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S h y numis · Skyline of Yeouido, a prominent finance district in Seoul.jpg · CC BY 4.0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의 충격을 줄이겠다며 투자 원칙을 바꿨다. 주가가 급등하자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는 리밸런싱을 유예했고, 목표 비중도 대폭 높였다.
그 결과 주가 상승기에는 큰 수익을 거뒀지만, 하락기에는 막대한 평가액 감소를 겪었다.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리밸런싱 유예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규칙을 따랐다면 매일 8000억 원 이상,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의 10%가 넘는 주식을 팔아야 했다는 것이다. 대규모 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도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주가 부양에 동원한 것 아니냐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올해 1월 26일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올렸다. 동시에 6월 말까지 리밸런싱을 유예하기로 했다.
리밸런싱은 주가 변동으로 특정 자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작아지면 주식을 사고팔아 미리 정한 비율로 되돌리는 것이다.
가령 주가가 급등해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범위를 넘으면 일부를 팔아 위험을 줄인다. 반대로 주가가 급락하면 주식을 사들여 비중을 맞춘다.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많은 돈을 특정 자산에 투자하지 않도록 만든 안전장치다.
그런데 기금운용위원회는 이 장치를 한시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규모가 커져 대규모 매매가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5월 28일에는 한발 더 나갔다.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대폭 높였다. 주식 보유 허용범위도 한시적으로 넓혔다. 다만 허용범위를 얼마나 넓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사이 주가는 급등했다.
6월 말 코스피는 연초보다 101.14% 상승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107.37%, 기금 전체 수익률도 27.22%에 달했다.
국내주식 평가액은 543조2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전체 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1%까지 올라갔다. 새로 정한 목표치 20.8%보다 8.3%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7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7월 말 국내주식 평가액은 418조6000억 원으로 줄었다. 한 달 사이 124조6000억 원 감소한 것이다.
물론 이 금액 전부가 투자 손실은 아니다. 주가 하락뿐 아니라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고판 결과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주식 비중을 크게 높인 상태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국민연금이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되는지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기존 리밸런싱 원칙을 지켰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주가가 오를 때 일부 주식을 팔았다면 상승기의 수익은 줄었을 수 있다. 반면 주가가 급락했을 때는 손실 위험을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유리했는지는 실제 운용 결과와 기존 원칙을 적용했을 때의 가상 운용 결과를 비교해야 판단할 수 있다.
국정감사에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요구한 것도 바로 이 자료다.
그러나 김성주 이사장은 구체적인 비교 결과 대신 리밸런싱을 했다면 주식시장에 충격이 컸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1월과 5월의 결정이 모두 기금운용위원회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도 강조했다.
만장일치였다고 해서 결정의 타당성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 과정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1월 26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 요약본에는 리밸런싱 유예 안건을 '대외 비공개로 관리한다'고만 적혀 있다. 5월에 넓힌 국내주식 허용범위도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7월 말 기준 1684조2000억 원의 기금을 운용한다. 국민이 낸 보험료와 운용 수익으로 쌓은 돈이다. 주식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자금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돈이다.
물론 국민연금이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하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충격을 줄이는 일과 가입자의 노후자금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투자 원칙을 바꿨다면 그 결정이 가입자에게 어떤 이익과 위험을 가져왔는지 설명할 책임도 져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말 국내주식 허용범위를 다시 점검할 예정이다.
그 전에 반드시 공개해야 할 자료가 있다.
리밸런싱을 유예했을 때와 기존 원칙을 지켰을 때의 수익률, 평가손익, 위험을 비교한 결과다.
아울러 앞으로 어떤 조건에서, 얼마 동안 리밸런싱을 유예할 수 있는지도 명확히 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을 바꾼 결정이 시장을 위한 것이었는지, 가입자를 위한 것이었는지 검증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주가를 지키는 기금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기금이기 때문이다.
출처 13건 펼치기
정부·국회·국제기구·법령 3건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년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 결과(목표 비중 조정과 리밸런싱 유예), 2026.1.27.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년 제5차 기금운용위원회 결과(국내주식 목표 비중 20.8%, 허용범위 조정), 2026.5.28.
-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민연금법(운용위원회의 회의록 조항), 2026.10.15 확인.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10건
- 연합뉴스, 김성주 이사장 국정감사 답변(리밸런싱 미유예 시 매일 8천억 원 매도), 2026.10.14.
- 연합뉴스, 코스피 14일 마감과 6거래일 하락폭, 2026.10.14.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첫 화면, 기금적립금(2026년 7월 말), 2026.10.15 확인.
-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2026년도 제1차 회의록(요약), 2026.3.5.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자산배분(목표수익률과 위험한도), 2026.10.15 확인.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2026년 6월 말 운용수익률 설명자료, 2026.8.28.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운용성과(2026년 1~7월 잠정), 2026.10.15 확인.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2026년 7월 말 운용수익률 설명자료, 2026.9.29.
-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 여야 공방, 2026.10.14.
- 이투데이, 김성주 이사장 "1·5월 만장일치" 답변, 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