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원유의 37%를 장금상선 그룹 소유 유조선이 실어 날랐다(배의 소유주 기준 블룸버그 집계). 이란 PGSA는 11월 1일부터 이 회사 모든 선박에 조치를 예고했다. 자료: 연합뉴스·블룸버그, PGSA. 그래픽: NEXT
사진: NEXT · 장금상선 호르무즈 원유 수송 몫과 이란의 시한 · NEXT 자체 제작

이란의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이 27일(현지시간)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을 지목했다. 11월 1일부터 이 회사의 모든 선박에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다. 장금상선 그룹 소유 유조선은 9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원유의 37%를 실어 날랐다. 이란은 한국 선사를 겨눴는데, 정부의 선박 보호 장치는 이 배들에 닿을까.

PGSA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관리하겠다며 세운 기관이다. PGSA의 엑스(X) 글에 따르면 장금상선(영문명 시노코) 선박이 지난 3개월간 통항 규정을 가장 많이 어겼다. 이란이 정한 규정이다. 최소 7척에는 이미 "단속 조치"를 했다고 했다. 어떤 조치를 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위반 선박 명단에 오른 배에는 벌금, 억류, 몰수를 경고해 왔다. 장금상선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다만 37%는 한국이 들여온 원유의 몫이 아니다. 블룸버그가 선박 추적 자료로 계산한 값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9월 해협을 지난 원유는 약 2억8630만 배럴이었다. 장금상선 그룹 소유 유조선이 그 가운데 1억560만 배럴을 날랐다. 블룸버그는 운항사가 아니라 배의 소유주를 기준으로 셌다. 이 유조선들은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싣고 해협을 지나 오만만에서 다른 배로 옮겨 싣는다.

해운협회가 9월에 설명한 7척은 정부 기준의 '우리 배'가 아니었다. 한국해운협회는 9월 15일 PGSA 명단에 오른 7척을 설명했다. 장금상선 소유로 거론됐지만 실제로는 모두 해외 선주 소유라는 것이다. 장금상선이 빌린 배를 다시 해외 석유회사에 빌려준 경우다. 또 한국인 선원은 없다고 했다. 로이드 리스트는 이와 따로, 장금상선 소유 유조선 7척이 공격으로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해양수산부의 기준은 분명하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해수부가 관리하는 '우리 선박'은 한국 국적선이다. 용선이 끝나면 한국 국적이 되는 배도 들어간다. 해수부는 6월 장금상선 유조선 2척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갔을 때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외교부도 9월 2일 공지에서 피격된 장금상선 관련 유조선 1척이 "관리 대상이 아니며, 우리 국민이 승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정부가 밝혀 온 안전 조치도 국적선과 한국인 선원을 향해 있다. 남재헌 해수부 차관은 7월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 우리 국적 선박이 들어가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라고 선사에 알리고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부는 해협 안의 한국 선박과 선원을 24시간 지켜봤다. 운항 정보를 줘 배들이 해협을 빠져나오도록 돕기도 했다. 7월 13일 기준 페르시아만 안의 한국인 선원은 17명이었고, 그 가운데 10명은 외국 선박에 타고 있었다.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과 임무는 국회 동의안에 정해져 있다. 지금 동의안의 파견 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다. 유사시 우리 국민을 보호할 때는 '지시되는 해역'도 포함한다. 국방부는 15일 연장 동의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만만까지 작전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거론되고, 정부의 명분은 아덴만 해적 증가다. 국회 동의를 둘러싼 쟁점은 앞선 글에서 다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방안을 "자체 방어 능력을 좀 더 보강을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에 파병되는 이건 전혀 아니다"라며, 작전 지역은 "아직 구체화된 건 없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9월 7일 정부가 파병 결정을 미룬다며 "신속하게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물론 외국 선적 배까지 정부가 지켜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금상선은 6월 다른 배들이 빠져나올 때 유조선 2척을 페르시아만 안으로 들여보냈다. 군함으로 이런 배를 호송하면 이란이 한국을 미국 군사작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경향신문도 16일 사설에서 오만만 확대를 두고 비슷한 우려를 적었다.

그러나 정부와 무관한 일도 아니다. PGSA의 경고는 화물 주인과 보험사까지 겨눴다. 미국 재무부는 5월 27일 혁명수비대를 돕는다며 PGSA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재무부에 따르면 통행료를 내는 등 이 기관에 협조하는 쪽도 제재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장금상선은 이란 요구를 따르면 미국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이란의 조치를 걱정해야 한다. 한국 회사가 두 나라 사이에 놓인 셈이다. NEXT는 여기서 정부의 몫이 외교에 있다고 본다.

정부가 답할 물음은 두 가지다. 장금상선 그룹이 직접 소유한 배 가운데 한국 국적선이나 한국인 선원이 탄 배가 있는가. 11월 1일 이후 이 회사의 배가 억류되면 정부는 외교 경로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란의 시한은 나흘 뒤이고, 지금 청해부대 파견 기간은 12월 31일까지다.

이란은 '한국 선사'를 겨눴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보호 기준은 '한국 배'와 '한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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