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시위대가 기념비 주변에 모여 있고 앞쪽에 경찰 기동대 차량과 경찰이 서 있다.
10월 17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시위대가 기념비 주변에 모여 있고 앞쪽에 경찰 기동대 차량과 경찰이 서 있다.
사진: FreCha · Manifestation du 17 octobre 2026 à Paris 04.jpg · CC BY-SA 4.0

10월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내무장관은 55만 명, 주최 측은 8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내건 것은 높은 생활비와 공교육의 재원·인력 부족이다. 고교생 노조가 9월 중순부터 수업 여건 개선을 요구하던 중에 소셜미디어의 시위 호소를 퍼뜨렸다. 집회는 대체로 평화로웠지만 리옹 관광안내소가 불타는 등 여러 도시에서 방화와 약탈이 있었다. 르코르뉘 총리는 그날 밤까지 1200명이 체포됐다고 했다. 잠정 집계다.

앞서 10월 1일 프랑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027년 예산안을 보고했다. 내년 재정적자 목표는 국내총생산(GDP)의 5.0%다. 나랏빚 이자는 올해 792억 유로에서 내년 912억 유로로 는다. 3년 전 세운 재정계획은 2027년 적자를 2.7%로 잡았었다. 적자를 5.0%로 맞추려고 정부는 예산안과 사회보장재정법안에 430억 유로 규모의 조치를 담았다. 한국도 남의 일로 보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지금 제도를 그대로 두면 2055년 국가채무가 GDP의 126.3%가 된다고 계산했다.

두 나라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지출은 성격이 같다. 해마다 예산을 짤 때 정하는 돈이 아니라, 법이 정한 기준대로 나가는 돈이다. 프랑스에서는 연금이 공공지출의 4분의 1이다. 한국 정부 전망은 법으로 정한 의무지출이 2055년의 빚을 키운다고 본다. 같은 전망에서 의무지출 순증분의 5%를 줄이는 효과는 재량지출 순증분의 5%를 줄이는 효과의 세 배 가깝다. 살펴볼 것이 세 가지 있다. 프랑스가 줄이지 못한 지출, 한국 전망이 가리키는 지출, 그리고 두 나라가 다른 점이다.

첫째는 프랑스가 줄이지 못한 지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월 낸 프랑스 경제보고서에서 2008~2009년 금융위기 때를 비교했다. 프랑스와 유로존은 이자를 뺀 지출을 비슷하게 늘렸다. 2019년까지 되돌린 몫은 프랑스가 절반쯤, 유로존은 4분의 3쯤이다. 다만 같은 보고서는 반대 방향의 사실도 적었다. 코로나 뒤에는 프랑스가 유로존보다 지출을 더 줄였다. 그런데도 적자가 커진 것은 감세로 세입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OECD는 썼다. 프랑스의 빚을 지출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프랑스 지출이 큰 이유는 분명하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공공지출은 GDP의 57.2%로 유로존 평균보다 7.4%포인트 많다. 그 차이의 절반쯤이 사회보호 지출이고, 그 초과분의 70%쯤이 노인 관련 지출이다. 프랑스 연금자문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연금에 4220억 유로가 들었다. 공공지출 전체의 24.3%다. 연금 등 사회급여 다수는 전년도 물가에 맞춰 오른다. 프랑스 정부도 2027년 예산안에서 저절로 느는 지출로 이자와 보건·연금을 꼽았다.

연금을 고치는 법은 통과된 뒤 다시 멈췄다. 프랑스는 2023년 연금 받는 나이를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법을 하원 표결 없이 정부 책임으로 통과시켰다. 2025년 9월 8일 바이루 총리는 신임투표에서 반대 364표로 물러났다. 10월 14일 르코르뉘 총리는 2028년 1월까지 나이를 더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조합 CFDT가 요구한 대로라고 했다. 하원 방송 LCP는 이 유예가 사회당이 정부를 불신임하지 않는 조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예는 연말 사회보장재정법에 담겼다.

거리에서 나온 요구는 지출을 줄이라는 쪽이 아니다. 노동조합 CGT의 소피 비네 사무총장은 시위 전날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에서 구호가 높은 생활비를 멈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억만장자와 금리생활자, 가장 큰 기업들에서 돈을 걷으라고도 했다. 시위의 원인을 재정 하나로 볼 수는 없다. 로이터 기사와 정부 예산 보고는 이번 시위와 특정 예산 조치를 직접 잇지 않는다. 그래도 NEXT는 연금과 이자처럼 저절로 느는 지출이 커지면 다른 예산을 고를 폭이 좁아진다고 본다. 적자를 줄일 몫을 해마다 정하는 지출에서 찾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시위대가 내건 생활비 부담과 교육 여건은 저절로 느는 지출 옆에서 해마다 예산을 다퉈야 하는 쪽에 있다고 NEXT는 본다.

둘째는 한국 전망이 가리키는 지출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낸 제3차 장기재정전망은 지금 제도와 정책이 그대로 간다고 가정한다. 이 가정에서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 2045년 97.4%, 2055년 126.3%로 오른다. 전망은 이 숫자를 예측이 아니라 구조개혁이 없을 때의 위험을 알리는 계산이라고 밝혔다. 빚이 느는 주된 원인으로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와 성장 둔화를 들었다. 의무지출은 법에 따라 지급 의무와 규모가 정해지는 지출이다. 전망에서 의무지출은 GDP의 13.7%에서 2055년 21.2%로 는다.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셈하면 51.7%에서 64.8%다.

민감도 분석은 어느 쪽을 줄여야 숫자가 움직이는지 보여 준다. 2030~2049년 20년 동안 의무지출 순증분의 5%를 누적해 줄이고 그 뒤 추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했다. 그러면 2065년 채무비율이 156.3%에서 138.7%로 17.6%포인트 내려간다. 재량지출 순증분을 같은 조건으로 줄이면 6.0%포인트 내려간다. 재량지출만 줄여서는 같은 비율로 줄여도 효과가 3분의 1쯤이라는 뜻이다. 의무지출의 급여 기준을 바꾸려면 관련 법령을 고쳐야 한다.

셋째는 두 나라가 다른 점이다. 먼저 부채의 범위와 비교 시점이 다르다. 한국 전망의 126.3%는 2055년의 국가채무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만 센다. 올해 2분기 프랑스의 119.0%는 범위가 더 넓은 일반정부 부채다. 같은 일반정부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4월 재정점검보고서는 올해 한국 부채를 GDP의 54.4%, 프랑스를 118.4%로 본다. 한국은 프랑스의 절반이 안 된다.

다른 점은 늙는 속도에도 있다. OECD 연금 보고서는 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를 비교한다. 국내 통계의 15~64세 기준과는 다르다. 이 기준으로 한국은 2024년 29.3명에서 2054년 84.5명으로 는다. 프랑스는 40.2명에서 53.4명이다. 프랑스 연금 지출은 이미 GDP의 14.1%로 높다. OECD가 옮긴 연금자문위원회 전망에서는 2023년 개혁이 이행되면 2045년에도 14.2%로 거의 그대로다. IMF는 2025~2030년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율이 한국은 0.7%포인트, 프랑스는 0.1%포인트 늘 것으로 본다.

한국의 지금 계획은 아직 빚 비율을 50% 아래로 본다. 9월 국회에 낸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48.3%, 2030년 49.0%다. 같은 기간 총지출 가운데 의무지출 비중은 52.0%에서 53.5%로 오른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월 2일 채무비율이 51.6%에서 48.3%로 낮아진다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월 30일 "지출을 한 번 늘어나면, 줄일 수 없는 영속적인 거다"라고 말했다. 내년 7월 시작하는 새 아동수당도 받는 아이가 2040년까지 해마다 는다. 반도체 호황으로 더 걷힌 세금을 담는 미래대응기금은 정부 법안에 꺼내 쓰는 한도와 조건을 정한 조문이 없다.

한국은 의무지출 가운데 국민연금을 지난해 한 차례 고쳤다. 보험료율은 9%에서 2033년 13%로 오르고 소득대체율은 43%가 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6월 이 개혁을 반영해 국민연금 기금이 2069년 소진된다고 다시 계산했다. 최근 기금 운용 수익을 반영한 계산이다. 지난해 9월 정부 장기전망은 소진 시점을 2064년으로 봤다. 정부 장기전망은 건강보험이 올해 적자로 돌아서고 2033년 준비금이 소진된다고도 봤다.

프랑스의 연금 수급 나이 상향은 2028년 1월까지 멈춰 있다. 2027년 예산안은 지금 하원에서 심의 중이다. 한국 정부 전망에서 2055년 국가채무비율 126.3%는 지금의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같은 전망의 계산에서 2065년 채무비율을 더 크게 낮추는 쪽은 재량지출이 아니라 의무지출의 증가분을 줄이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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