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 중 한미 연합 지휘소 회의에 참석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2025년 8월 19일 미 육군이 촬영한 자료사진이다.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 중 한미 연합 지휘소 회의에 참석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2025년 8월 19일 미 육군이 촬영한 자료사진이다.
사진: U.S. Army, Staff Sgt. James Hobbs · ROK MINDEF and Tri-Command Commander attend MDMP during UFS25 (9268930).jpg · Public domain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4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자신을 전작권 전환 찬성론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안보 환경이 달라졌고, 이에 따라 새로운 평가 기준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전작권 전환에는 찬성하지만, 필요한 군사적 능력을 갖췄는지는 엄격하게 따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작권을 넘기면 무엇이 달라지나

전작권은 전쟁이 났을 때 한미 양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연합군을 지휘하는 권한이다.

현재는 미군 대장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이 권한을 행사한다. 전작권이 한국으로 넘어오면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군사령관을 맡고, 미군 대장은 부사령관이 된다.

한미는 2014년 전작권 전환 날짜를 미리 정하는 방식을 폐기했다. 대신 한국군이 필요한 능력을 갖췄을 때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전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1. 한국군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갖출 것.

2.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확보할 것.

3. 한반도와 주변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환에 적합할 것.

이 가운데 첫 번째 조건인 한국군의 지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세 단계 검증을 진행한다.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다.

2019년 1단계 검증을 마쳤고, 올해는 2단계 검증을 완료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목표다.

한미가 충돌하는 지점은 '평가 기준'

문제는 2단계 검증을 놓고 한미의 판단이 다르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기준을 충족했다고 평가한 일부 항목을 올해 다시 평가하면서 미충족 판정을 내렸다.

한국 정부는 이미 통과한 항목은 그대로 인정하고, 올해 추가로 충족한 항목을 합산하면 검증을 끝낼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미국은 군사기술과 전장 환경이 계속 변하는 만큼 이미 통과한 항목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특히 중시하는 분야는 지휘통제체계다.

한국군 사령관이 미군의 첨단 지휘통제체계를 활용해 연합군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표적 분석, 정보·감시·정찰 능력, 군 통신망의 보안 수준도 평가 대상이다.

쉽게 말해 한국군이 전쟁을 지휘할 능력을 갖췄는지를 두고 양국의 판단이 엇갈리는 것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14일 미국과 관점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강 장관은 과학적인 평가도 정치적 논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정부는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까지 이견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 내년, 미국은 2029년을 바라본다

전환 일정에서도 온도 차가 드러난다.

한국 정부는 올해 2단계 검증을 마치고 전환 목표 연도를 정해 이르면 내년 전작권 전환을 완료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브런슨 사령관이 지난 4월 미국 의회에 밝힌 계획은 다르다.

그는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2029년 1~3월까지 충족하는 로드맵을 미 국방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물론 두 일정이 정확히 같은 의미는 아니다. 미국이 제시한 2029년은 조건 충족 시한이고,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내년은 가장 빠른 전환 완료 시점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미국보다 훨씬 빠른 전환을 추진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더구나 마지막 3단계 검증에도 약 1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단계 검증조차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내년 전환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상 간 정치적 합의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 안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결단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월 전작권 전환이 기본적으로 정치적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한미 정상 간 담판으로 이견을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브런슨 사령관 역시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전환을 지시하면 따르겠다고 했다.

다만 중요한 단서를 달았다.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환할 경우 발생할 위험도 함께 보고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법률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미국 국방수권법은 한미가 합의한 계획에서 벗어나 전작권을 전환하는 데 국방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

이 제한을 해제하려면 미 국방장관이 전환 조건의 충족 여부 등에 관한 평가와 인증을 의회에 제출하고 60일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양국 정상이 정치적으로 합의하더라도 기존 계획을 벗어나 전환하려면 미국의 법적 절차까지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환 날짜가 아니라 준비 상태다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한국군 장성이 연합군사령관 자리에 앉는 문제가 아니다.

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연합작전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가 걸려 있다.

정부는 세 가지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첫째, 지난해 통과했던 평가 항목 가운데 올해 미달 판정을 받은 것은 무엇인가.

둘째, 이미 통과한 항목도 매년 다시 평가하도록 한미가 합의했는가.

셋째, 평가 기준이 달라졌다면 어떤 기준을 누가, 어떻게 바꿨는가.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는 당초 11월에서 12월로 연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야 할 것은 전환 날짜를 정하는 일이 아니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한미 양국이 함께 확인하는 일이다.

전작권 전환의 성공은 얼마나 빨리 넘겨받느냐가 아니라, 넘겨받은 뒤 얼마나 확실하게 나라를 지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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