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11동 고용노동부 건물. 2014년 12월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정부세종청사 11동 고용노동부 건물. 2014년 12월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사진: Minseong Kim · Ministry of Employment & Labor (South Korea).JPG · CC BY-SA 4.0

정부가 10월 29일 퇴직금 사외적립을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하기로 했다. 퇴직금을 회사 안에만 두지 말고 회사 밖 금융기관에 쌓게 해서, 회사가 문을 닫거나 돈이 없어도 노동자가 받게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일한 기간의 퇴직금도 이번 의무화로 보호받을까?

퇴직금을 못 받는 일은 드물지 않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체불액 가운데 퇴직금은 41.1%로, 금액은 8229억 원이었다. 퇴직연금에 든다는 것은 퇴직금을 미리 회사 밖에 쌓는다는 뜻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퇴직연금 도입 대상인 사업장 가운데 실제로 도입한 곳은 26.5%였다.

새 의무는 각 단계가 시행된 뒤에 일한 기간부터 적용된다. 보도자료는 "사외적립 의무는 각 단계 시행 시점 이후 발생하는 계속근로기간부터 적용된다"고 적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그 전에 일한 기간의 퇴직금도 지급 의무는 그대로다. 다만 회사 밖 적립을 소급해 의무화하지는 않는다. 이미 퇴직연금에 든 사업장은 지금도 법에 따라 적립금을 쌓는다. 퇴직연금이 없는 사업장이라면 이 몫은 새 의무의 적립 대상에서 빠진다.

한 사람의 경우로 보면 이렇다. 가령 2030년에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10년째 일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업장에는 퇴직연금이 없다. 퇴직금은 일한 1년마다 30일분 평균임금으로 계산한다. 평균임금이 월 300만 원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이 사람의 시행 전 퇴직금은 대략 3000만 원이다. 이 돈은 새 의무에 따라 회사 밖에 쌓이지 않는다.

회사가 이 돈을 못 주면 노동자가 신청해 나라에서 먼저 받는 제도가 있다. 고용노동부 안내에 따르면 회사 대신 나라가 체불액을 먼저 주는 간이대지급금은 최종 3년간의 퇴직급여 체불액을 대상으로 한다. 퇴직급여 몫의 상한은 700만 원이다. 앞의 가정 아래 이 상한만 빼면 산술상 2300만 원이 남는다. 최종 3년분을 다른 빚보다 먼저 갚게 하는 우선변제나 도산대지급금도 있다. 다만 요건과 회사 재산에 따라 실제로 더 받는 돈은 달라진다.

새 의무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례로 생긴다. 정부 계획대로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8년에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한다. 2029년에는 10~99인, 2030년에는 10인 미만 사업장 차례다.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0%에 그친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92%다.

지원 예산은 의무화 전에 먼저 도입하는 사업장에 간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재정 지원 두 가지를 새로 넣었다. 대상은 자율적으로 먼저 도입하는 사업장이다. 하나는 회사가 쌓는 적립금에 정부가 보태 주는 매칭 지원으로 60억 원이다. 다른 하나는 경영자금을 빌린 사업장의 이자 부담을 덜어 주는 사업으로 62억 원이다. 합하면 122억 원이고, 국회 심사가 남은 예산안 숫자다. 시행 전 퇴직금인 과거분을 따로 회사 밖에 옮기는 사업장을 돕는 방안은 보도자료에 없다.

과거분까지 회사 밖에 쌓게 하면 체불 위험은 더 일찍 줄어든다. 그러나 정부는 이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 부담을 고려해 시행 전에 일한 기간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퇴직연금 미도입 사업장 1500곳 실태조사에서 사업주의 52.5%가 의무화 자체를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논평에서 단계적 시행과 정책적 지원을 요구했다.

과거분은 노동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으로 지급되면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나 오래 일했을수록 남은 몫이 크고, 다 줄어들기까지 오래 걸린다. 단계 일정에 비춰 보면 새 의무는 퇴직연금 없는 작은 사업장의 장기 근속자에게 가장 늦게 닿는다.

정부는 사외적립 의무화를 "임금체불의 구조적 위험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당정협의에서 의무화로 노동자의 임금체불 위험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설명대로라면 위험이 줄어드는 범위는 시행 뒤에 일한 기간부터 차례로 넓어진다.

정부가 답할 물음은 두 가지다. 2030년에 퇴직연금 없는 사업장에 남을 시행 전 퇴직금은 모두 얼마인가? 과거분을 몇 해에 나눠서라도 회사 밖에 옮기는 사업장에 지원을 줄 생각은 있나? 정부는 11월 중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퇴직연금 없는 사업장에는 2030년 뒤에도 시행 전 퇴직금을 회사 밖에 쌓을 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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