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의 경찰청 본청. 2006년 11월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경찰청 본청. 2006년 11월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사진: Gohsuke Takama · Korean National Police Agency Building02.jpg · CC BY 2.0

서울 은평구에서 스토킹 신고를 네 차례 했던 70대 여성이 5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신고했던 60대 전 연인을 살해 혐의로 체포했다. 피해자는 8월부터 경찰이 권한 안전조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그 뜻대로 가해자를 떼어 놓는 조치의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경찰의 보호는 거기서 끝나야 할까.

경찰은 이 사건에서 여러 조치를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6월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법원은 남성에게 서면 경고와 접근금지, 전화·문자 접근금지를 명령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남성은 7월 피해자 집에 찾아가 목을 조른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그러나 기소를 맡는 서울서부지방공소청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남성이 폐암 4기로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대신 경찰은 "재범 위험성이 남아있다는 판단 하에" 검사를 거쳐 법원에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잠정조치는 재판 전에 법원이 내리는 명령이다. 가해자에게 접근을 막거나 전자발찌를 채우거나 구치소에 가둘 수 있다. 남성은 7월 23일부터 한 달 동안 구치소에 있었다. 나온 뒤에는 10월 22일까지 전자발찌를 찼다.

그 사이 경찰은 27차례 피해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임시 숙소도 마련했다. 경찰은 남성이 구치소에서 나올 때와 전자발찌 기간이 끝날 때 안전조치를 다시 권했다. 피해자는 두 번 모두 받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B씨의 의사대로 잠정조치 연장 등 조치를 하지 않았고"라고 전했다. 피해자는 위험이 없고 안전조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경찰에 밝혔다. 남성이 전자발찌를 뗀 지 약 2주 만에 피해자는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은 잠정조치 연장을 피해자 동의에 묶어 두지 않는다. 경찰이 검사에게 연장을 신청하면, 검사는 조치가 계속 필요하다고 볼 때 법원에 청구한다. 검사가 스스로 청구할 수도 있다. 전자발찌 부착은 석 달씩 두 차례까지 늘릴 수 있다. 법원이 피해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된다. 피해자는 조치를 요청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다.

경찰이 법원을 거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긴급응급조치는 위험이 급할 때 경찰이 바로 내리는 접근금지다. 이 조치는 피해자 요청이 없어도 경찰이 직권으로 할 수 있다. 반면 스마트워치처럼 피해자가 몸에 지니는 보호 수단은 본인이 받아야 쓸 수 있다.

경찰이 연장을 신청했어도 법원이 받아들였을지는 알 수 없다. 전자발찌 부착과 구치소 유치를 함께 신청한 사건은 법원이 받아들이는 비율이 낮다. 파이낸셜뉴스가 전한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이 비율은 20.8%였다. 법원은 피해자 뜻을 판단에 넣기도 한다. 5월 경기 안산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구속영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령 가해자의 스토킹도 늘고 있다. 조선일보가 전한 경찰청 통계에서 스토킹 혐의로 검거된 61세 이상 남성은 2023년 1278명이었다. 지난해에는 1881명으로 2년 새 47% 늘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전북 전주에서 70대 남성이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가해자가 고령이라는 점 등을 들어 재범 위험성을 낮게 판단했다. 이 사건 피해자도 스마트워치를 받지 않았다.

국회가 만든 새 제도는 피해자가 보호를 원할 때를 다룬다. 내년 4월 22일부터는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를 구할 수 있다. 경찰과 검사가 피해자 요청을 받고도 조치를 신청하지 않을 때 쓰는 길이다. 피해자가 보호를 원하지 않을 때 수사기관이 무엇을 할지는 이 개정에 담기지 않았다.

조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위험을 다시 재는 절차는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13일 "접근금지 등 보호 조치 기한이 만료되기 전 선제적으로 위험성을 평가해 대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서도 경찰은 전자발찌를 떼기 일주일 전 피해자에게 추가 안전조치가 필요한지 물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별다른 요청은 없었다.

7월에 경찰이 본 재범 위험성은 전자발찌가 끝날 때 어떻게 다시 평가됐는가.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때 연장 신청을 누가 무엇으로 정하는가. 경찰은 6일 남성에게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이 정한 연장 기준은 조치가 계속 필요한지, 피해자 보호에 필요한지다. 피해자의 동의는 그 기준에 들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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