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웨이퍼의 회로를 가까이 촬영한 자료사진(2017년).
실리콘 웨이퍼의 회로를 가까이 촬영한 자료사진(2017년).
사진: Le hollandais volant · Silicon wafer close view.jpg · CC BY 4.0

정부는 2027년부터 4년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최대 6조 원을 넣을 계획이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 따르면 이 돈은 모두 국비다. 이 돈을 어디에 쓸지는 국무총리 소속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가 심의할 예정이다. 광주와 전남을 합친 통합특별시를 돕는 위원회다. 그런데 예정처는 이 위원회의 민간위원 가운데 반도체 전문가가 없다고 본다. 6조 원의 사업 계획이 반도체 사업으로 타당한지는 누가 따지나?

이 6조 원은 산업통상부가 직접 쓰는 예산이 아니다. 산업통상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이 돈은 통합특별시가 만들 기금의 반도체 계정에 들어간다. 기금은 정해진 목적에만 쓰도록 따로 관리하는 돈이다. 통합특별시가 해마다 기금 운용 계획을 세우면, 지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집행한다. 예정처에 따르면 집행한 뒤 용도에 맞게 썼는지 점검하는 일도 이 위원회가 맡는다. 다만 이 기금과 위원회의 기금 심의 권한은 아직 법에 없고, 국회에 낸 개정안에 들어 있다.

위원회의 민간위원은 17명이다. 8월 31일 공개된 명단은 도시개발, 지방분권, 교육자치, 산업, 에너지, 농수축산·해양, 문화관광, 복지의 여덟 분야로 나뉜다. 산업 분야 3명은 김소우 슬라이폭스 대표, 이근배 전남대 총장, 한경구 균형성장정책개발원장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대표는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이 총장은 정형외과 전문의 출신이다. 이 총장은 취임한 뒤 산학 협력과 반도체 인력 양성을 주장해 왔다.

국회의 두 기관은 이 위원회에 반도체 전문가가 없다고 적었다. 예정처는 17명 가운데 반도체 산업이나 기술을 전문 분야로 하는 위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검토 보고서도 산업 분야 3명 가운데 반도체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위원 선정만의 일이 아니다. 법이 정한 민간위원 자격에 산업이 없다. 통합특별시법은 민간위원을 "도시개발과 지방자치, 교육자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가운데 총리가 위촉하게 했다. 산업 분야라는 분류는 법이 아니라 정부가 명단을 짜면서 붙인 것이다.

이 법의 목적 조항에는 반도체가 들어 있다. 통합특별시를 세우고 인공지능, 에너지,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위원회가 심의하는 열한 가지에 산업이나 반도체를 따로 든 항목은 없다. 기본계획, 권한 이양, 교육자치 같은 일이다. 기금 심의 권한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28일 낸 개정안에 들어 있다. 이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 심사를 기다린다.

같은 반도체 돈을 다루는 다른 위원회는 자격을 달리 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반도체 계정의 돈은 반도체특별법이 만든 특별회계에서 나온다. 이 법이 둔 대통령 소속 특별위원회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에 관한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민간위원으로 위촉한다. 총리 소속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도 전략산업에 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산업계·학계 사람을 위원으로 둔다.

정부는 위원 구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전문가 위촉이 "법적 필수 요건은 아니다"라고 했다. 여성과 청년 등 다양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부는 반도체를 맡은 정부위원과 전력·에너지 전문가도 위원회에 있다고 했다. 실제로 시행령이 정한 정부위원에는 산업통상부 장관이 들어 있다.

전문성을 보완할 길도 시행령에 있다. 안건을 미리 검토하는 실무위원회는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지원위원회 위원장도 민간 전문가를 회의에 불러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회의에 나와 의견을 내는 외부 전문가는 위원이 아니어서 의결에 참여하지 않는다. 지원위원회의 의결은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한다. 게다가 예정처는 이 기금 방식에서 산업통상부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사업을 고르고 집행하는 일을 산업통상부가 직접 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위원들이 따질 사업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예정처에 따르면 이 사업은 법 개정을 조건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다. 큰 나랏돈 사업의 경제성을 미리 따지는 절차다. 면제 뒤 대신 하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도 법이 바뀐 뒤에야 시작할 예정이다. 산업통상부는 면제가 사업 규모를 검증 없이 확정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가재정법은 이 검토 결과를 예산 편성에 반영하게 했다.

정부와 국회가 답할 물음은 둘이다. 반도체 계정을 심의할 때 반도체 전문가가 표를 가진 위원으로 들어가는가?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위원 자격 조항도 함께 고칠 것인가? 조선일보에 따르면 총리실은 국회가 요구하면 민간위원 구성을 보완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돼도 민간위원 자격은 도시개발과 자치에 관한 경험으로 남는다. 그 자격으로 뽑힌 위원들이 최대 6조 원의 반도체 계획을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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