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26년 9월까지 목표 1조 원의 33%인 3,345억 원이 모였다. 자료: 농어촌상생협력재단, 국가법령정보센터, TPP 협정문. 그래픽: NEXT
사진: NEXT ·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모금 실적과 수출 부담금의 세 물음(모션카드) · NEXT 자체 제작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농어민 앞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한겨레). 피해를 메울 방법으로는 수출로 이익을 보는 기업이 내는 '수출 부담금'을 들었다. 수출 기업에는 새 비용이 되고, 농어민에게는 보상의 약속이 된다. 이 부담금은 어떤 법으로, 누구에게서 걷는 돈인가.

대통령이 이 구상을 꺼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뉴데일리에 따르면 대통령은 7월 16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수출액 일정 비율을 출연하는 방식"을 말했다. 9월 29일에는 X에 "FTA에 따른 수출 증가액에 일정 비율의 부담금"을 매기자고 썼다(한국경제). 26일에는 "물론 실무적인 협의를 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서울신문). 정책브리핑이 정리한 26일 대통령 발언 기사에는 수출 부담금이라는 말이 없다.

비슷한 제도는 10년 전에도 논의됐다. FTA로 이익을 본 산업에서 일부를 거둬 농어업을 돕자는 무역이득공유제다. 아주경제에 따르면 이 법안은 2012년 9월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뒤 2015년 10월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FTA로 생긴 이득을 계산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재계의 반대 논리도 같았다. 가령 자동차 수출이 늘어도 관세 인하 덕인지 환율 덕인지 나누기 어렵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이익에서 FTA 몫만 따로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엄치성 당시 국제본부장은 농어업 대책은 조세로 마련한 재정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 타협으로 생긴 것이 기업과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내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다. 기금을 맡은 재단의 실적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모인 돈은 3345억 원이다. 목표 1조 원의 3분의 1 남짓이다. 정부는 모자란 돈을 재정으로 채우기로 했다. 그 과정은 앞선 글에서 다뤘다.

자발적 방식이 2017년부터 목표에 못 미쳤다는 점은 강제 부담을 주장하는 쪽의 근거가 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농식품부도 1월 기업 출연 의무를 개선안의 하나로 검토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기업에 매출액의 0.005% 이상을 내도록 노력할 의무를 지우는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같은 보도에 따르면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이 개정안에 "준조세 성격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적었다. 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농식품부 관계자도 7월 "강제력 있는 제도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담금이 되려면 거칠 절차는 법에 정해져 있다. 부담금관리기본법 제3조는 이 법 별표에 적힌 법률이 아니면 부담금을 둘 수 없다고 정한다. 제4조는 누가 걷고, 무엇을 기준으로 얼마를 걷는지 법률에 구체적으로 적게 한다. 세부 내용만 범위를 정해 하위 법령에 맡길 수 있다. 정부가 법안을 낼 때는 입법예고 전에 기획예산처의 심사를 받는다.

이 심사 기준에 10년 전의 물음이 들어 있다. 같은 법 제6조에 따르면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는 새 부담금이 기존 부담금과 겹치지 않는지 본다. 부담금이 "조세보다 적절할 것"도 기준이다. 2015년 전경련이 세금으로 하라고 한 주장과 같은 물음이다.

통상 규범도 따로 답해야 할 물음이다. CPTPP는 몇 조항을 빼고 옛 TPP 협정문을 편입했다(CPTPP 협정문 제1조). 그 제2.15조는 다른 회원국으로 가는 상품의 수출에 세금이나 부과금을 매기지 못하게 한다. 국내에서 팔 때도 똑같이 매기는 경우와 부속서 2-C에 적은 품목은 예외다. 대통령이 9월에 든 기준은 '수출 증가액'이다. 기업 이익이 아니라 FTA에 따른 수출 증가분을 잣대로 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협정문이 금하는 수출 부과금인지는 부과 대상을 정할 때 가려진다.

농어민 쪽에서는 가입 자체를 멈추라는 요구가 나왔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 회장은 26일 "가입 검토 자체를 철회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7월 뉴데일리 보도에서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기금에 돈을 내는 기업의 세제 혜택을 늘리자고 했다. 반면 한국경제 27일 사설은 가입 신청을 서두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 보상이 기업에 직접 넘어가는 것을 우려했다.

정부가 답할 물음은 둘이다. 수출 부담금은 어느 법에 담고, 어떤 기업의 무엇에 매기는가? 그 기준은 CPTPP에 편입된 TPP 협정문 제2.15조와 어떻게 맞추는가? 청와대는 8일 브리핑에서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않도록 한 지시를 알렸다. 이 브리핑이 든 CPTPP 장관회의는 11월에 열린다. 상생기금 출연금 2000억 원이 든 2027년도 예산안의 헌법상 의결 시한은 12월 2일이다.

어떤 법으로 누구에게서 걷는지에 답하기 전까지, 수출 부담금은 10년 전 무역이득공유제와 같은 물음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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