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자료사진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자료사진이다.
사진: Cjb8293 · Republic of Korea capitol.jpg · CC BY-SA 4.0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조희대 대법원장 의혹의 국정조사를 하기로 정했다.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대법원장 국정조사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무엇을 조사할지는 조사계획서에 적히고, 본회의가 이를 승인해야 조사가 시작된다. 대법원은 지금도 상고심 재판을 하는 곳이다. 계획서의 범위가 넓으면 진행 중인 재판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판결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지는 앞선 글에서 다뤘다. 민주당의 계획서는 어디까지 적을 수 있을까?

민주당은 일정도 밝혔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민주당은 다음 달 5일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할 계획이다. 계획서는 12일께 처리하려 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두 문서를 나눈다.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이 내는 요구서에는 조사의 목적과 범위, 조사할 위원회를 적는다. 그 뒤 조사위원회가 목적, 범위, 방법, 기간, 경비를 적은 계획서를 본회의에 낸다. 본회의는 계획서를 검토해 승인하거나 반려한다.

조사의 한계는 같은 법 제8조가 정한다. 제8조에 따르면 감사나 조사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 조사 자체를 막는 조문은 아니다. 금지하는 것은 재판과 소추에 관여할 목적이다. 계획서는 조사의 목적과 범위를 본회의 승인으로 확정하는 문서다.

헌법재판소는 계획서 내용의 적법성을 따지지 않았다. 헌재는 7월 23일 국민의힘 의원 7명이 낸 권한쟁의심판을 전원일치로 각하했다. 3월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계획서의 가결을 다툰 사건이었다. 의원들은 이 조사가 계속 중인 재판에 개입할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에 따르면 토론과 표결이 이뤄진 이상, 안건 내용의 문제만으로는 표결권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3월에 가결된 그 계획서와 비교해 볼 수 있다. 원문에 따르면 조사 범위는 대장동 사건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과 지휘라인 개입 의혹 등이다. 범위의 마지막 항목은 "기타 위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 및 필요한 사항"이다. 또 보고와 서류를 낼 기관에는 대법원 등 법원 6곳이 들어갔다. 특히 끝에는 관련 기관과 개인이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조사를 거부할 수 없다는 항목을 뒀다. 당시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재판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는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앞세운 의혹은 판결이 아니다. 그러나 수사와 무관하지도 않다.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재제청 거부, 국정감사에서의 선서 거부, 업무추진비 남용 의혹 등을 들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의 국감 의견서에 따르면 제청권 행사는 공수처 등에 고발돼 있다. 업무추진비를 두고는 나창수 공수처 수사1부장이 13일 국감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조 대법원장은 6일 국감에서 "카드를 본 적도 없다"며 집행 실무는 법원행정처가 맡는다고 했다.

선서 거부에는 따로 처벌과 고발 규정이 있다. 조 대법원장은 9월 28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고, 10월 6일 국감에서 선서를 거부했다. 제청권 행사를 증언하게 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에 반한다는 이유였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선서를 거부한 증인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 같은 법 제15조는 위원회가 이런 죄를 인정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정한다.

판결 사건은 제8조의 '계속 중인 재판'과 바로 닿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민주당은 두 판결을 범위에 넣을지 정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법 사건의 파기환송과 오세훈 서울시장 2심 무죄다. 한 원내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국정조사 사례가 없고 사법 침해 우려가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파기환송까지 검증할 구상이라고 전했다.

두 사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법 사건은 파기환송 뒤 재판이 멈춰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이재명 재판 즉각 재개하라"고 했다. 오 시장 사건은 상고되면 대법원이 맡는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은 23일 "상고심 대법원의 올바른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조사를 받는 대법원이 같은 시기에 이 사건을 심리할 수도 있다.

양당의 말은 엇갈린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책무"라고 했다. 반면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국조는 위헌이고, 사법부를 노예화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계획서의 조사 범위에 판결 사건이 들어가는가? 3월처럼 '기타 필요한 사항'과 '재판을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는 항목을 그대로 두는가? 계획대로라면 요구서는 5일 본회의에 보고되고, 계획서는 이르면 12일 표결에 오른다.

제8조가 막는 것은 조사가 아니라 재판에 관여할 목적이다. 계획서는 본회의가 조사의 목적과 범위를 승인하는 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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