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의 새울 1·2호기. 2022년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개한 자료사진이다. 2017년 공론화 대상이었던 새울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가 같은 본부에 있다.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의 새울 1·2호기. 2022년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개한 자료사진이다. 2017년 공론화 대상이었던 새울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가 같은 본부에 있다.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 Saeul Nuclear Power Plant Units 1 and 2.jpg · 공공누리 제1유형

10월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두 가지를 말했다. 먼저 2040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에 "과잉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이 전망은 정부가 위촉한 민간 전문가들이 전력 계획의 초안을 짜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가 8월에 냈다. 장관은 이어 전력 계획이 "2~3개월 늦어지더라도" 원전 공론화를 하겠다고 했다. 장관의 두 발언은 전기가 얼마나 필요한지도, 원전을 더 지을지도 아직 열려 있다는 뜻이다.

공론화는 뽑힌 시민이 자료를 학습하고 토론해 정부에 권고안을 내는 절차다. 이 절차를 맡은 원전 공론화위원회가 10월 7일 첫 회의를 열었다. 공론화위원회는 10월 2일 출범한 9명짜리 위원회로, 총괄위원회와는 다른 기구다. 무작위로 뽑은 시민 약 300명이 자료로 학습한 뒤 2박 3일 동안 토론한다. 논의 범위는 앞으로의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맡을 역할이다. 위원회는 "특정 결론이나 합의 도달을 전제하지 않고" 논의하기로 했다. 시민에게 제시할 구체적 문항은 이 회의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확정에 앞서 정부가 내놓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정부안은 이 공론화로 10월에서 연말로 미뤄졌다. 이 계획은 앞으로 15년 동안 어떤 발전소를 얼마나 지을지 정한다. 발전소를 수요보다 많이 잡으면 그 비용이 전기요금에 실리고, 적게 잡으면 전기가 모자란다. 지금 논란은 계획이 석 달 늦어진다는 데 쏠려 있다. 그러나 정작 물어야 할 것은 석 달 뒤에 무엇이 정해지느냐다.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것만으로는 그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살펴볼 것이 세 가지 있다. 석 달이라는 기간, 시민에게 묻는 방식, 그리고 물음을 분명히 하는 데 필요한 자료다.

석 달이라는 기간을 제쳐 두는 데는 까닭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이미 정한 원전 사업이 공론화의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정부의 설명이다. 이 정부는 1월 26일 앞선 계획에 든 신규 원전 2기를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6월 17일에는 부지를 경북 영덕으로 골랐다. 공론화가 다루는 것은 여기에 더 얹을 원전이다. 그 원전은 지금 정해도 2040년 무렵에야 돈다. 장관이 1월에 든 원전의 평균 건설 기간이 13년 11개월이다.

다른 하나는 전례에 비추어도 석 달이 짧다는 점이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 정부는 공사를 석 달 세웠다. 같은 해 정부 방침으로 멈춘 신한울 3·4호기는 2022년에야 건설이 재개됐다. 멈춘 기간이 다섯 해다. 두 사례를 비교하면 일정을 크게 늦춘 쪽은 시민에게 묻느라 쓴 석 달이 아니라 정부가 사업을 멈춘 다섯 해였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번 결정이 나중에 뒤집히지 않을 만큼 분명하게 내려지느냐다.

이번 공론화는 시민에게 원전 찬반만 묻는 방식이 아니다. 김 장관은 9월 22일 브리핑에서 올해 초에도 70~80%가 원전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찬반만 묻는다면 "굳이 공론조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찬반은 여론조사로 이미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1월 두 기관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계획된 신규 원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69.6%와 61.9%였다.

몇 기를 지을지도 시민이 정하지 않는다.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개수를 "정하거나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개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총괄위원회가 정한다. 기자들은 권고를 전부 받아들일지, 일부만 받아들일지를 두 차례 물었다. 장관은 "무슨 답을 정해 놓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시민의 권고가 전력 계획의 어느 부분을 바꾸는지는 정부가 아직 말하지 않았다.

9년 전에는 물음이 하나였다. 2017년 정부는 짓고 있던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계속할지 시민에게 물었다. 시민참여단 471명 가운데 59.5%가 재개를, 40.5%가 중단을 골랐고, 위원회는 재개를 권고했다. 그 위원회는 묻지 않은 것에도 답을 냈다. 원전 정책의 방향을 함께 조사해 축소 53.2%, 유지 35.5%, 확대 9.7%라는 결과를 얻었고, 원전을 줄이라고도 권고했다. 권한 밖의 권고라는 논란이 뒤따랐다. 2023년에 나온 10차 계획은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을 32.4%로 높였다. 2017년 권고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국정감사에서는 공론화를 해야 하는지를 두고 주장이 갈렸다. 장관은 12차 계획이 "온전히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어서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에 시민이 원전 축소를 권고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다른 결정을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원전 공론화는 철회하면 좋겠다"고 했다. 토론회 일곱 번에서 이미 다룬 주제라는 이유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의 주장에는 각각 까닭이 있다. 시민이 토론해서 낸 권고를 바꾸는 일이니 그만한 절차를 밟자는 박 의원의 원칙은 옳다. 그래야 바뀐 결정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물었다는 김 의원의 지적도 사실에 맞는다. 토론회가 여러 차례 열렸고 1월에는 여론조사도 했다. 다만 2017년만큼 무게 있는 절차가 되려면 기간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때처럼 물음이 분명해야 한다. 그때의 물음은 재개냐 중단이냐였다.

물음을 분명히 하려면 비교할 자료가 있어야 한다. 총괄위원회는 한 해 가운데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순간의 수요인 최대전력을 2040년 158.4~165.0GW로 봤다. 올여름 최대전력은 95.3GW였고, 대형 원전 한 기가 1.4GW다. 장관이 과잉을 말한 데이터센터 몫도 이 전망에 들어 있다. 공급 쪽에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2040년 220GW로 늘린다는 전망이 있다. 이 숫자는 설비용량이어서 수요와 바로 비교할 수 없다. 국정감사에서는 앞선 계획이 태양광의 최대전력 기여를 설비의 14.3%로 봤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에게는 원전을 더 넣는 조합과 넣지 않는 조합을 같은 조건으로 비교한 자료가 필요하다.

석 달 뒤에 무엇이 정해지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권고안이 12월에 나온다는 일정까지다. 그 권고가 계획의 무엇을 바꾸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원자력 연구자들의 모임인 한국원자력학회는 권고 범위를 미리 명문화하라고 했다. 원전에 반대하는 단체 연대인 전국행동은 "결정할 대상도, 선택할 대안도 열려 있지 않은 절차는 진정한 공론화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두 곳이 모두 절차의 범위를 문제 삼았다. 그래서 NEXT는 정부와 위원회가 세 가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첫째, 시민의 답이 전력 계획의 무엇을 정하는지 알 수 있는 문항이다. 둘째, 발전원 조합마다 비용과 송전망, 배출량을 비교한 자료다. 셋째, 권고 항목마다 받아들이는지와 그 까닭을 정부안에 적겠다는 약속이다. 위원회는 10월 13일 시민참여 조사 용역을 공고할 예정이다. 세 가지는 시민 300명이 모이기 전에 나와야 한다.

출처 20건 펼치기

정부·국회·국제기구·법령 2건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18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