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Seoul Institute · Supreme Court of Korea (2020).jpg · CC BY 4.0
고용노동부는 10월 15일 관보에 사업장 37곳의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곳들이다. 노동부 공고를 세어 보면 이 사업장들에서 38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경영책임자 39명 가운데 실형을 받은 사람은 1명이다. 35명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1명은 집행유예와 벌금을 함께, 2명은 벌금을 받았다. 사고는 2022년 3월부터 2025년 7월 사이에 났다. 이 법은 안전·보건 의무를 어겨 노동자를 숨지게 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정했다. 법정형은 무겁게 정했다. 양형위원회도 이 법을 종전 산업안전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만든 특별형법이라고 설명한다.
37곳은 유죄가 확정된 사건만 모은 숫자다. 노동부는 법무부에서 형 확정을 통보받은 사업장을 반기마다 공표한다. 무죄, 불기소, 재판 중인 사건은 공표 대상이 아니다. 노동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법 시행 뒤 지난 6월까지 형 확정이 통보된 사업장은 81곳이다. 경영책임자 85명 가운데 실형은 3명이다. 집행유예가 77명, 집행유예와 벌금을 함께 받은 사람이 2명으로 모두 79명이고, 나머지 3명은 벌금형이었다.
이 글은 사건이 수사, 기소, 판결, 양형을 거치며 어떻게 처리됐는지 차례로 살펴본다. 단계마다 집계 시점과 대상이 달라 한 줄로 이어 붙일 수는 없다. 그래도 판결이 나온 경영책임자 안에서는 한 가지가 분명하다. 무죄를 받은 사람보다 유죄를 받고 집행유예가 된 사람이 훨씬 많다.
첫째로 수사는 절반 넘게 끝나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실이 법무부·노동부·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했다. 법 시행 뒤 올해 6월까지 노동부가 수사한 중대산업재해는 1,836건이다. 이 가운데 검찰에 넘긴 사건은 485건이고, 1,012건(55%)은 아직 수사 중이다. 수사 대상이 되는 사고도 사망사고 전부는 아니다. 상시 노동자 5명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에서 빠지고, 50명 미만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은 2024년 1월에야 적용됐다.
둘째로 검찰이 처분을 마친 사건은 대부분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자료에서 검찰은 8월까지 394건을 넘겨받았다. 이 가운데 처분을 마친 289건에서 235건(81%)을 기소했고, 불기소는 54건이다. 105건은 처분 전이었다.
셋째로 판결이 나온 경영책임자의 대부분은 유죄였다. 매일노동뉴스는 1심 판결 167건과 그 상급심 판결을 모두 읽었다. 확정되지 않은 판결까지 포함한 집계여서, 노동부의 확정 85명과는 대상이 다르다. 원청 경영책임자 166명의 최종 형을 보면 집행유예가 124명(75%)이었다. 무죄는 17명, 벌금은 14명, 실형은 11명이다. 실형을 받지 않은 155명 가운데 무죄는 17명이고, 집행유예는 그 일곱 배가 넘는다. 다만 무죄 비율이 낮은 것은 아니다. 1심 무죄는 16명으로 약 10%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 기준 지난해 형사공판 1심 무죄율은 피고인 기준 3.27%였다.
넷째인 양형에서 실형과 집행유예가 갈린다. 매일노동뉴스 집계로 1심에서 가장 많이 나온 형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9월 21일 보도자료에서 기존 중대산업재해 사망 사건 선고의 평균 형량을 13.98개월로 제시했다. 형법은 징역 3년 이하를 선고할 때 정상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붙일 수 있게 한다. 징역 1~2년 안팎의 형은 전과 같은 결격 사유가 없으면 집행유예를 붙일 수 있는 구간이다. 유죄 사건의 판결문에는 합의도 자주 적혔다. 매일노동뉴스 분석에서 유죄 사건의 90%는 판결문에 유족 합의나, 피해자 쪽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이 적혀 있었다.
2024년 6월 경기 화성의 리튬전지 공장에서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사건에서도 합의가 형량의 쟁점이 됐다. 1심은 박순관 대표에게 법 시행 뒤 최고 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막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으로 유족과 합의해 기업가가 선처를 받게 되는 선례가 많다"고 했다. 수원고법은 4월 형을 징역 4년으로 줄였다. 뉴시스에 따르면 2심은 층마다 비상구를 두라는 의무는 법에 없다며 그 부분을 무죄로 봤다. 유족과 합의한 사정과 화재가 번진 속도 같은 사고의 특수성도 참작했다(중앙일보).
양형위원회의 첫 양형기준안을 두고는 합의를 감경 사유로 삼아 온 관행이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망 사건의 기본 범위는 징역 1년 6개월~4년이다. 기본 범위의 하한은 평균 형량보다 높다. 가중 범위의 사건에서 특별가중 사유만 두 개 이상이거나 특별감경 사유보다 두 개 이상 많으면 15년까지 권고한다. 동시에 처벌불원이나 실질적 피해 회복을 특별감경 사유에 넣었다. 감경 범위는 징역 10개월~2년으로, 법정형 하한보다 낮게 시작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9월 23일 성명에서 "양형기준 기본영역 상당 부분이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 구간과 겹쳐 집행유예가 원칙처럼 운용돼 온 실무가 유지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경영계는 반대쪽에서 문제를 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에서 "이미 경영자(대표이사)를 엄하게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산재 감소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법에 정한 형은 무겁지만, 실제로 확정된 형은 다르다. 노동부 통보 기준 85명 가운데 실형은 3명이고 79명은 집행유예였다. 노동부 잠정 집계로 올해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253명으로, 2022년 집계 시작 뒤 상반기 기준 가장 적었다. 노동부는 이를 점검과 감독을 늘린 영향으로 분석했다. 이 숫자만으로는 처벌 수준과 사고 감소의 인과를 판단할 수 없다.
형사처벌과 별도로, 국회는 기업에 묻는 경제적 제재를 더했다. 10월 1일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어겨 1년 동안 노동자 3명 이상이 숨진 기업에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했다. 이 규정은 공포 6개월 뒤 시행된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년 안에 의무 위반으로 3명이 목숨을 잃은 기업은 극히 일부"라고 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노동자를 살리겠다는 법이 도리어 노동자를 길거리에 내모는 꼴"이라고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과징금 상한을 50억 원으로 두자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징금은 기업에 묻는 책임이다. 경영책임자 개인의 형사 책임은 이와 별도로 법원의 양형에서 정해진다.
앞으로 볼 날짜는 둘이다. 대법원은 20일 아리셀 사건을 선고한다. 양형위원회는 내년 1~2월 공청회를 거쳐 3월에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NEXT는 노동부와 법무부가 반기 공표 때 사건별 처리 결과를 함께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 같은 사건이 수사, 기소, 판결에서 각각 어떻게 끝났는지를 한 표로 내는 것이다. 확정 유죄만 담은 37곳의 명단만으로는 사건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처리됐는지 이어 볼 수 없다.
출처 13건 펼치기
정부·국회·국제기구·법령 4건
- 고용노동부, 「형이 확정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37개소 공표」 보도자료(붙임: 확정판결 현황 누적 81개소), 2026.10.15.
- 고용노동부 공고 제2026-475호, 「2026 상반기 중대산업재해 발생사실 공표」(37곳의 사고 일시·사상자 수는 NEXT가 집계), 2026.10.15.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범위·처벌 조항과 부칙 시행일, 2022.1.27. 시행.
- 「형법」 제62조 집행유예의 요건, 2026.10.2. 시행본.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9건
- 대법원 양형위원회, 제148차 회의 결과 보도자료(법무법인 지평 뉴스레터 수록본), 2026.9.21.
- 매일노동뉴스, 중대재해 리포트 ①: 국회 법사위 의원실 제출 자료와 판결문 분석(수사·송치·기소·형량, 양형위 최종 의결 일정, 민변 노동위원회 성명), 2026.10.6.
- 매일노동뉴스, 중대재해 리포트 ⑥: 1심 무죄 인원과 사법연감 형사공판 1심 무죄율, 2026.10.16.
- 중앙일보, 아리셀 대표 항소심 징역 4년 선고와 양형 이유, 2026.4.22.
- 뉴시스, 대법원 아리셀 사건 20일 선고와 항소심 판단, 2026.10.9.
- 뉴시스, 고용노동부 2026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잠정 집계, 2026.7.15.
- 머니투데이,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입장문, 2026.2.12.
- 경향신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국회 통과, 2026.10.1.
- 서울경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본회의 표결과 여야 토론, 2026.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