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2015년 3월 19일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정부세종청사. 2015년 3월 19일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사진: Minseong Kim · Government Complex Sejong (N).jpg · CC BY-SA 4.0

지난 13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소방 재정을 두고 ‘재정 빨대’라는 표현을 썼다. 국가직 소방관의 인건비를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부담하는 현실을 설명하면서 나온 말이다.

소방공무원노조는 소방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반발했다. 경기도는 소방관이 아니라 불합리한 재정 구조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발언은 부적절했지만, 그 뒤에는 지방재정의 오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2024년 기준 소방관 인건비 가운데 국비 비중은 8.6%에 불과하다. 나머지 90% 이상을 시·도가 부담한다. 경기도의 경우 2027년 소방관 인건비만 1조1천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가가 소방관의 신분을 정하면서 인건비는 지방에 맡긴 셈이다. 이런 문제는 소방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중앙정부가 사업을 결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비용 일부를 부담시키는 국고보조사업에서도 반복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고보조사업에 투입되는 지방비는 2021년 30조8천억 원에서 2026년 예산안 기준 45조1천억 원으로 늘었다. 5년 만에 14조3천억 원, 46%가량 증가했다.지방에 내려가는 돈은 늘어나지만, 정작 지방이 스스로 결정해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드는 구조다.

지방세는 늘었는데 재정 자율성은 후퇴

정부는 그동안 지방재정을 강화한다며 지방세 비중을 높여 왔다.

2010년 5%였던 지방소비세율은 2023년 25.3%로 올랐다. 전체 세금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25.3%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26년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7.3%다. 2024년과 2025년의 48.6%보다 낮다. 2024년에는 지방세 수입만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104곳에 달했다. 전체의 42.8%다.

더 주목할 숫자가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지방예산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0.8%에서 2026년 23.2%로 높아졌다. 반면 지방세와 지방교부세 등 지자체가 용도를 정할 수 있는 '자유재원' 비중은 같은 기간 74.1%에서 64.9%로 떨어졌다.

세금은 더 걷게 됐지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에 지방이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돈이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지자체가 더 무거운 부담을 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노원구다.

노원구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14.1%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런데 생계급여 사업비 1,462억 원 가운데 176억 원을 구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

국비 지원 비율이 60%에 그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28%를 부담하고 나머지 12%는 노원구 몫이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경기 성남시와 화성시는 같은 생계급여 사업에 국비 90%를 지원받는다.

재정 형편이 어려운 노원구의 국비 지원 비율이 오히려 더 낮은 셈이다. 지역별 보조율을 정하는 기준이 실제 재정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 달서구도 비슷한 처지다.

달서구는 지난 8월 재정 비상체제를 선언하고 천체과학관과 생태관 등 594억 원 규모의 신규 사업을 중단했다. 축제와 행사 예산도 줄이기로 했다.

기초연금과 보육료 등 중앙정부와 대구시가 지원하는 복지사업이 늘면서 달서구가 부담해야 할 돈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복지사업을 확대하면 지방은 정해진 몫을 내야 한다. 결국 지방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려던 사업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돈을 더 줬다지만, 지방은 쓸 돈이 없다고 한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놓고도 같은 논란이 벌어졌다.

총사업비 6조1,400억 원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돈은 1조3,201억 원이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국가가 주도하는 정책이라면 전액 국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박했다. 추경을 통해 지방에 9조7천억 원이 내려가는데 지방 부담은 1조3천억 원에 불과하다며, 지방의 재정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은 서로 다른 문제를 다룬다.

대통령은 지방에 내려가는 돈의 총액을 말한다. 반면 김 지사는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에 지방이 의무적으로 돈을 내야 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지방에 10조 원이 내려가더라도 그 돈을 어디에 쓸지 중앙정부가 정한다면 지방의 재정 자율성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돈을 얼마나 내려보내느냐 못지않게 누가 사용처를 결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지방교부세 개편도 논란

지방재정의 또 다른 축은 지방교부세다.

정부가 거둔 내국세의 19.24%를 재정 형편에 따라 지자체에 나눠 주는 돈이다. 국고보조금과 달리 지자체가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국세가 덜 걷히면 지방교부세도 줄어든다는 점이다.

2023년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정부는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당초 계획보다 적게 내려보냈다. 2024년에도 지방교부세 2조2천억 원을 감액했다.

지자체들은 예정했던 사업을 미루거나 다음 해 예산을 줄여야 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도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정부는 세수가 많은 해에 돈을 쌓아 두었다가 세수가 부족할 때와 미래 투자에 활용하겠다며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기금에 들어가는 돈을 내국세에서 먼저 빼고 지방교부세를 계산하는 방식이어서 논란이다.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지방교부세가 약 30조 원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교부세율 19.24%를 그대로 유지하고, 기금 일부를 지방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설명한다. 2027년 지방교부세 총액도 전년보다 늘어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기금에서 지방에 배분되는 돈 가운데 지자체가 일반재원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몫은 3조5천억 원에 그친다.

지방에 지원하는 돈의 총액과 지방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다르다는 문제가 여기서도 반복된다.

지방세 비율 7대 3,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현재 약 75대 25에서 70대 30 수준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지방소비세율을 높이고 지방교부세율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회에서는 지방소비세율을 40.3%로 올리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세금 비율만 바꾼다고 지방재정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지방세를 더 걷더라도 중앙정부 사업에 부담해야 하는 돈이 함께 늘면 실질적인 재정 여력은 커지지 않는다.

또한 세원이 풍부한 수도권과 대도시가 더 많은 세금을 확보하면서 지역 간 재정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과거 사례도 이를 보여 준다.

2021년 지방소비세 인상으로 지방에 배분된 돈은 4조1천억 원 늘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지방이 실질적으로 추가 확보한 재원은 1조 원에 그쳤다. 2조3천억 원은 지방으로 이양된 국가사업의 비용을 충당하는 데 쓰였다.

지방세 비중을 높이는 정책 자체는 필요하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의 비용까지 지방에 떠넘기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재정분권, 세금 비율보다 돈 쓸 권한이 중요하다

지방재정 개편의 방향은 분명하다.

우선 국가직 소방관 인건비처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비용을 어디까지 국비로 부담할지 정해야 한다.

생계급여 등 전국 공통 복지사업의 국비 지원 비율도 지자체의 재정 형편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재정이 어려운 지역에 더 무거운 부담이 돌아가는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

미래대응기금 도입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소 규모와 지방세 인상 효과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지방에 내려가는 돈의 총액뿐 아니라 지방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늘거나 줄어드는지 따져야 한다.

국회는 12월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지방재정 개편도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숫자로 검증해야 한다.

재정분권의 목적은 중앙정부가 걷는 세금을 지방에 더 많이 나눠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방이 자기 지역에 필요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지방에 돈을 얼마나 주느냐보다 지방이 그 돈을 얼마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느냐가 진정한 재정분권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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