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알래스카 횡단 송유관. 2005년 8월 촬영한 자료사진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이와 별도로 약 1300km의 가스관을 새로 놓는 계획이다.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알래스카 횡단 송유관. 2005년 8월 촬영한 자료사진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이와 별도로 약 1300km의 가스관을 새로 놓는 계획이다.
사진: Luca Galuzzi · Trans-Alaska Pipeline System Luca Galuzzi 2005.jpg · CC BY-SA 2.5

2026년 9월 30일 미국 백악관 집무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최대 2000억달러를 투자해 텍사스 발전소와 원전 8기, 그리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사업에 "500억달러 남짓"이 들어간다고 말했다.[1][2] 그 자리에는 댄 설리번 연방 상원의원과 알래스카 주지사, 개발사 대표가 있었다. 한국 정부 대표는 없었다.[3][4][5]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튿날 브리핑에서 "양국이 합의한 것은 세 문장인데 그 범위를 넘어 숫자가 나오거나 투자가 확정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은 합의보다 훨씬 더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6]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일 자신이 성급하게 발표한 것이 아니고 한국 쪽도 대표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하고 싶지 않다면 나는 괜찮다. 더 청구하면 된다", "곧 서명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리겠다고 전하라"고 했다. 무엇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7]

◇합의문의 세 문장

두 나라가 문서로 합의한 내용은 10월 1일 공개된 공동 보도자료와 공동 팩트시트에 있다. 알래스카 대목은 두 문서에서 똑같고, 김 장관의 말대로 세 문장이다.[8]

국문본 첫 문장은 이렇다.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하여,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하였다." 나머지 두 문장은 미국이 한국 업체의 참여를 지원하고, 경제성 있는 가격의 구매 계약과 한국의 우선 접근권에 대해 가능한 범위에서 보장을 제공하려 한다는 내용이다.[8]

이 세 문장에는 금액이 없다. 투자 약속도, 일정도 없다. 같은 문서가 텍사스 발전소에는 223억달러, 원전에는 1200억달러를 적은 것과 다르다.[8]

눈여겨볼 것은 영문이다. 영문본은 두 나라가 알래스카 LNG 사업의 "작업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agreed to commence working on)"고 썼다. '검토'에 해당하는 단어는 영문에 없다. 산업통상부는 국문본에 '비공식'이라는 표시를 붙였다. 다만 영문도 착수할 작업의 범위나 투자 확정을 적지는 않았다. 같은 문서의 머리말은 이 사업을 영문으로 "함께 작업할 계획", 국문으로 "공동 추진 계획"이라고 불렀다.[8]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일 소셜미디어에 이 사업이 상업성 확인과 한국 법 절차 부합을 전제로 "working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영어 단어를 그대로 썼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9][10]

양쪽의 설명은 강조점이 다르다. 한국 정부는 사업성과 법 절차를 따지는 검토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설리번 상원의원실은 공동 팩트시트와 한국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세 개 사업이 합의됐고 알래스카가 그 가운데 하나라며, 지금의 논란은 협상의 일부라고 밝혔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모든 거래에는 조건이 있다면서도 대통령의 발표를 믿는다고 했다.[4]

◇숫자는 어디서 나왔나

금액은 모두 미국 쪽에서 나왔다. 러트닉 장관은 500억달러 남짓이라고 했고, 알래스카주 연방 의원단은 보도자료 제목에 540억달러를 썼다.[2][11] 김 장관은 금액이 670억달러였다가 540억달러, 500억달러로 계속 바뀌고 있다며 "관련 프로젝트 자료도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6] 러트닉 장관은 발표된 사업들을 "한국 정부가 전액 댄다"고 말했다.[12]

540억달러는 개발사가 추정한 사업 전체 비용의 상단과 비슷한 규모다. 개발사 글렌파른은 6월 알래스카주 의회에 총사업비를 445억~545억달러로 제시했다.[13] 미국 정부가 말한 금액의 산출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비 추정은 낸 곳과 시점에 따라 다르다. 주 공기업인 알래스카 가스라인개발공사(AGDC)는 2020년 387억달러로 추정했다.[14] 주 세입국은 올해 5월 460억달러를 기준으로 비용이 두 배가 되는 경우까지 놓고 따졌다.[15] 기준 연도와 전제가 달라 이 숫자들을 그대로 견주기는 어렵다.

◇사업은 어디까지 왔나

알래스카 LNG는 북부 가스전에서 남부 니키스키까지 약 1300km의 가스관을 놓고, 연 2000만t의 LNG를 수출하는 사업이다. 글렌파른이 지분 75%를, AGDC가 25%를 갖고 있다.[5][16]

최종투자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글렌파른은 지난해 3월 가스관의 최종투자결정을 2025년 안에 내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미뤄졌다.[16] 장기 계약도 없다. 사업 법인이 올해 4월 1일자로 미국 에너지부에 낸 보고서는 장기 수출 계약이나 장기 공급 계약을 아직 맺지 않았다고 적었다.[17] 지금까지 나온 것은 예비 합의다. 대만 CPC 최대 600만t, 태국 PTT 200만t,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200만t, 일본 JERA와 도쿄가스 각 100만t, 한국 포스코인터내셔널 100만t으로 모두 1300만t이다. 개발사는 자금을 조달하려면 1600만t을 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18][17][19]

개발사는 자금이 들어오면 3년 안에 알래스카 안에 가스를 공급하고 그 뒤 수출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20]

한국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만 참여했다. 한국가스공사가 이 사업과 맺은 문서로 공개된 것은 2017년의 비구속 양해각서다.[21][22]

◇한국은 거절할 수 있나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는 지난해 11월 서명한 양해각서(MOU)에 따른다. MOU는 미국 상무장관이 이끄는 투자위원회가 추천한 사업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투자 대상을 고르도록 했다. 투자위원회는 상업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믿는 사업만 추천하려 한다고 적었다.[23]

거절할 권리는 적혀 있다. MOU 9항은 한국이 "단독 재량으로" 투자금을 대지 않기로 할 수 있다고 썼다. 같은 항은 그 경우 미국이 "대통령이 정한 요율로" 한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도 썼다.[23] MOU는 스스로 법적 구속력 있는 권리와 의무를 만들지 않는 행정적 양해라고 밝히고 있다.[23]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이 조항이 "향후 경제·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24]

한국 쪽 절차는 법률에 있다. 3월 국회를 통과해 6월 시행된 한미전략투자법은 대미 투자가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미전략투자운영위원회가 사업 추진을 의결하면 정부는 미국과 협의를 시작하기 전에 국회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업을 국가안보나 공급망 안정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추진하려면, 미국과 협의를 시작하기 전에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25]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기본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연방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설명하고 있어 인허가와 인력 문제가 풀리면 사업성이 나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자료를 받고 현지 실사를 한 뒤 판단하겠다고 밝혔다.[6]

◇가스는 싼가

경제성 추정은 크게 갈린다. 컨설팅 회사 우드맥킨지는 2022년 AGDC 의뢰로 낸 분석에서 알래스카 LNG의 아시아 도착 원가를 100만BTU당 약 6.7달러로 계산하고, 미국 멕시코만 사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사업비 387억달러, 연 5% 금리의 차입을 가정한 값이다.[26]

올해 5월 알래스카주 하원 재정위원회에서는 다른 숫자가 나왔다. 주 세입국 모형은 세제를 바꾸지 않으면 일본 도착 가격이 1000세제곱피트당 11달러를 넘는다고 봤다. 주지사의 감세안을 적용하면 약 10.4달러다. 주의회 자문사는 일본의 10년 평균 장기계약 가격을 10.41달러로 제시하면서 아시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27] 주의회는 감세 법안을 정기 회기와 특별 회기에서 처리하지 못했다.[20]

한국의 수요 전망도 변수다. 정부가 7월 확정한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은 기준 수요가 2026년 4591만t에서 2038년 4100만t으로 줄어든다고 봤다. 수급 관리용으로 잡은 수요는 4762만t에서 4767만t으로 거의 같다.[28]

사업을 지지하는 쪽의 논리는 공급 안보와 자금 조건이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카타르의 LNG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29] 한국의 카타르산 도입은 2월 67만t에서 3월 25만t으로 줄었다.[30] 알래스카는 중동 해협을 지나지 않는다. 닉 비거치 연방 하원의원실은 한국 정부 재원의 낮은 자본 비용과 우선 수익 배분이 상업성의 문턱을 낮춘다고 주장했다.[4] 다만 개발사가 목표로 잡은 전면 가동 시점은 2031년이다.[31] 수출이 그때 시작된다면 지금의 공급 차질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책은 되지 못한다.

이 사업은 과거에도 여러 번 멈췄다. 엑손모빌 등 석유회사들은 2016년 경제성 분석 뒤 다음 설계 단계로 가지 않았고, 2017년 중국 기업들과 맺은 공동개발 합의는 2019년 만료됐다.[32][33]

◇NEXT의 판단

9월 30일의 발표와 10월 1일의 합의문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발표에는 금액과 확정의 언어가 있었고, 합의문의 알래스카 대목에는 조건이 붙은 세 문장만 있다. 그 첫 문장은 영문과 국문의 표현이 다르다.

NEXT는 세 가지를 확인 지점으로 본다. 어느 문안이 기준이고 '작업 착수'가 한국에 무엇을 약속하게 하는지, 상업적 합리성을 누가 어떤 자료로 판단하고 그 결과를 어디까지 공개하는지, 한국이 사업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MOU의 관세 조항이 언제부터 적용되는지다.

정부는 사업성이 있어야만 추진한다고 밝혔다. NEXT는 그 판단의 근거 자료가 국회 보고 뒤 어디까지 공개되는지를 함께 본다.

출처

[1] Korea Times, Korea protests US unilateral announcement on Alaska LNG project, 2026.10.1. ↩

[2] Korea JoongAng Daily, Trump unveils Korea's $200B U.S. investment plans, 2026.10.1. ↩

[3] Alaska Public Media, Trump claims South Korea will invest $50 billion in Alaska gas pipeline, but offers few details, 2026.9.30. ↩

[4] Anchorage Daily News, South Korean official says Trump announcement on Alaska LNG went far beyond what was agreed, 2026.10.2. ↩

[5] Glenfarne, press release, 2026.9.30. ↩

[6] 뉴스1, 김정관 장관 알래스카 LNG 브리핑 문답, 2026.10.1. ↩

[7] Korea Times(연합뉴스), Trump threatens to charge Korea more if it rejects Alaska LNG project, 2026.10.3. ↩

[8] 산업통상부,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추진 계획 발표(한미 공동 보도자료·공동 팩트시트 영문·비공식 국문본 첨부), 2026.10.1. ↩

[9] 프레시안, 이재명 대통령 대미투자 관련 X 게시글, 2026.10.1. ↩

[10] SBS, 청와대 관계자 설명, 2026.10.2. ↩

[11] Sen. Dan Sullivan, Alaska Congressional Delegation, Governor celebrate historic $54 billion Korean investment in Alaska LNG, 2026.9.30. ↩

[12] Deseret News, President Trump announces South Korea to help fund Alaska pipeline project, 2026.9.30. ↩

[13] Alaska Public Media, Glenfarne releases Alaska LNG cost estimates as skeptical legislators press for details, 2026.6.4. ↩

[14] AGDC, Updated $38.7 billion project construction cost, 2020.6.25. ↩

[15] The Alaska Current, Legislators drill down on the Alaska LNG project's details, 2026.5.29. ↩

[16] Glenfarne·AGDC, press release(지분 75% 인수, 최종투자결정 계획), 2025.3.27. ↩

[17] Alaska LNG Project LLC, Semi-annual report to the U.S. Department of Energy, 2026.4.1. ↩

[18] Glenfarne·TotalEnergies, press release(예비 합의 물량 1300만t, 목표 1600만t), 2026.2.26. ↩

[19] Glenfarne·Tokyo Gas, press release, 2025.10.24. ↩

[20] Anchorage Daily News, Trump to announce South Korean investment in Alaska natural gas pipeline, 2026.9.30. ↩

[21] Anchorage Daily News, Korean gas buyer eyes Alaska LNG but signs similar deals with Alaska competitors, 2017.7.6. ↩

[22] ChosunBiz(Hellenic Shipping News 전재), 한국 기업들의 알래스카 LNG 검토, 2026.2. ↩

[23] 산업통상부,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영문 서명본·국문 비공식 번역본), 2025.11.14. ↩

[24]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2449호, 2025.12.23. ↩

[25] 국가법령정보센터,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법률 제21486호), 2026.6.18 시행. ↩

[26] Wood Mackenzie, Alaska LNG Competitiveness Analysis, 2022.1. ↩

[27] Alaska Beacon(Alaska Public Media 전재), Proposed Alaska gas pipeline has a narrow window of viability, estimates suggest, 2026.5.27. ↩

[28] 산업통상부,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2026.7.27. ↩

[29] 에너지경제연구원, KEEI 에너지 브리프(2026년 4월), 2026.4. ↩

[30] 에너지플랫폼뉴스, 3월 LNG 수입 통계, 2026.4.15. ↩

[31] Oil & Gas Journal, Trump cites $54 billion South Korean plan for Alaska LNG, 2026.10.2. ↩

[32] Anchorage Daily News, State is taking over the gas line effort, 2016.12.21. ↩

[33] Interfax Energy, Chinese agreement expiration to put Alaska LNG on ice,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