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Le hollandais volant · Silicon wafer close view.jpg · CC BY 4.0
10월 10일 토요일,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차오칸위 사장이 상하이의 제4회 집적회로·칩렛 대회에서 연설했다. 그는 데이터를 담는 칸 하나의 넓이를 지금보다 3분의 1 줄인 서버용 D램 모듈을 연말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업계는 이 구조를 4F²라고 부른다. D램은 컴퓨터가 작업 중인 데이터를 잠시 담아 두는 메모리 반도체다. 서버용 D램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주로 공급해 왔고, 창신메모리는 스마트폰과 PC용을 주로 팔았다. 창신메모리가 한국의 두 회사가 주로 공급해 온 시장에 들어가겠다고 한 것이다.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사흘 뒤인 13일 SK하이닉스는 10%, 삼성전자는 7% 넘게 떨어졌고 코스피도 5.46% 내렸다. 문제는 시점이다. 반도체 전문 매체 디일렉이 지난 4월 전한 삼성전자의 같은 구조 D램 양산 목표는 2028년이다. 창신메모리가 발표대로 연말에 내놓으면 서울경제의 계산처럼 "2년가량 앞서는 셈"이 된다.
그러나 발표만 보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살펴볼 것이 세 가지 있다. 연설에 빠진 숫자, 시험 칩과 양산 사이의 거리, 그리고 주가가 떨어진 이유다.
첫째는 연설에 빠진 숫자다. 차오 사장은 연말이라고만 했고 날짜와 규격은 말하지 않았다. 칩 하나에 얼마나 담는지(용량), 어떤 공정으로 만드는지도 연설에 없었다. 만든 칩 가운데 쓸 수 있는 칩의 비율인 수율도 밝히지 않았다. 수율이 낮으면 칩 하나에 드는 돈이 는다. 미국 정보기술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회사 밖에서 이 제품을 시험한 곳이 없다고 전했다. 이 숫자들이 공개되기 전에는 어느 회사가 앞섰는지 말할 수 없다.
둘째는 시험 칩과 양산 사이의 거리다. 4F²는 셀을 작게 만드는 대신 설계와 공정을 새로 짜야 하는 구조다. D램에서 데이터 한 칸을 담는 자리를 셀이라고 하는데, 셀의 넓이는 그 공정에서 새길 수 있는 가장 가는 선의 폭(F)으로 잰다. 지금 D램의 셀은 가로 3F, 세로 2F인 6F²다. 4F²는 가로를 2F로 줄여 가로와 세로가 모두 2F다. 넓이가 3분의 1 줄어서 같은 넓이에 셀이 이론상 50% 더 들어간다. 대신 셀마다 하나씩 있는 스위치인 트랜지스터를 눕혀 놓던 데서 세워야 하고, 6F² 때 쓰던 설계와 공정을 그대로 쓸 수 없다.
이 구조를 준비하는 것은 창신메모리만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6월 학회에서 10나노 이하 공정에 4F² 구조를 준비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2026년 2월 국제고체회로학회에 낸 논문에서 이 구조로 만든 16Gb 시험 칩이 읽고 쓰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창신메모리도 설립 때부터 이 구조를 연구했고 2021년과 2023년, 2025년에 논문을 냈다고 중국 매체들이 전했다.
셀이 3분의 1 줄어도 칩값이 그만큼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분석업체 테크인사이츠의 최정동 수석부사장은 지디넷코리아에 "실제 유의미한 수율을 측정할 정도의 양산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창신메모리가 아직 시제품을 만들기 전 단계로, 전류가 새는 정도 같은 특성을 재고 있다고 봤다. 뉴스핌이 옮긴 블룸버그 보도에서 모닝스타의 징제위 애널리스트도 제품 공개와 상용화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가에서도 창신메모리가 뒤진다는 추정이 있다. 미국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창신메모리가 같은 용량을 만드는 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보다 돈이 30% 넘게 더 든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 추정은 창신메모리가 지금 파는 제품을 두고 한 것이다. 새 구조로 만든 D램의 원가는 창신메모리가 밝히지 않았다.
셋째는 주가가 떨어진 이유다. 13일의 급락을 연설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코스피는 13일까지 닷새째 내렸다. 연설 뒤 첫 거래일인 12일에도 삼성전자는 4.39%, SK하이닉스는 4.52% 내렸다. 그런데 이날 하락을 다룬 뉴시스 기사는 창신메모리를 원인으로 들지 않았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12일 하락을 두고 "결국 이날 급락은 국내 증시 고유의 요인에서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가 든 요인은 두 가지다. 코스피가 직전 저점 아래로 내려간 것, 그리고 외국인이 판 금액이 산 금액보다 많은 순매도다. 외국인은 12일까지 삼성전자를 9거래일, SK하이닉스를 12거래일 잇달아 순매도했다. 알파경제는 13일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끝나 가면서 외국인이 파는 주식을 받아 줄 곳이 줄었다는 분석을 전했다.
숫자는 빠졌고, 전문가들은 양산까지 시차를 내다본다. 그러나 가볍게 넘길 예고는 아니다. 창신메모리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 여기까지 왔다. 회로를 가늘게 새기는 이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만드는데, ASML은 여러 해째 중국에 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한다. 창신메모리는 대신 회로를 여러 번 겹쳐 새기는 방식으로 선폭을 줄여 왔고, 9월 20일에는 5세대 공정의 양산을 발표했다. 이 공정은 셀 구조는 그대로 두고 선폭만 줄였다. 최 부사장은 기존 장비를 쓰면서 셀 구조를 바꾸는 전략이 창신메모리에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시장도 넓혀 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로 창신메모리의 D램 점유율은 1년 사이 4%에서 10%로 올랐다. 다만 같은 4F²라도 출발선이 다르다. 최 부사장은 창신메모리가 13~14나노급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9나노급 이하에서 이 구조를 만들려 한다고 봤다. 셀 구조가 같아도 선폭이 더 가는 쪽이 더 많이 담는다.
연말에 제품이 나오면 삼성전자의 일정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칩 하나의 용량과 선폭, 수율, 그 모듈을 검증해 쓰는 서버 업체가 공개되면 두 회사의 제품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다. 그 숫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품에 가깝다면 두 회사는 서버용 D램에서 경쟁자를 하나 더 맞이하게 된다. 극자외선 장비의 수출을 막아 중국 반도체를 늦추려던 규제도 효과가 줄어든다.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10일의 연설은 계획으로만 남는다.
출처 17건 펼치기
언론 보도와 그 밖의 자료 17건
- 재련사·과창판일보, 창신메모리 사장의 4F² 연설과 연말 출시 예정, 연구 이력, 2026.10.10.
- 뉴스1(파이낸셜뉴스 게재), 13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종가, 2026.10.13.
- 알파경제, 13일 코스피 마감과 5거래일 연속 하락, 자사주 매입 종료 분석, 2026.10.13.
- 디일렉 영문판, 삼성전자 10나노 미만 D램의 2028년 양산 목표 보도, 2026.4.24.
- 서울경제, 창신메모리 발표와 "2년가량 앞서는 셈"이라는 계산, 2026.10.13.
- SEMI 중국, 연설이 규격과 구체적인 출시 시점을 말하지 않았다는 보도, 2026년 10월.
- 톰스하드웨어, 창신메모리 4F² 예고에 빠진 정보, 2026.10.13.
- SK하이닉스 뉴스룸, IEEE VLSI 2025 D램 기술 로드맵 보도자료(4F² 용어 설명), 2025.6.10.
- 중국플래시마켓(CFM), 6F²에서 4F²로 갈 때 설계와 공정을 다시 짜야 한다는 설명, 2026년 10월.
- SK하이닉스 영문 뉴스룸, 같은 로드맵 보도자료, 2025.6.10.
- 성균관대 연구 정보, 삼성전자 ISSCC 2026 논문 초록(16Gb 4F² 시험 칩), 2026년 2월.
- 지디넷코리아,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수석부사장 서면 인터뷰, 2026.10.13.
- 뉴스핌, 블룸버그가 전한 모닝스타 애널리스트의 말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점유율, 2026.10.13.
- 세미애널리시스, 창신메모리 원가 추정, 2026년.
- CNBC, ASML의 극자외선 장비 중국 수출 금지, 2024.1.2.
- 테크노드, 창신메모리 5세대 공정 양산 발표, 2026.9.21.
- 뉴시스, 12일 증시 하락과 외국인 연속 순매도, 202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