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Seoul Institute · Supreme Court of Korea (2020).jpg · CC BY 4.0
법원에 낸 서면에 AI가 지어낸 판례가 섞여 들어오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법관 360명에게 물었다. 243명(67.5%)이 AI가 만든 허위 판례 등이 든 서면을 받아 봤다고 답했다. 대법원은 "AI 활용으로 인한 허위·부존재 판례 등의 인용은 상대방과 재판부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결국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지연시킨다"고 했다. 지금 법으로는 이런 서면을 낸 사람에게 무엇을 물릴 수 있을까?
이런 서면을 겪은 법관이 가장 많이 본 것은 아예 없는 판례였다. 설문은 10월 6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법원의 법관을 대상으로 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겪었다고 답한 243명 가운데 196명(80.7%)은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봤다. 159명(65.4%)은 실제 판례의 내용을 틀리게 옮긴 경우를 겪었다. AI와 나눈 대화가 서면에 그대로 들어간 사례도 있었다. 민사·가사·행정 담당 법관만 따로 보면 경험 비율은 약 80%다(법률신문).
허위 판례 등을 낸 쪽은 변호사보다 변호사 없이 소송하는 당사자 본인이 많았다. 당사자 본인을 꼽은 법관은 164명(69.5%), 변호사를 꼽은 법관은 136명(57.6%)이다(복수 응답). 세계일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상대방 쪽에 변호사가 없으면 이런 오류를 찾아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금 법에도 쓸 수 있는 수단은 있다. 그러나 모두 재판부가 고르는 재량이다. 법원행정처 태스크포스(TF)는 3월 31일 현행법 안에서 재판부가 쓸 수 있는 대응책을 내놨다. 소송을 늦춘 쪽에 소송비용을 물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허위 서면의 내용을 법정에서 주장하지 못하게 하고, 판결서에 허위라고 적을 수도 있다. 비용 부담의 근거는 민사소송법 제100조다. 소송비용은 보통 진 쪽이 낸다. 그러나 이긴 쪽도 자기 책임으로 소송을 늦췄다면 그 비용을 물 수 있다.
실제로 판결서에 적은 재판부도 있다. 법률방송뉴스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5-2부가 8월 차량수리비 사건에서 그렇게 했다. 원고가 인용한 대법원 판결은 AI가 지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변호사에게는 징계라는 수단이 더 있다. 변호사법 제24조는 변호사가 직무에서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했다. 징계는 견책부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정직, 제명, 영구제명까지 다섯 가지다. 이 과태료는 변호사 징계로 정하는 것이어서 법원이 직접 물리지 않는다. TF 대책에서도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의뢰하는 데까지다.
법원행정처는 AI 허위 자료를 겨냥한 과태료 근거가 지금 법에 없다고 본다. 법률방송뉴스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이를 직접 겨냥한 명시적 제재 규정이 없다고 진단했다. 물론 민사소송법에도 과태료 조항은 있다. 제370조는 선서한 당사자가 거짓 진술을 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다만 이 조항은 당사자가 법정에서 선서하고 답한 말을 다룬다.
법원행정처는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을 고쳐 과태료 근거를 만들겠다고 했다. 법무부 등과 협의해 국회에 의견을 낸다. 보도된 계획에는 과태료 금액이 나오지 않는다. 설문에서도 과태료 근거 마련을 꼽은 법관이 215명(61.4%)이었다. 서면에 쓴 법령과 판례를 확인하게 하는 검증 의무도 214명(61.1%)이 꼽았다.
미국과 영국 법원은 새 법을 기다리지 않고 기존 규칙으로 제재했다. 미국 연방 민사소송규칙 제11조는 서면에 서명한 사람이 합리적으로 조사한 뒤 법적 주장의 근거를 보증하게 한다. 변호사 없이 소송하는 당사자도 서명하면 같은 보증을 한다. 2023년 6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가짜 판례를 낸 변호사들과 법무법인에 함께 5,000달러를 물렸다. 의뢰인과, 가짜 판결의 저자로 이름이 붙은 판사들에게 알리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영국 고등법원은 2025년 6월 판결에서 변호사의 확인 의무를 밝혔다. AI로 찾은 내용을 권위 있는 자료와 맞춰 보는 것은 변호사의 직업상 의무라고 했다. 판결이 든 조치는 공개 질책, 비용 부담 명령, 감독기관 회부, 법정모욕 절차, 경찰 회부 등이다. 이 판결이 함께 다룬 두 사건의 변호사들은 법정모욕 절차 없이 변호사 감독기관에 회부됐다.
한국에서는 AI 인용을 확인하게 하는 규칙이 아직 제안에 머물러 있다. TF는 3월에 대법원이 정하는 민사소송규칙을 고치자고 제안했다. AI를 쓴 사실을 알리고, 인용한 법령이 정확한지 확인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확인을 돕는 도구는 그보다 먼저 나왔다. 올해 2월 20일부터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사건번호가 진짜인지 찾아볼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답할 물음은 둘이다. 새 과태료는 변호사가 낸 서면과 당사자 본인이 낸 서면에 같은 기준으로 물리는가? 확인 의무와 AI 사용 고지는 언제 규칙에 들어가는가?
법관 셋 중 둘이 AI 허위 판례 등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서면에 과태료를 물릴 근거는 법을 고쳐 만들겠다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계획이다.
출처 9건 펼치기
정부·국회·국제기구·법령 1건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8건
- 경향신문, AI와 대화 내용이 서면에 그대로…법관 68%가 "AI 허위 판례 등 경험", 2026.11.2. 360명 중 243명, 유형·주체·대응책별 응답, 대법원 설명, 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 개정 추진.
- 법률신문, 판사 80% "AI 허위 판례 담긴 서면 받아봤다", 2026.11.2. 조사 기간, 민사·가사·행정 담당 약 80%.
- 세계일보, 판사 81% "AI가 만든 '가짜 판례' 경험", 2026.11.2. 법원행정처 설명.
- 법률방송뉴스, 민사 판사 80% 'AI 가짜 판례' 겪었다... 대법, 과태료 입법 추진, 2026.11.3. 현행 규정에 대한 법원행정처 진단, 대전지법 판결.
- 세계일보, 'AI 가짜 판례' 골치… "인용 땐 과태료", 2026.3.31. TF 대응책, 민사소송규칙 개정 제안, 허위 사건번호 확인 기능.
- 케이스노트, 민사소송법 제100조, 제370조, 변호사법 제24조, 제90조.
- 로이터(야후 전재), New York lawyers sanctioned for using fake ChatGPT cases, 2023.6.22. Mata v. Avianca.
- [영국 국가기록원 판례, Ayinde v Haringey; Al-Haroun v Qatar National Bank, [2025] EWHC 1383 (Admin)](https://caselaw.nationalarchives.gov.uk/ewhc/admin/2025/1383), 202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