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3·4호기는 10년 허가 기간 가운데 실제로 7~8년 남짓 돈다. 지금 멈춘 원전 설비는 3,800메가와트로 원전 설비의 14.6%, 11월 1일 월성 2호기가 멈추면 17.3%다. 자료: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그래픽: NEXT
사진: NEXT · 고리 3·4호기 허가 기간과 실제 운전 기간 · NEXT 자체 제작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7일 고리 원전 3·4호기의 계속운전을 허가했다. 계속운전은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을 안전 심사를 거쳐 더 돌리는 것이다. 표결에 참여한 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찬성하고 2명이 반대했다. 같은 심사를 기다리는 원전도 7기가 더 있다. '10년 연장'을 얻은 두 원전은 실제로 몇 년을 더 돌까.

몇 년을 더 도느냐는 전기를 얼마나 만드느냐의 문제다. 두 원전이 함께 정상으로 돈 마지막 해는 2022년이다. 그해 두 원전은 약 180억킬로와트시를 만들었다. 국내 원전 발전량의 10.2%다. 멈춰 있는 동안 두 원전은 이 전기를 만들지 못한다. 전력시장이 발전사에 치르는 값도 연료마다 다르다. 올해 1~8월 원전 전기는 킬로와트시당 89원에 정산됐다. 같은 기간 LNG 전기는 167원이었다. 이 값은 발전사가 받은 값이라, 원전이 멈춰 늘어나는 비용을 그대로 보여 주지는 않는다.

정부의 전력 계획도 이 원전들이 계속 돈다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까지 운영허가가 끝나는 원전의 계속운전을 전제로 했다. 이 계획은 2038년 전기의 35.2%를 원전에서 얻는다고 봤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38년 6.2기가와트로 잡았다. 허가가 끝난 뒤 다시 돌기까지 멈추는 기간도 발전량 전망에 넣었다.

10년은 원전을 다시 돌린 날이 아니라 설계수명이 끝난 날부터 센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의 기준일을 설계수명 만료일로 정한다. 이 기준일이 10년을 세기 시작하는 날이다. 원안위도 허가 기한을 3호기는 2034년 9월 28일, 4호기는 2035년 8월 6일로 적었다. 각 호기의 설계수명이 끝난 날에서 꼭 10년 뒤다.

두 원전은 설계수명이 끝난 날부터 멈춰 있고, 아직 다시 돌지 않았다. 3호기는 2024년 9월, 4호기는 2025년 8월에 멈췄다. 원안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설비를 교체한 뒤 원안위 현장점검을 통과해야 재가동할 수 있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원안위 관계자는 이 과정에 4~6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2027년 상반기에 차례로 다시 돌리는 것이 목표다. 그러면 3호기는 7년 남짓, 4호기는 8년 남짓 돈다. 파이낸셜뉴스의 계산도 약 7년, 약 8년이다.

10년 허가 가운데 3호기는 오늘까지 2년 1개월, 4호기는 1년 2개월을 멈춘 채 보냈다.

지금 멈춘 원전의 몫도 작지 않다. 전력거래소 자료로 고리 3·4호기의 설비용량은 각각 950메가와트다. 지금 멈춰 있는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를 합치면 3,800메가와트로, 원전 설비 2만6050메가와트의 14.6%다. 11월 1일 월성 2호기(700메가와트)가 멈추면 17.3%가 된다. 올여름 최대전력이 나온 8월 7일의 공급예비율은 8.7%였다.

최원호 원안위원장은 일부 원전이 10년을 다 쓰지 못하는 까닭을 늦은 신청에서 찾았다. 그는 이달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 계속운전 신청을 늦게 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가 든 예는 고리 2호기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 평가보고서를 기한보다 약 1년 늦게 내 2022년 원안위에 고발됐다.

그러나 고리 3·4호기의 보고서는 기한 안에 들어갔다. 이 보고서는 한수원이 계속운전에 앞서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해 원안위에 내는 문서다. 원안위에 따르면 한수원은 2022년 9월 26일 이 보고서를 냈다. 당시 시행령은 설계수명 만료 5년 전부터 2년 전까지 내게 했다. 최 위원장은 같은 인터뷰에서 심사 기간도 원인으로 들었다. "안전성 심사에 보통 3년 내외가 걸리다 보니 설계 수명이 끝나고 계속운전 승인이 나기까지 정지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옛 시행령의 마감은 만료 2년 전이었고, 심사에는 3년 안팎이 걸렸다. 마감을 지켜도 원전은 멈출 수 있었다.

보고서 마감은 2022년 말 시행령 개정으로 앞당겨졌다. 지금은 만료 10년 전부터 5년 전까지 내야 한다. 최 위원장은 "충분한 심사 기간과 정비 기간을 확보한다면 10년의 계속운전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10년을 세기 시작하는 날은 그대로 설계수명 만료일이다.

최 위원장은 기준일을 옮기기 어려운 까닭으로 노화를 든다. 그는 "원자로는 정지해 있다고 해서 노화가 멈추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핵연료를 넣은 뒤에는 세워 둬도 방사선 때문에 설비가 낡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윤봉요 한수원 중앙연구원 계속운전연구소장은 설비 개선을 마치고 원자로를 처음 다시 가동한 때부터 10년을 계산하자고 했다.

공백을 줄이는 또 다른 길로 허가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 위원장은 20년 허가가 "법적, 기술적 검토 결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도 법을 고쳐야 해 국회가 정할 일이라고 했다. 이번 고리 허가에 반대한 진재용 위원은 20년 허가에도 반대했다. 그는 "20년이면 여러 외부적 변화를 반영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설계수명이 끝난 뒤 심사를 기다리며 멈춰 선 원전은 이미 더 있다. 심사를 기다리는 원전 7기는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4호기다. 이 가운데 한빛 1호기는 2025년 12월 22일 멈췄고, 2호기는 올해 9월 11일 멈췄다. 월성 2호기도 11월 1일 운전허가 기간이 끝나 멈춘다. 세 원전 모두 계속운전 허가를 받기 전에 운전 기간이 끝났거나 끝난다.

원안위는 한빛 1·2호기 허가안을 내년 상반기에 올릴 계획이다. 허가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논의는 기간을 세기 시작하는 날도 함께 다루는가. 원안위와 한수원은 한빛과 월성 2호기가 멈춰 있는 기간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정부는 연말에 다음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 계획은 원전이 멈추는 기간을 몇 년으로 볼 것인가.

고리 3·4호기의 '10년 연장'은 허가서에서는 10년이고, 발전소에서는 7~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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