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대로의 세종문화회관과 외교부 청사(가운데 흰 건물). 2020년 9월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사진: 서울연구원 · File:Sejong Center and MOFA along Sejong-daero in 2020.jpg · CC BY 4.0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2024년 4월 11일 외교부 본부에 여행경보를 올려 달라고 건의했다. 여행경보는 나라와 지역의 위험을 네 단계로 알리는 제도다. 단계마다 국민이 따를 행동요령이 붙는다. 당시 캄보디아는 위험 요인을 알고 대비하라는 1단계였다. 경보는 1년 5개월 뒤인 2025년 9월 16일에야 처음 올랐다. 본부가 든 요건은 무엇이었고, 지금은 달라졌을까?

그사이 피해 신고는 늘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취업사기와 감금 피해자는 2023년 17명이었다. 2024년에는 220명, 2025년에는 504명이 신고됐다. 외교부 자료를 감사원이 정리한 숫자다. 2025년 8월에는 한국인 대학생이 범죄단지에서 숨졌다.

본부는 첫 건의를 요건을 들어 거절했다. 대사관이 요청한 것은 2단계와 3단계 사이의 특별여행주의보였다. 본부는 4월 16일 "취업사기 피해는 상시적 위험에 해당하므로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라고 회신했다. 영사조력법 시행령은 이 경보를 "단기간의 긴급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하여" 낼 수 있게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본부는 발령요건만 문제 삼고 2단계 이상으로 올릴 필요는 검토하지 않았다. 외교부 지침은 살인·납치 같은 강력범죄가 자주 일어나면 2단계를 낼 수 있게 한다. 외교부도 감사원에 "2단계 등으로의 상향 필요성을 재검토할 여지는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7월에는 본부가 서식을 이유로 다시 건의를 돌려보냈다. 대사관은 7월 19일 그해 피해자가 80명이라며 본부가 직접 올려 달라고 했다. 본부는 올릴 지역과 단계를 정해진 서식에 적어 다시 내라고 했다. 그러나 대사관은 서식을 내지 않았고, 담당 과장도 독촉하지 않았다.

9월에는 대사관이 다시 건의했고, 본부도 올리려 했다. 대사관은 9월 17일 프놈펜 등 4개 지역을 2단계로 올려 달라고 했다. 본부는 9월 19일 대사관에 "내일부터" 올리려 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캄보디아를 맡은 지역 부서가 사전설명을 요구했다. 캄보디아 정부에 경보를 올린다고 미리 알리라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침에 없는 절차다.

대사관은 사전설명을 미루자고 했고, 본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대사관은 10월 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시 대사는 교민 생계와 외교 관계를 걱정했다고 진술했다. 10월 하순에는 캄보디아 측과의 정례 회의를 이유로 다시 미뤘다.

그 뒤 대사관은 상향 의견을 내지 않았다. 반년마다 모든 지역의 경보를 다시 정하는 정기조정 때다. 대사관은 2024년 12월 주재국 단속이 강화됐다며 1단계 유지 의견을 냈다. 또 2025년 6월에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두 번의 1단계 유지에 일차 책임이 대사관에 있다고 봤다.

본부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2025년 4월 한 부서가 상향을 추진했지만 다른 부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추진하던 부서는 이를 반대로 이해하고 멈췄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2025년 8월까지 13개월 동안 피해자는 447명이었다.

경보는 대학생이 숨진 다음 달에야 올랐다. 9월 16일 프놈펜은 2단계, 시하누크빌·바벳 등은 특별여행주의보가 됐다. 10월에는 프놈펜이 특별여행주의보로, 보코산·바벳·포이펫이 여행금지인 4단계로 올랐다.

외교부는 감사 과정에서 외교 관계와 인력 사정을 들었다. 사전설명은 "외교적으로 당연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재외국민 보호를 맡은 국 단위 조직이 2023년 두 곳에서 한 곳으로 줄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장 1명과 과장 2명에게는 감봉·견책 같은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퇴임한 당시 대사의 비위는 재취업 등에 참고하도록 외교부에 통보했다.

경보 지연은 캄보디아에서만 있지 않았다. 감사원은 2023년부터 2025년 10월까지의 수시조정 54건을 분석했다. 정기조정 사이에 공관 건의로 경보를 바꾼 경우다. 15일 이상 걸린 것이 16건이고, 그중 9건은 30일 이상이었다. 늦어진 16건의 절반 넘게는 공관과 부서 사이 협의가 이유였다. 감사원은 협의 기한을 지침으로 정하라고 통보했다.

반면 외교부는 기간이 다른 숫자를 냈다. 뉴스1이 전한 외교부 입장자료를 보면 2025년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수시조정은 64건이다. 이 중 15일 이상 걸린 것은 1건이다. 그러나 해외안전여행 누리집의 특별여행주의보 기준은 지금도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이 있는 경우"다.

한편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감금 등 피해 신고는 1년 전보다 94% 줄었다. 몇 달씩 이어지는 범죄에는 어느 단계를, 며칠 안에 내는가? 연합뉴스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재발방지책 및 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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