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FreCha · Manifestation du 17 octobre 2026 à Paris 04.jpg · CC BY-SA 4.0
한국에서도 프랑스처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수 있을까.
개혁연구원이 국민에게 물었다. 61.9%가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프랑스 시위의 배경이 된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한국에도 비슷하게 존재한다는 응답은 64.8%였다.
더 걱정스러운 결과는 따로 있다. 우리 사회가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59.8%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시위 가능성은 높지만 갈등 해결 능력은 낮다고 답한 국민도 44.8%에 달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불신이 깊었다. 30대의 75.5%, 18~29세의 70.2%가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 능력을 낮게 평가했다.
국민은 갈등이 커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정치와 사회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미래를 살아갈 젊은 세대일수록 그 불신이 크다.
프랑스의 현실을 돌아보자. 프랑스는 높은 수준의 복지와 노동권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경직된 노동시장과 막대한 재정 부담, 지지부진한 개혁이 국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연금이나 재정 개혁을 시도할 때마다 거센 저항이 뒤따른다. 개혁은 미뤄지고 불만은 쌓인다. 그 부담은 결국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프랑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개혁하지 않고 지금의 제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은 지난 60년간 세계가 놀랄 만한 성취를 이뤘다.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올라섰다. 국가의 리더십과 높은 교육열, 기업과 근로자의 헌신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이 미래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첨단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그런데 우리는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노동제도,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부동산 담보에 익숙한 금융 관행을 그대로 두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당장의 어려움을 가려줄 수는 있다. 그러나 반도체만 잘된다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노동·교육·규제·금융 전반을 뜯어고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물론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익숙한 제도가 바뀔 수 있다. 그렇다고 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 미룰수록 미래 세대가 감당할 부담은 커진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해법은 북유럽의 '유연안정성(Flexicurity)' 모델이다. 기업에는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고용을 조정할 유연성을 주되,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는 충분한 사회안전망과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업에는 변화할 자유를, 노동자에게는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구하는 현실적인 개혁이다.
그러려면 정치부터 달라져야 한다. 개혁을 말하면서 상대방에게만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노동개혁을 주장한다면 재취업 대책을 마련하고, 복지를 확대하려면 재원부터 설명해야 한다.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개혁은 없다. 정치의 역할은 고통을 공정하게 나누고 국민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다시 여론조사 결과로 돌아가 보자.
젊은 세대가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 능력을 가장 낮게 평가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의 제도를 지키는 데 급급한 정치가 정작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프랑스의 위기는 단순히 거리의 시위가 아니다.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국가의 위기다.
개혁을 거부하는 사회는 당장의 안정을 얻을지 몰라도 미래의 번영까지 지킬 수는 없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지금의 안락함을 지키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오늘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다.