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의 논에서 일하는 농민과 경운기. 2007년 5월 촬영한 자료사진이다.
경북 경주의 논에서 일하는 농민과 경운기. 2007년 5월 촬영한 자료사진이다.
사진: Alain Seguin · Korea-Gyeongju-Farmer and cultivator in a paddy field-01.jpg · CC BY-SA 3.0

2026년 9월 22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환경정보화마을. 농지 전수조사 현장 간담회에 나온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지의 현실은 책상에서 모두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조치법 제정과 농지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했다.[1]

두 달 전인 7월 30일, 농식품부는 전수조사의 첫 결과를 내놨다. 조사한 필지의 27%가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다. 가장 많은 유형은 불법 전용이 아니라 불법 임대차 의심이었다.[2] 농지 투기를 바로잡겠다며 시작한 조사에서 땅을 빌려 농사짓는 오래된 관행이 가장 많이 걸렸다.

◇78년 만의 전수조사가 찾은 것

정부는 5월 18일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직후의 농지 실태조사 이후 78년 만의 전국 조사라는 평가가 나왔다.[3] 올해 대상은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약 136만ha다. 7월 29일까지 그 97%인 132만ha, 1,013만 필지에 대한 기본조사를 마쳤다.[2]

이 가운데 27%의 필지가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다. 면적으로는 약 30만ha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고, 무단 휴경 의심 11.6%, 불법 전용 의심 9.0%였다. 한 필지가 여러 유형에 겹칠 수 있다.[2][4] 정부는 8월부터 연말까지 수도권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위반 의심 농지 등 78만ha를 현장에서 다시 확인하는 심층조사를 벌이고 있다.[2]

이 숫자에는 두 가지 단서가 붙는다. 기본조사의 분류는 위반 의심이지 위반 확정이 아니다. 동시에 불법 임대차 의심이 많다는 것이 곧 투기가 없다는 뜻도 아니다. 서류상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 신고하고 실제로는 남에게 빌려준 위장 자경이나, 시세 차익을 노리고 산 땅을 임대한 경우도 이 분류에 섞여 있을 수 있다. 실제 경작자와 취득 경위를 확인해야 투기성 취득과 불가피한 임대차를 가를 수 있다.

◇'명할 수 있다'에서 '명하여야 한다'로

조사와 함께 법도 달라졌다. 국회는 5월 7일 본회의에서 농지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가운데 찬성 163명, 반대 1명, 기권 2명으로 통과시켰다.[5] 8월 28일 시행된 개정법은 처분 의무가 생긴 농지를 팔지 않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처분할 것을 명할 수 있다"던 조항을 "명하여야 한다"로 바꿨다. 지자체가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농식품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명령을 내리도록 지시하고, 그래도 하지 않으면 직접 처분명령을 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6]

절차의 단계는 그대로다. 농업경영에 쓰지 않는 농지에는 먼저 1년의 처분 의무 기간이 주어지고, 그 뒤 6개월 안에 처분하라는 명령이 나온다. 소유자가 다시 농사를 짓거나 한국농어촌공사에 매도를 위탁하면 처분명령을 3년간 유예할 수 있다. 유예는 여전히 '할 수 있다'는 재량 조항이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가운데 높은 금액의 25%를 이행강제금으로 물리고, 이를 매년 한 번씩 다시 부과할 수 있다.[6]

법이 바뀌기 전에도 처분명령은 있었다. 2024년 처분명령을 받은 사람은 1,700명, 면적은 176ha였고, 이행강제금 부과는 513명, 108억9,600만 원이었다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승규 의원실이 농식품부 자료를 인용해 밝혔다.[7]

조사가 진행되면서 정치권의 공방도 커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월 6일 페이스북에서 "국민 집 빼앗더니 이제 농업인 농지까지 빼앗는다"고 비판했다.[8] 장 대표는 5월 7일 표결에서 개정안에 찬성했다.[5] 정부와 여당은 9월 21일 당정협의를 열고, 투기 목적이 명백한 농지만 처분하고 관행적 임대차와 고령농·상속인의 휴경 농지는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하는 후속 대책을 내놨다. 이를 뒷받침할 특별조치법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다.[9]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4일 엑스(옛 트위터)에서 농사를 짓다 고령으로 짓지 못하게 된 경우나 상속받은 농지는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10]

◇헌법은 경자유전, 현실은 '빌린 땅'

이 공방의 바탕에는 헌법과 현실의 간극이 있다.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정한다. 제2항은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정한다.[11]

현실의 농지는 상당 부분 '빌린 땅'이다. 전체 농지의 45%가 임차 농지라는 집계가 있다.[12] 2021년 국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의 개정 이유에는 임차 농가가 전체 농가의 51.4%로 자경 농가보다 많다고 적혔다.[13] 비농업인이 가진 농지는 2015년 기준 약 44%로 추정됐지만, 10년 전 추정치라 지금의 실태는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14]

농사짓는 사람은 늙어 가고 있다.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잠정 결과에서 농림어가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은 51.0%로 전체 인구(20.3%)보다 30.7%포인트 높았다.[15] 농가 경영주의 평균 나이는 67.7세였다.[16] 나이가 들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소유자와, 상속으로 농지를 물려받았지만 농촌에 살지 않는 자녀가 늘어나는 구조다.

국회입법조사처 유제범 입법조사관은 불법 임대차의 상당수를 두고 조합원 자격과 노후 자산을 지키려는 고령농의 절실함과, 땅 한 마지기가 아쉬운 청년·전업농의 필요가 결합된 구조적 산물이라고 분석했다.[17] 땅을 빌려 짓는 쪽에도 사정이 있다. 경북 경산에서 지주 30여 명의 땅 13만8,844㎡를 빌려 농사짓는 70대 농민은 임차농이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했다.[12]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정부 후속 대책을 필요한 조치로 평가하면서 임차농의 안정적인 경작권을 법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18]

◇여론은 '투기'보다 '사정'을 본다

개혁연구원이 10월 1일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무선 ARS,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설계효과 반영 시 ±3.3%포인트)에 따르면,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의 농지 소유에 대해 '상속이나 고령 같은 사정이 있으면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48.2%로 가장 많았다. '제한 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32.5%, '예외 없이 막아야 한다'는 13.4%였다.[19]

같은 조사에서 처분명령 의무화에는 반대 65.5%, 찬성 26.3%였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고령이나 상속 같은 개인 사정이 더 많다'는 응답이 64.7%로 '투기 목적이 더 많다'(26.6%)보다 많았다. 처분명령 의무화에 대한 응답은 이 인식과 함께 움직였다. '개인 사정이 더 많다'고 본 응답자 가운데 82.2%가 반대했고, '투기 목적이 더 많다'고 본 응답자 가운데 60.8%가 찬성했다.[19]

이 조사를 읽을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응답자 가운데 본인이나 가족이 농지를 가진 비율이 63.0%였고, 조사는 농지 소유 여부를 가중 기준에 넣지 않았다. 다만 본인과 가족 모두 농지가 없는 응답자에서도 처분명령 의무화 반대는 62.0%로 다수였다. 처분명령 문항의 '반드시'는 응답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한 표현이고, 실제 법에는 유예 장치가 있다.[19] 따라서 이 결과는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 평가보다는 제시된 문항에 대한 응답에 가깝다.

◇법은 의무로, 숙제는 출구로

9월 21일 대책은 처분명령 의무화의 날을 위탁이라는 출구로 무디게 하는 방향이다.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을 11월 15일까지 늘리고,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를 이 기간에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하면 보완조사에서 빼고 그 임대차를 농지법 위반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상속 농지는 1ha를 넘는 부분을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처분 의무를 유예한다.[9] 송미령 장관은 9월 30일 전북 남원 간담회에서 전수조사가 적발과 처분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20]

위탁은 이미 늘고 있다. 조사가 시작된 5월 18일부터 7월 말까지 농지은행이 임대 수탁한 농지는 7,955ha로, 1년 전 같은 기간(4,412ha)보다 80% 늘었다.[2][4] 다만 이것은 위탁된 면적이고, 그 땅을 빌려 짓는 사람의 계약이 실제로 안정됐는지를 보여 주는 숫자는 아직 없다.

농지를 둘러싼 또 하나의 변화도 12월 17일 시작된다. 5월 7일 농지법 개정안과 같은 날 국회를 통과한 영농형 태양광법이 시행돼,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농사를 계속 지으면서 농지 위에 태양광 설비를 세울 수 있게 된다. 사업 기간은 법에서 30년 안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기간은 시행령 기준에 따라 시장·군수가 정한다.[21] 앞의 여론조사에서 이 제도에는 반대 49.8%, 찬성 40.6%였다.[19]

◇NEXT의 판단: 경자유전을 '소유 단속'에서 '경작 보장'으로

NEXT는 이번 전수조사가 보여 준 핵심이 투기의 규모보다 경자유전 원칙과 농촌 현실 사이의 간극이라고 본다. 농지의 절반 가까이가 빌린 땅이고 농림어가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를 넘긴 상황에서, 소유자를 단속하는 데 집중하면 그 땅을 빌려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이 먼저 흔들릴 수 있다. 헌법 제121조가 경자유전을 말하면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생기는 임대차를 함께 인정한 점은 이 현실을 다룰 근거가 된다.

남은 일은 투기와 사정을 가르는 기준을 드러내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처분·유예·계도를 가른 판단 기준과 지자체별 적용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 지자체는 소유자의 취득 경위와 실제 경작자, 임대차 계약을 확인한 근거를 남길 수 있다. 농지은행은 늘어난 위탁 농지가 어느 지역에서 누구에게 얼마나 연결됐는지 밝힐 수 있다. 국회는 연내 제정을 예고한 특별조치법과 내년 농지법 개정에서 청년농과 임차농의 경작권을 어디까지 담을지를 정하게 된다.

이 판단에도 한계가 있다. 심층조사는 연말까지 이어지고, 투기로 확인되는 농지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 결과에 따라 이번 조사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2028년 6월 17일에는 상속·이농 농지의 소유 상한 폐지와 위탁 임대 의무화가 시행된다.[6] NEXT는 그때까지 농지 정책이 소유를 막는 쪽보다 경작을 보장하는 쪽으로 얼마나 옮겨 갔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출처

[1]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부 장관 농지 전수조사 현장 간담회 참석, 2026.9.22. ↩

[2] 정책브리핑, 농지 전수조사 진행상황 및 향후 계획 발표, 2026.7.30. ↩

[3] 서울신문, "농지도 투기 대상" 李 언급에… 정부, 78년 만에 '농지 전수조사' 추진, 2026.3.2. ↩

[4] 뉴시스, 농지 전수조사 1차 마무리…위반의심 27%, 내달 심층조사, 2026.7.30. ↩

[5] 참여연대 열려라국회,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표결 기록, 2026.5.7. ↩

[6]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지법(법률 제21798호), 2026.6.16. ↩

[7] 뉴스홈, 농지 전수조사 관련 강승규 의원실 자료 보도, 2026.9.28. ↩

[8] 헤럴드경제, 장동혁 대표 농지조사 비판과 송미령 장관 반박 보도, 2026.9.10. ↩

[9] 국민일보, "상속·고령 농지 안 팔아도 된다"… 농지은행 맡기면 처분 유예, 2026.9.21. ↩

[10] SBS Biz, 李대통령 "농지전수조사 회피 않는다…고령·상속 농지 등은 대상 아냐", 2026.9.24. ↩

[11] 국가법령정보센터, 대한민국헌법 제121조. ↩

[12] 농민신문, 전체 농지 45% '빌린 땅', 2026.8. ↩

[13]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지법(법률 제18021호) 제개정이유, 2021.4.13. ↩

[14] 농민신문, 농사짓지 않아도 농지 소유 가능…15년 후 84% 비농민 손에, 2021.4.19. ↩

[15] 국가데이터처,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잠정), 2026.4. ↩

[16] 농업인신문, 국가데이터처 농가 124만 가구 250만 명 집계, 2026.4.29. ↩

[17] [뉴스핌, [농지법 대혼란] 규제 강화에 소유자들 '막막'](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928000854), 2026.9.28. ↩

[18] 오마이뉴스, 전농, 농지 전수조사 후속대책에 "필요한 조치", 2026.9.21. ↩

[19] 개혁연구원, 농지 소유와 이용에 관한 국민인식조사, 2026.10.1.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ARS 무선 RDD, 응답률 1.68%, 성·연령·권역 림가중,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설계효과 반영 시 ±3.3%p). ↩

[20] 농림축산식품부, 남원 농지 전수조사 간담회 보도자료, 2026.9.30. ↩

[21] 국가법령정보센터,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21804호), 2026.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