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의 한국거래소 건물. 2012년 3월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부산 동구의 한국거래소 건물. 2012년 3월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사진: hyolee2 · Korea exchange.JPG · CC BY-SA 3.0

9일부터 주요 증권사마다 빚을 내 산 주식을 강제로 파는 기준이 달라진다. 정부가 6일 증권사에 지운 담보 의무를 석 달 동안 면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준을 낮췄고, 키움증권은 신청한 계좌만 하루 미뤄 준다. 강제 매도를 미루면 빚을 낸 투자자의 손실은 줄어들까.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를 신용융자라고 한다. 빌린 돈과 비교한 계좌 주식의 평가액을 담보비율이라고 한다. 이 비율이 증권사가 정한 선 밑으로 내려가면 돈을 더 넣으라는 요구가 온다. 투자자는 정해진 날까지 돈을 넣어야 한다. 넣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파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정부가 면제한 것은 증권사가 이 담보비율을 140% 이상 확보하고 유지하게 한 의무다.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주가 급락에 따른 과도한 반대매매로 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라고 이유를 적었다. 면제 기간에 얼마나 낮출지, 누구에게 적용할지는 증권사가 정한다.

증권사들은 서로 다른 방식을 골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주식의 기준을 140%에서 130%로 낮췄다. 적용 기간은 내년 1월 31일까지이고,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아주경제에 따르면 KB증권도 130%로 낮추되 12월 11일까지만 적용한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기준을 그대로 두고, 신청한 고객만 반대매매를 미룬다. 한국투자증권은 담보비율이 130% 이상 140% 미만이면 날마다 다시 신청해 미룰 수 있다. 120% 이상 130% 미만이면 한 번만 미룰 수 있다. 키움증권은 130% 이상 140% 미만인 계좌를 하루 미뤄 준다. 신청하지 않은 고객은 지금 기준 그대로다.

어느 방식이든 투자자가 빌린 돈은 줄지 않는다. 주가가 더 떨어져 낮춘 기준이나 유예 조건마저 밑돌면 반대매매가 실행될 수 있다. 그 시점과 조건은 증권사와 계좌 약정마다 다르다.

같은 면제는 2020년과 2022년에도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3월 16일부터 6개월 동안 이 의무를 면제했다. 2022년에는 7월 4일부터 연말까지 두 번에 나눠 면제했다.

앞선 두 번의 면제 동안 신용융자 계좌에서 강제로 팔린 주식이 얼마인지는 금융투자협회 통계로 알 수 없다. 금융투자협회가 매일 내는 반대매매 숫자는 결제 대금을 못 낸 미수 거래만 센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신용융자 계좌에서 담보가 모자라 팔린 주식은 이 숫자에 없다. NEXT도 10월 16일 같은 점을 다뤘다.

금융투자협회의 신용융자 잔고 통계로도 이 금액은 알 수 없다. 2020년 잔고는 3월 13일 9조8628억 원에서 3월 25일 6조4075억 원으로 줄었다. 면제를 시작한 뒤의 일이다. 그러나 줄어든 몫에는 투자자가 스스로 갚은 돈과 강제로 팔린 주식이 섞여 있다.

면제 뒤의 결과는 그 뒤 주가에 따라 갈렸다. 2020년 9월 15일 코스피는 3월 13일보다 38% 높았다. 비즈워치는 2022년 기사에서 2020년을 두고 "다행히 지수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관련한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반면 2022년 12월 29일 코스피는 면제 직전인 7월 1일보다 3% 낮았다.

미룬 뒤 주가가 더 떨어지면 손실은 커진다. 2020년 뉴시스에서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더 떨어지게 될 경우에는 투자자들의 손실 폭도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기사에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매우 시기적절한 조치였다"고 했다.

이번에는 면제를 시작하기 전부터 잔고가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서 신용융자 잔고는 11월 5일 28조7715억 원이다. NEXT가 10월 16일에 다룬 10월 14일 잔고 33조7057억 원보다 4조9000억 원가량 적다. 6일 코스피는 5059로 마감해 9월 말보다 26% 낮았다.

면제 기간에 신용융자 계좌에서 강제로 팔린 금액을 금융당국은 공개할까. KB증권은 12월,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1월에 적용 기한이 끝난다. 그때까지 메우지 못한 담보는 어떻게 처리될까. 금융투자협회가 내는 통계에는 신용융자 계좌의 강제 매도 금액이 없다. 이대로면 석 달 뒤에도 이번 면제의 효과를 숫자로 따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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