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서울연구원(Seoul Institute) · Kukkiwon (2019).jpg · CC BY 4.0
유네스코 평가기구가 북한이 낸 태권도를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올리라고 권고했다. 평가기구는 위원회에 앞서 각국 신청서를 심사하는 전문가 6명과 민간단체 6곳의 대표다. 최종 결정은 11월 30일부터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나온다. 한국 정부도 올해 3월 따로 태권도 신청서를 냈다. 국가유산청이 바란 남북 공동 등재는 이번 심사에 오르지 못했다. 북한 이름으로 오르는 태권도에 한국은 어떤 길로 합류할 수 있나.
권고된 등재 이름에는 북한의 국호가 들어 있다. 북한이 2024년 3월 낸 신청서의 영문 이름은 "Taekwon-Do, traditional martial art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다. 국가유산청은 이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로 옮겼다. 결정문 초안은 위원회가 이 이름 그대로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한다"고 적었다.
북한이 등재를 '선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먼저 등재돼도 "배타적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위원회도 2014년 페루 축제를 등재하면서 대표목록 등재가 "배타성을 뜻하지 않는다"고 결정문에 적었다. 같은 종목이 나라마다 따로 오른 전례도 있다. 아리랑은 한국이 2012년, 북한이 2014년 각각 다른 이름으로 올렸다.
그러나 한국이 북한의 등재에 함께 이름을 올리려면 북한 쪽 동의가 필요하다. 국가유산청이 4일 밝힌 길은 '확장 등재'와 '단독 등재'다. 확장 등재는 이미 오른 종목에 다른 나라의 유산을 더하는 방식이다. 공동 등재는 여러 나라가 처음부터 함께 신청하는 방식이다. 국가유산청은 5일 자료에서 "두 방식 모두 당사국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운영지침도 같은 조건을 둔다. 운영지침에 따르면 처음 신청에 동의한 공동체가 확장에도 동의해야 한다. 태권도라면 북한 신청에 동의한 북한의 공동체가 그 대상이다. 확장이 받아들여지면 한국을 더한 새 등재가 원래 등재를 대신한다. 평가기구는 올해 보고서에서 이름도 다뤘다. 특정 나라를 가리키지 않는 이름이 나중의 확장을 돕는다는 것이다. 북한 신청서 이름은 그렇지 않다.
단독 등재는 북한의 동의가 필요 없지만 심사 차례가 있다. 운영지침은 위원회가 한 해 다루는 신청서를 60건 이내로 정한다. 이 상한 안에서는 전년에 심사받지 않은 나라의 신청서가 먼저다. 국가유산청은 2024년 9월 이 규칙을 들어 한국 같은 나라는 "실질적으로 '2년에 한 번씩만 심의'" 받는다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사무국은 올해 문서에서 지금 제도로는 이 주기도 지키기 어려워 보인다고 적었다.
한국 태권도 신청서는 올해 심사 문서에 들어 있지 않다. 올해 한국 신청 종목은 한지였고, 한지는 이번에 등재 권고를 받았다. 연합뉴스와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3월 함께 낸 인삼문화는 2028년 12월 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확장 등재의 심사 순서도 바뀔 수 있다. 유네스코 사무국은 그동안 확장 신청을 한 해 상한 밖에서 따로 다뤘다. 그런데 2024~2026년 세 심사 주기를 합쳐 16건이던 확장 신청이 2027년 주기에만 14건 들어왔다. 사무국은 이번 위원회에 결정문 초안을 냈다. 2028년부터 확장 신청도 한 해 상한에 넣자는 내용이다.
국가유산청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대응이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2024년 9월에는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 표명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자료에서는 지난 정부가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2월 남북 공동 등재 추진을 2026년 업무계획에 넣었다. 올해 1월 세계유산분과와 무형유산분과 합동위원회는 태권도를 공동 등재나 확장 등재를 위한 다음 신청 대상으로 골랐다. 3월 31일 낸 신청서의 이름은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다. 국가유산청은 통일부·외교부와 소통하고 유네스코 관계자에게 공동 등재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2018년 씨름의 전례는 이번과 조건이 달랐다. 씨름은 남북이 따로 낸 신청서를 심사 도중에 합친 경우다. 유네스코는 두 나라가 각자의 신청을 합친 일을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북한 신청서만 올해 심사를 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3월 이후 북한이나 유네스코와 어떤 협의를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인삼문화를 2028년에 올린다면 3월에 낸 태권도 신청서는 몇 년 위원회에 오르나? 확장 등재를 택한다면 북한 쪽 동의는 어떤 경로로 구할 것인가? 샤먼 위원회는 12월 5일까지 열린다. 북한의 단독 등재가 한국 태권도의 등재를 막지는 않는다. 다만 북한 등재에 합류하는 길은 북한 쪽 동의에, 따로 오르는 길은 한국의 심사 차례에 달려 있다.
출처 16건 펼치기
정부·국회·국제기구·법령 3건
- 국가유산청(정책브리핑),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태권도' 등재 관련 국가유산청 입장 및 향후 추진 계획(첨부 설명자료), 2026.11.4.
- 국가유산청(정책브리핑), 유네스코, '한지 문화' 인류무형유산 등재 권고…12월 최종 결정, 2026.11.5.
- 국가유산청(정책브리핑), 국가유산청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공동등재는 남북한 동의 필수", 2024.9.24.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13건
- 유네스코, 제21차 무형유산위원회 회의 안내와 문서 목록, 2026.11.8 조회. 회의 일정(2026.11.30~12.5)과 장소(중국 샤먼), 의제별 문서.
- 유네스코, LHE/26/21.COM/7.b 대표목록 등재 신청서 심사(평가기구 권고와 결정문 초안), 2026.11. 결정문 초안 21.COM 7.b.51(북한 신청 파일 02266).
- 유네스코, LHE/26/21.COM/7 평가기구 2026년 활동 보고서, 2026.11. 평가기구 12명, 이름 붙이기 권고, 확장 신청 관련 의견.
- 유네스코, LHE/26/21.COM/9 등재 신청서 처리(2027~2029년 심사 계획과 결정문 초안 21.COM 9), 2026.11. 확장 신청 건수, 2028년부터 상한 안에서 세는 안.
-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운영지침(2024년 제10차 총회 개정본). 다국 신청(13항), 확장 등재(16~19항), 연간 상한과 우선순위(33·34항), 신청 기한(54항).
- 유네스코, 결정 9.COM 10.34(페루 칸델라리아 성모 축제 등재), 2014.
- 유네스코, 한국의 아리랑 등재 정보, 2012 등재(7.COM 11.27).
- 유네스코, 북한의 아리랑 등재 정보, 2014 등재(9.COM 10.14).
- 유네스코, 씨름 남북 공동 등재 소식, 2018.11.26.
- 뉴시스, 국가유산청, 내년 K-헤리티지 세계화 원년으로…5년來 100조원 시장 목표, 2025.12.16.
- 헤럴드경제, '태권도'·'인삼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도전, 2026.3.31. 신청 날짜와 영문 이름, 문화유산위원회 선정, 인삼문화 2028년 결정 일정.
- 연합뉴스, 태권도, 北 유네스코 단독 등재 유력…허민 "공동 등재 어려워", 2026.11.2.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SNS 글, 북한 신청 이름, 인삼문화 2028년 심사.
- 연합뉴스, "지난 정부가 별다른 대응 안 해"…국가유산청의 '태권도' 변명, 2026.11.5. 3월 이후 협의 과정 미공개, 평가기구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