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 훈련. 2017년 7월 5일 동해안에서 미 육군이 촬영한 자료사진이다.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 훈련. 2017년 7월 5일 동해안에서 미 육군이 촬영한 자료사진이다.
사진: U.S. Army, Sinthia Rosario · ROK-US Alliance Demonstrates Precision Firing Capability 02.jpg · Public domain

미국 동부 시각으로 8월 16일 일요일 저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 하나를 올렸다. 한미 연합연습이 북한에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피트 헤그세스 장관에게 연습을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다고도 적었다. 한국은 그때 17일 월요일, 연습 첫날이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이 글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줄어든 것은 '을지 자유의 방패'다. 한미 군 지휘부가 전쟁 상황을 가정하고 해마다 8월에 함께 하는 연습으로, 열하루로 잡혀 있었다. 합동참모본부는 19일 이 연습의 기간을 "미국 측 제안"으로 닷새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방어 다음 순서인 반격 작전 연습은 하지 않았다. 병력이 실제로 움직이는 야외 기동훈련도 14건 가운데 7건은 미뤘다. 북한의 답은 그날 밤에 나왔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연습 축소를 두고 "평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밤 트럼프 대통령의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조 장관은 연습 축소가 한미 실무선에서 논의해 온 일이어서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고 했다. 미국은 한국 방어 연습을 줄였고, 한국은 환영했고, 북한은 내놓은 것이 없다. 문제는 이 순서다. 11월 중국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그 무렵 북미 정상이 만나는 방안이 거론된다. 같은 순서가 더 큰 규모로 되풀이될 수 있다. 그 전에 살펴볼 것은 비핵화라는 목표, 북한이 미국에 내건 조건, 그리고 무엇을 멈추는지다.

비핵화라는 목표에서 먼저 멀어진 것은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한미가 공동 문서에 적어 온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을 올린 지 사흘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개"를 가졌다고 말했다. 비핵화가 여전히 목표냐는 물음에는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문서가 뒤따랐다. 5월 미중 정상회담 뒤 백악관이 낸 설명자료에는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는 문장이 있었다. 9월 회담 자료에는 그 문장이 없다. 같은 자료는 이란에 대해서는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적었다. 다만 장관급 문서인 9월 21일 한미일 외교장관 성명에는 완전한 비핵화가 남아 있다.

한국 정부도 같은 쪽으로 움직였다. 이 대통령은 9월 22일 공개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지금 비핵화를 목표로 삼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먼저 멈추고, 다음에 줄이고, 길게는 없애자고 했다. 첫 단계를 흔히 동결이라고 부른다. 동결을 서두를 까닭은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이 조립한 핵탄두 추정치를 지난해 50기 안팎에서 올해 60기 안팎으로 올렸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8월 21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는 물음을 두고 "본질적 질문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급한 것은 생산을 세우는 일이라는 뜻이다.

북한이 미국에 내건 조건은 김 위원장이 올해 2월 노동당 대회에서 밝혔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한 것은 제재 해제였다. 올해 2월에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북한 외무성은 8월 31일 적대시 정책의 내용으로 비핵화 요구와 인권 문제 제기, 군사적 위협을 꼽았다. 김 부장은 연합연습을 적대감의 표현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연합연습은 한국을 지키는 계획을 한미 군이 함께 익히는 자리다.

8월에는 그 연습이 북한의 조치 없이 줄었다. 김 부장은 같은 담화에서 미국이 이를 선의의 조치로 내세우려 한다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연습 기간이던 8월 20일에 탄도미사일을 쐈고, 연습이 끝난 뒤에도 9월 12일과 20일, 10월 3일에 쐈다. 미뤘던 야외 훈련은 뒤늦게 채워지고 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7건 가운데 6건은 일정이 잡혔고 1건은 한미가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반격 작전 연습을 다시 한다는 말은 그 답에 없었다.

무엇을 멈추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꼽은 것은 추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겨눈 무기다. 유엔 연설에서는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중단이라고 더 넓게 말했다. 합참은 9월 20일 북한이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포착했다. 북한은 이틀 뒤 이를 '화성포-11마-1형' 시험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9월 23일 논평에서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이 논의에서 빠졌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구상이 중단을 "축소의 시작"으로 보는 틀이라고 평가했다. 단거리 미사일과, 전장에서 쓰려고 만든 핵무기인 전술핵이 첫 단계에 들어가는지는 정부가 답할 물음이다.

대가를 따지다 기회를 놓친다는 반론은 무겁다.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은 올해 협상의 현실적 목표가 북핵 증강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대화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쪽으로 간다면 한국이 당분간 제외되는 것은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탄두가 해마다 느는 동안 회담의 형식을 다툴 여유는 없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말은 옳다. 그러나 한국이 회담장에서 빠지는 것과,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한국 쪽 양보부터 나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룬 훈련은 다시 할 수 있지만, 이미 줄인 연습을 되돌려 협상에 쓸 수는 없다. 북한의 조치와 묶을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줄일 연습뿐이다.

미국이 한국을 도울 것이라는 믿음은 8월의 일이 있기 전부터 내려가고 있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7월에 1,200명을 면접해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전쟁이 나면 미국이 한국을 도울 것이라는 응답은 61.2%였다. 한 해 사이 9.3%포인트 내렸는데, 조사 이래 가장 큰 폭이다. 반면 독자 핵무장 찬성은 51.8%에서 61.1%로 올라 가장 높았다. 다만 연구원은 이 찬성을 비용과 외교 부담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연습 축소와 정상 문서의 변화는 이 조사 뒤에 일어난 일이다.

정부도 걱정은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8월 28일 안보 태세가 느슨해지거나 한국이 건너뛰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미국에 대한 요구로 바꾸면 세 가지가 된다. 첫째는 한국의 방어에서 나가는 양보를 북한의 확인된 조치와 같은 날 맞바꾸는 것이다. 둘째는 멈추는 대상에 한국을 겨누는 단거리 미사일과 전술핵을 넣는 것이다. 셋째는 연습과 전력 배치에 관한 결정을 발표 전에 한국과 협의하는 것이다. 선전 APEC 정상회의는 11월 18일에 시작한다. 한미가 이 세 가지를 맞춰 둘 시간은 다섯 주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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