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Endearing9721 · Seoul Central District Prosecutors' Office 2026.jpg · CC0 1.0
검찰청이 문을 닫고 기소만 맡는 공소청이 출범한 지 2일로 한 달이 됐다. 경찰은 개편 전처럼 구속영장을 법원에 바로 내지 못하고 검사에게 신청한다. 그런데 이 한 달 동안 3건 가운데 1건 넘게 검사 단계에서 법원에 청구되지 않았다. 피의자가 갇힐지, 피해자가 기다리는 사건이 언제 법원에 갈지가 이 단계에서 갈린다. 늘어난 불청구는 검사가 경찰 수사를 걸러 내는 견제일까, 사건을 늦추는 지연일까?
증가는 분명하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10월 2~24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1936건 가운데 701건(36.2%)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다. 올해 1~9월의 불청구율 22.2%보다 14%포인트 높다.
보완수사 요구도 늘었지만, 증가 폭은 비교 기준에 따라 다르다. 보완수사 요구는 검사가 모자란 수사를 경찰에 다시 맡기는 일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10월 2~29일의 28일 동안 공소청은 1만2465건을 요구했다. 상반기 한 달 평균 1만985건보다 13% 넘게 많다. 반면 조선일보에 따르면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10월 2~26일 요구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2% 늘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막힌 점을 구속영장 불청구가 늘어난 배경으로 들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권한을 없앴다. 그래서 영장 신청서가 모자라 보여도 검사가 직접 보완하기는 어렵다. 대신 영장 청구를 정하는 데 필요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한 검찰 간부는 영장 문구 한 줄만 고쳐도 '수사 개입' 시비가 날 수 있다고 했다.
법이 새로 준 심사 권한을 쓴 사례도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공소청은 10월 29일 다올금융그룹 회장 등 3명의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개정법이 새로 둔 영장 심사 면담을 거쳤다. 혐의와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공소청 관계자는 "강제수사 필요성을 더 깐깐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청구율은 공소청 출범 전부터 오르고 있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구속영장 불청구율은 지난해 17.9%였고 올해 1~9월에는 22.2%였다. 그래서 36.2% 가운데 얼마가 제도 개편에서 나왔는지는 한 달 숫자만으로 가를 수 없다.
구속 사건에서는 보완수사를 기다릴 시간이 구속 기간보다 길 수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경찰은 구속한 피의자를 10일 안에 검사에게 넘겨야 한다. 검사는 넘겨받은 뒤 10일 안에 기소하지 않으면 피의자를 풀어 줘야 한다. 법원 허가를 받으면 검사의 구속 기간을 한 번 10일 늘릴 수 있다. 반면 보완수사 요구의 이행 기한은 원칙적으로 1개월이다. 검사가 더 짧은 기한을 정할 수는 있다. 그래도 보완수사가 늦어진다고 구속 기간이 늘지는 않는다.
혐의를 줄여 기소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겨레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결국 축소된 범죄 사실로 기소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혐의를 무겁게 바꾼 사건도 시간이 빠듯했다. 아이뉴스24에 따르면 충북 진천 살인 사건에서 공소청은 경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정황으로 퇴직금을 노렸다는 자백을 받았다. 이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한 지역 검사는 피의자가 "구속 만기인 20일을 꽉 채워 당일 겨우 기소됐다"고 했다.
피해자와 고소인은 새 증거를 경찰과 공소청 가운데 어디에 낼지 헷갈린다. 개정법에 따르면 검사가 면담이나 사실관계 확인으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한겨레에 따르면 남언호 변호사는 송치 뒤 생긴 증거를 두 기관에 함께 낸다며 "매번 두군데에 증거를 내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검사가 얻은 자료를 증거로 못 쓰게 한 조항에도 까닭은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조항은 검사가 면담을 빌미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들어갔다. 다만 피해자가 낸 증거만은 달리 다루자는 의견이 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는 동아일보에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낸 증거를 검사가 검토해 법원에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견제와 지연을 가를 숫자는 따로 있다. 하나는 공소청이 걸러 낸 뒤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얼마나 발부됐는지다. 공소청이 약한 신청만 걸러 냈는지 짐작할 단서다. 다른 하나는 구속 사건 가운데 보완수사를 기다리다 풀려나거나 혐의를 줄여 기소된 사건의 수다. 10월 초에 나간 보완수사 요구는 원칙대로라면 이달 초부터 1개월 이행 기한을 맞는다.
정부가 답할 물음은 둘이다. 공소청이 청구한 구속영장의 법원 발부율은 개편 전보다 올랐는가? 보완수사를 기다리다 풀려나거나 혐의를 줄여 기소된 구속 사건은 몇 건인가? 불청구율 36.2%가 견제인지 지연인지 가리려면 이 두 숫자가 먼저 공개돼야 한다.
출처 9건 펼치기
정부·국회·국제기구·법령 1건
-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보완수사 요구, 영장 신청 심사 면담, 구속기간과 연장,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 2026.11.2 확인.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8건
- NEXT, 검찰청이 없어졌다: 고소는 어디에 내고 내 사건은 누가 맡나, 2026.10.2.
- 한국일보, 10월 2~24일 구속영장 불청구 701건(36.2%)과 검찰 간부 발언, 2026.11.1.
- 한겨레, 보완수사 요구 1만2465건과 상반기 월평균 비교, 부장검사·변호사 발언, 증거 사용 금지 조항의 취지, 2026.11.2.
- 조선일보, 국가수사본부장 발표(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2% 증가)와 서울남부지방공소청의 구속영장 반려, 2026.11.2.
- 한국경제, 공소청 관계자 설명, 2026.11.1.
- 문화일보, 연도별 구속영장 불청구율, 2026.10.30.
- 아이뉴스24, 충북 진천 살인 사건의 강도살인 기소 경위와 지역 검사 발언, 2026.10.14.
- 동아일보,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 발언, 2026.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