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U.S. Army, Capt. Aaron Smith · Patriot missile system fires at a live-fire missile range.jpg · Public domain
2023년 5월 4일 새벽, 우크라이나 키이우주 상공. 러시아 전투기가 쏜 킨잘 미사일이 패트리엇에 맞아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사령관은 이틀 뒤 이를 "역사적 사건"이라고 발표했다[1]. 미 국방부도 5월 9일 요격을 확인했다[2].
3년여가 지난 2026년 가을, 한반도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이어졌다. 북한은 9월 20일 '신형무기'를 시험했다고 보도했다[3]. 10월 3일에는 '극초음속전략무기체계'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4]. 한국 정부는 10월 8일 첫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발사를 공개했다[5]. 3주 사이의 일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흔히 '막을 수 없는 무기'로 불린다. 전쟁터의 기록은 그 말과 다르다.
◇이름이 부르는 오해
극초음속은 음속의 다섯 배, 마하 5를 넘는 속도를 가리킨다. 해수면 기준으로 시속 약 6200km다[6].
이 속도 자체는 새롭지 않다. 탄도미사일도 비행 중 마하 5를 넘는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2023년 보고서에서 '극초음속 무기'라는 말이 자주 잘못 쓰인다고 적었다. 사거리가 아주 짧은 것을 빼면 탄도미사일은 비행 대부분을 마하 5 이상으로 난다는 것이다[6].
새로운 것은 나는 방식이다. 탄도미사일은 우주로 올라갔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궤도를 계산하면 떨어질 곳을 미리 알 수 있다. 극초음속 무기는 비행 대부분을 대기권 안에서 보낸다. 공기의 힘을 받아 방향을 바꿀 수 있다[6][7].
◇세 갈래
'극초음속'이라는 이름이 붙는 무기는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극초음속 무기로 분류하는 것은 앞의 둘이다[7]. 셋째는 탄도미사일이다.
| 갈래 | 나는 방식 | 대표 무기 |
|---|---|---|
| 활공체 | 로켓이 높이 올려 준 뒤 분리돼 대기권 위쪽을 미끄러지듯 난다 | 러시아 아방가르드, 중국 둥펑-17 |
|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 스크램제트 엔진으로 계속 추진한다 | 러시아 치르콘 |
| 기동 탄도미사일 | 탄도미사일이 비행 중 방향을 바꾼다 | 러시아 킨잘 |
스크램제트는 공기 중 산소로 연료를 태운다. CBO는 이 엔진이 마하 4를 넘는 속도에서 작동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그 어려움은 "허리케인 속에서 성냥불을 지키는 일"에 빗댔다[6].
치르콘이 실제로는 탄도미사일에 가까운 궤적을 난다는 분석도 있다[8].
킨잘은 이름과 실체가 다르다. CRS는 킨잘을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고쳐 전투기에 단 공중발사 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7].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가 킨잘을 '극초음속'이라 부르는 것이 다소 오해를 부른다고 적었다[9]. 러시아가 2024년 11월부터 우크라이나에 쏜 오레시니크도 미 국방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했다[10].
◇왜 막기 어렵다고 하나
이유는 둘이다. 늦게 보이고, 방향을 바꾼다.
지상 레이더는 지구가 둥글어서 수평선 너머를 보지 못한다. 높이 뜬 탄도미사일 탄두는 멀리서 보인다. 고도 1000km의 탄두는 약 3500km 밖에서 레이더 시야에 들어온다. 고도 40km로 나는 활공체는 약 500km까지 다가와야 보인다[11]. CBO는 같은 고도의 활공체가 약 850km에서 잡힌다고 계산했다. 레이더 안테나 높이를 30m로 놓은 값이다. CBO는 사거리 1000km에서는 탄도미사일도 조금 일찍 보일 뿐이라고 적었다. 차이가 커지는 것은 사거리 3000km급이다[6].
방향도 바뀐다. CSIS는 극초음속 무기가 탄도미사일의 속도에 순항미사일의 기동성과 탐지의 어려움을 합쳤다고 설명한다. 대응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12].
대가도 있다. 대기권 안을 빠르게 날면 공기와 부딪혀 뜨거워진다. CBO는 기체가 섭씨 1650도에 이르는 열을 오래 견뎌야 한다고 적었다[6]. 방향을 틀 때마다 속도와 사거리도 잃는다. CSIS 보고서는 "모든 기동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썼다[12].
◇막은 날과 못 막은 날
우크라이나의 기록에는 두 경우가 다 있다.
막은 날이 있다. 공개된 요격으로는 2023년 5월의 킨잘이 처음이었다[1]. 우크라이나 공군은 2026년 6월 15일 러시아가 쏜 치르콘 6발 가운데 5발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13].
못 막은 날도 있다. 2026년 8월 4일 밤부터 5일 새벽까지 러시아는 키이우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탄도미사일 24발과 치르콘 또는 오닉스 대함미사일 4발이 날아왔다고 발표했다. 격추 목록에는 무인기 98대만 있었다[14]. 현지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미사일 28발 가운데 요격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키이우와 주변에서 17명이 숨졌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의 요격탄 재고가 넉넉하지 않다는 점을 함께 전했다[15].
치르콘만 놓고 봐도 결과는 날마다 달랐다. 6월 2일 발표의 격추 목록에는 치르콘 8발이 없었다. 7월 2일의 4발도 없었다. 7월 6일에는 치르콘 또는 오닉스 6발과 탄도미사일 23발이 목록에 없었다[16].
러시아의 사용량은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매체 밀리타르니는 공군 발표를 더해 집계했다. 6월에 치르콘 약 15발, 7월 1~19일에 20발이 쓰였다[8].
중동에서도 미사일 방어의 실전 기록이 나왔다. 2026년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3월 22일 이란 탄도미사일 400여 발 가운데 약 92%를 요격했다고 말했다. 개전 23일째까지의 자체 집계다[17]. CRS는 2025년 보고서에서 이란이 지금은 극초음속 무기 능력을 추구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적었다[7].
◇회의론과 위협론
전문가의 평가는 갈린다.
회의론의 대표는 데이비드 라이트와 캐머런 트레이시다. 라이트는 물리학자, 트레이시는 재료과학자다[11]. 두 사람은 2020년 논문에서 활공체의 비행을 계산했다. 결론은 둘이다. 대륙간 거리에서는 낮은 각도로 쏜 탄도미사일이 활공체보다 빨리 도착한다. 대륙간 활공체는 뜨거워서 비행 대부분 동안 지금 있는 조기경보위성에 보인다[18]. 두 사람은 이듬해 기고문에서 극초음속 무기에 관한 주장 다수가 "과장됐거나 그냥 틀렸다"고 썼다[11].
CBO는 비용을 계산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조달 단가는 한 발 평균 4100만 달러다. 기동 탄두를 단 탄도미사일은 2600만 달러다. 2023년 달러로 300발을 사는 경우의 평균이다. CBO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기동 탄두 탄도미사일보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상대가 매우 뛰어난 장거리 방어망을 갖춘 경우만 예외로 뒀다[6].
위협을 강조하는 쪽은 대응 시간을 근거로 든다. 늦게 보이고 방향을 바꾸면 대응할 시간이 준다[12]. CRS는 일부 분석가의 우려도 소개했다. 탄두가 핵인지 재래식인지 가리기 어려워 뜻하지 않은 확전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7].
두 쪽이 함께 인정하는 점도 있다. CSIS 보고서는 극초음속 방어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썼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은탄환이 아니며, 막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12] 이 보고서는 요격미사일을 만드는 레이시온의 후원을 받았다[12].
◇누가 얼마나 가졌나
러시아는 아방가르드를 배치했고 킨잘과 치르콘을 실전에 썼다. 아방가르드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실리는 핵 활공체다. 미국과학자연맹 연구진은 12기가 배치된 것으로 추정한다[19].
미 국방부는 2025년 보고서에서 중국이 "세계 최고의 극초음속 미사일 전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20].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활공체를 단 미사일을 처음 배치했다. 2021년 7월에는 활공체를 실은 미사일로 부분궤도 시험을 했다. 비행 거리는 약 4만km였다[21].
CRS는 2025년 8월 미국이 2027회계연도 전에는 실전 체계를 배치하기 어렵다고 봤다[7]. 육군의 다크이글은 발사 장비가 먼저 배치됐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2026년 7월 보고서에서 미사일을 갖춘 첫 포대가 애초 목표보다 2년 넘게 늦어졌다고 적었다[22]. 같은 달 CRS 문서는 3월 육군 관계자의 말을 옮겼다. 첫 실전용 미사일을 "곧" 받는다는 것이다[23]. 미 국방부의 극초음속 공격 무기 연구 예산 요청액도 줄었다. 2025회계연도 69억 달러에서 2026회계연도 39억 달러가 됐다[7].
방어 쪽은 더 늦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개발하는 활공단계 요격미사일은 2026회계연도 예산 요청서 기준으로 2032회계연도 인도가 목표다[7].
일본은 2026년 3월 31일 25식 고속활공탄을 시즈오카현 후지 주둔지의 교육 부대에 배치했다[24].
극초음속 무기를 따로 제한하는 군비통제 조약은 없다. CRS에 따르면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도 활공체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직접 다루지 않았다[7].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수를 제한하던 그 조약은 2026년 2월 5일 만료됐다[25].
◇NEXT의 판단
제목의 질문에는 갈래마다 다른 답이 나온다.
킨잘은 막힌 기록이 있다. 미 국방부가 확인했다[2]. 킨잘은 탄도미사일이다. 치르콘은 우크라이나 공군 발표로 막힌 날과 막지 못한 날이 있다[13][16]. 활공체는 아직 알 수 없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도 중국 둥펑-17도 실전에 쓰인 기록이 없다. 두 무기를 두고 한 '막을 수 없다'는 말은 전쟁터에서 시험된 적이 없다.
공격하는 쪽도 많이 갖지 못한 무기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러시아의 2026년 치르콘 생산 계획을 약 30발로 추산한다. 군사 매체 밀리타르니가 공군 발표를 더해 보니 7월의 첫 19일 동안 20발이 쓰였다. 이 가운데 6발은 공군이 치르콘 또는 오닉스라고 발표한 것이다. 한 해 만들 양의 3분의 2다. 재고는 120발 남짓으로 추산된다[8]. 이 속도로 오래 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CBO는 미국이 살 경우 극초음속 미사일이 기동 탄두 탄도미사일보다 한 발에 60%쯤 비쌀 것으로 추산했다[6].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다른 무기와 섞어 쏜다. 8월 5일 새벽 우크라이나로 미사일 28발과 무인기 115대가 함께 날아왔다. 주된 표적은 키이우 일대였다[14][15]. 치르콘 또는 오닉스는 그 가운데 4발이었다. 빠른 미사일을 막을 요격탄은 수가 적다[15]. 탄도미사일 24발이 함께 오면 치르콘에 쓸 요격탄은 그만큼 준다. 그날 미사일 28발 가운데 격추 목록에 오른 것은 없었다[14].
극초음속 미사일은 방어를 쓸모없게 만들지 못했다. 막는 데 드는 요격탄을 늘렸다. 미국도 활공체를 겨냥한 요격미사일을 2032회계연도에 받는 것이 목표다[7]. 그때까지는 지금 있는 요격탄으로 막는다. 8월 키이우 공습 뒤 현지 매체가 짚은 것도 요격탄 재고였다[15].
출처
[1] Ukrainska Pravda, 우크라이나 공군사령관의 킨잘 격추 발표 보도, 2023.5.6. ↩
[2] 미 국방부, 대변인 브리핑 속기록, 2023.5.9. ↩
[3] 연합뉴스, 북한 9월 20일 신형무기 시험 보도, 2026.9.22. ↩
[4] 조선중앙통신, 「동부지역에서 전략미싸일발사훈련 진행」(민플러스 전재), 2026.10.4. ↩
[5] 청와대, 극초음속 활공비행체 최초 시험발사 관련 수석대변인 서면브리핑, 2026.10.8. ↩
[6] 미 의회예산처(CBO), U.S. Hypersonic Weapons and Alternatives, 2023.1.31. ↩
[7] 미 의회조사국(CRS), Hypersonic Weapons: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 (R45811), 2025.8.27. ↩
[8] Militarnyi, 치르콘 사용량 집계, 2026.7.19. ↩
[9] CSIS Missile Threat, Kh-47M2 Kinzhal, 2024.4.23. ↩
[10] Ukrainska Pravda, 미 국방부 부대변인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확인 보도, 2024.11.21. ↩
[11] Scientific American, The Physics and Hype of Hypersonic Weapons, 2021.8.1. ↩
[12] CSIS, Complex Air Defense: Countering the Hypersonic Missile Threat, 2022.2.7. ↩
[13] 우크라이나 공군, 텔레그램 발표, 2026.6.15. ↩
[14] 우크라이나 공군, 텔레그램 발표, 2026.8.5. ↩
[15] Kyiv Post, 8월 5일 키이우 공습 보도, 2026.8.6. ↩
[16] 우크라이나 공군, 텔레그램 발표(6월 2일. 7월 2일은 t.me/kpszsu/67095, 7월 6일은 t.me/kpszsu/67506), 2026.6.2. ↩
[17] AFP(코리아타임스 전재), 이스라엘군 대변인 브리핑 보도, 2026.3.22. ↩
[18] Tracy & Wright, Modeling the Performance of Hypersonic Boost-Glide Missiles, Science & Global Security 28(3), 2020. ↩
[19]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Russian Nuclear Weapons, 2026, 2026.5.14. ↩
[20] 미 국방부,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5, 2025.12.23. ↩
[21] 미 국방부,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4, 2024.12.18. ↩
[22] 미 회계감사원(GAO), Weapon Systems Annual Assessment (GAO-26-108457), 2026.7. ↩
[23] 미 의회조사국(CRS), The U.S. Army's Long-Range Hypersonic Weapon (IF11991), 2026.7.7. ↩
[24] 일본 방위성 남관동방위국, 스탠드오프 미사일 배치 관련 공지, 2026. ↩
[25] Arms Control Today, New START Expires; U.S. Urges Modernized Treaty, 202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