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대법원 청사. 2020년 6월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서울 서초구의 대법원 청사. 2020년 6월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사진: Seoul Institute · Supreme Court of Korea (2020).jpg · CC BY 4.0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의원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관련 안건을 다음 달 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그동안 탄핵을 요구하는 발언이 이어져 왔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 전원합의체 재판장이자 사법행정 책임자의 권한이 멈추는 일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 발언에서 드는 근거에는 판결이 많다. 판결은 헌법이 정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가?

양쪽의 말은 26일 엇갈렸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항소심 무죄를 두고 "사법부의 정치화가 국민의 사법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재판 재개를 두고 민주당이 "대법원장을 직무 정지시켜 막아보겠다는 속셈"이라고 했다.

의원총회 전까지 민주당의 탄핵은 '점검과 준비' 단계였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26일 국정조사와 탄핵 문제를 "원내에서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16일 민주당 유튜브 채널 '민티07'에서 "모든 사안과 방법과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판결을 든 발언은 특히 26일에 몰렸다. 이성윤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 판결을 들었다. 오 시장 2심 무죄, 그리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의 내란 사건에서 나온 항소심 감형이다. 그러고는 "조 대법원장 탄핵만이 답"이라고 했다. 같은 날 서미화 최고위원은 2025년 5월 이재명 대통령(당시 후보)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을 "정치 개입"으로 불렀다.

헌법이 요구하는 탄핵 사유는 직무집행의 위헌·위법이다. 헌법 제65조는 공직자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소추할 수 있다고 정한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서 탄핵을 "정치적 심판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절차"로 봤다. 같은 결정은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은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판결의 결론에 대한 평가를 사유로 삼으면 헌법 제103조와 부딪친다.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정한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26일 국감에서 판결의 법리 문제는 "상소 제도를 통해서 충분히 시정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전은수 원내대변인도 오 시장 사건 특검에 상고를 요구했다.

게다가 오 시장 2심은 대법원장이 아니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선고했다. 노 처장은 하급심 재판에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원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재판 과정에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면 사정은 다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그런 일이 있다면 "당장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썼다.

5년 전 첫 법관 탄핵소추가 겨냥한 것도 판결의 결론이 아니라 재판 개입이었다. 2021년 2월 4일 국회는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재적 300명 가운데 179명이 찬성했다. 사유는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다른 법관의 재판에 관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그해 10월 28일 그가 임기 만료로 퇴직해 파면할 수 없다며 각하했다.

다만 소수인 인용 의견은 본안을 따졌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다른 법관의 재판에 개입한 행위가 제103조에 위반된다고 봤다. 이는 제103조가 재판 개입을 따지는 잣대로 쓰였다는 뜻이다.

한편 이성윤 의원은 판결이 아닌 사안도 함께 들었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일이다. 조 대법원장은 9월 22일 청와대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대법관 제청은 헌법 제104조가 정한 대법원장의 권한이다. 감사원의 8월 발표에 따르면 대법원은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법령 근거 없이 대법관 격려금을 줬다.

직무 행위라고 곧 탄핵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재제청을 두고 조 대법원장은 요청 문서에 "헌법적 근거가 적혀있지 않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는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며 대통령 임명권을 무력화한다고 맞섰다. 헌재는 2004년 파면하려면 '중대한' 법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이 아닌 공직자는 문턱을 낮게 봤다. 법위반이 상대적으로 경미해도 파면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파면 여부가 정해지기 전에 대법원장의 권한부터 정지된다. 대법원장 소추에는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정지 기간에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선임대법관이 권한을 대행한다. 임성근 사건은 소추에서 결정까지 8개월 넘게 걸렸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탄핵안이 기각되면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27일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는 민주당이 중도층의 역풍 등을 우려해 탄핵의 대안으로 국정조사를 검토해 왔다고 전했다. 국정조사가 따질 대상은 판결에 대한 평가인가, 대법원장이 직무에서 한 구체적 행위인가? 조사가 탄핵으로 이어진다면 소추 사유는 제103조와 어떻게 맞출 것인가?

헌법 제65조의 탄핵 사유는 판결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대법원장이 직무에서 어긴 헌법과 법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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