 함께 제시돼 외교적 항의의 성격도 읽힌다. 다만 인력 일부를 줄이는 결정이며 공관 폐쇄나 단교 발표는 아니다.

2015년 리비아에서는 공관에 대한 직접 공격이 먼저 있었다. 외교부의 4월 13일 논평에 따르면 전날 경비초소가 무장 공격을 받아 리비아 경찰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정부는 공격을 규탄하고 외교공관의 불가침 원칙을 강조했다. 이때 안전 우려는 실제 경비초소 피해와 공관·직원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에 근거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제시한 전역 공습 위험과는 위협을 설명하는 구체적인 사실이 다르다.

외교부는 4월 14일 발표에서 직원 2명과 가족 1명이 튀니지 임시사무소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시각 오후 6시 30분경 요르단 암만을 경유하는 항공편으로 이동했다. 당시 발표에 적힌 리비아 잔류 한국 국민은 32명이었다. 임시사무소는 리비아에 남은 한국 국민과 매일 연락하며 보호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현지 상황이 좋아지면 교대 근무 체제를 재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인력의 안전을 위해 업무 거점을 국외로 옮기면서도 국민 보호를 계속하는 방식이었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마지막 잔류 인력까지 출국했다. 외교부의 8월 17일 브리핑에 따르면 한국 시간 이날 오전 9시경 국민 1명과 대사 등 공관원 3명이 현지를 떠났다. 공관원 3명은 남은 국민의 출국을 지원하기 위해 잔류했다. 마지막 출국의 인원은 보호받던 국민과 지원을 맡은 공관원으로 구분된다. 직원의 출국 시점만이 아니라 남은 국민의 출국을 지원하는 임무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도 보여주는 사례다.

같은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항공기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카타르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임시 업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공관원들은 떠나기 전에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 인력이 모두 떠난 뒤에도 대사관 관련 업무를 다른 나라에서 잇는 구조였다. 리비아 역시 튀니지에서 보호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두 사례는 현지에 남는 직원 수와 별개로, 국민 보호와 외교 업무를 어느 거점에서 계속할지를 함께 결정한 사례다.

이번 우크라이나 결정의 차이는 현지 영사·외교 기능을 남긴다는 설명에 있다. 과거 두 사례를 인원수만으로 비교하면 국외 이전과 현지 잔류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에는 지원과 양국 관계 관리라는 문제도 얽혀 있다. 일부 인력 감축이 이 업무 전체의 중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감축 규모와 집행 시점이 공개되면 남은 인력의 업무 범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교의 기준은 몇 명이 떠나는지와 함께 어디에서 어떤 기능을 계속하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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